[인터뷰] “감칠맛 나는 진짜 우리 김, 없어서 못 팔죠” 풀무원 노을해심 개발·마케팅팀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연구원, 신보람 풀무원식품 PM
국산 1호 김 품종 개발부터 상품화까지 14년 투자
대한민국식품대상 대상 수상 쾌거…마켓컬리 희소가치 프로젝트 대표상품 올라
지속 가능 해조류 인증, 유통가 입점 1순위 김…전년대비 매출 400% 증가
양식 지역 추가…제품군 강화 및 해외 진출도 노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는 질 좋은 상품을 누구보다 먼저 발굴해 선보인다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6월 30일 마켓컬리가 연 ‘희소가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별한 식재료의 발굴에 방점, 출시 50일 만에 20만개 판매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는 풀무원식품의 김 ‘노을해심’의 역할이 컸다. 마켓컬리는 해당 프로젝트를 열며 ‘품종’, ‘미식 경험의 확장’, ‘생산 환경 차별성’, ‘지속 가능성’ 등 4가지 기준을 세우고 2가지 이상을 충족 시 상품에 올리기로 했는데, 노을해심은 모든 기준을 충족하며 대표 상품에 올랐다.

노을해심은 풀무원식품이 김 품종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접 개발해 등록한 김 품종 ‘풀무노을’, ‘풀무해심’을 사용해 제조됐다. 단백질·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환경 피해가 적은 양식법을 앞세워 지속 가능 해조류 ASC 국제 인증도 획득했다.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선임연구원(오른쪽)과 신보람 풀무원식품 마케팅FU 수산사업부 PM.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선임연구원(오른쪽)과 신보람 풀무원식품 마케팅FU 수산사업부 PM.

이후 노을해심은 유통가 수산 바이어들의 입점 타진 1순위가 됐다. 백화점 선물세트에나 겨우 들어가는 김이 됐고, 대형마트 중에서도 주요 매장에만 입점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김이 된 셈이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식품대상’(현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선 최고 식품에 올랐다.

“이제는 없어서 못 판다”는 노을해심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을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풀무원 본사에서 만나 노을해심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ASC 국제 인증을 주도한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선임연구원과 상품을 기획하는 신보람 풀무원식품 마케팅FU 수산사업부 매니저(PM)가 한자리에 모였다.

풀무원식품의 김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은 노을해심의 경쟁력 첫 손에 ‘맛’을 꼽았다. 신 PM은 “노을해심에는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린 맛은 적지만 풍부한 바다향을 지녔다”면서 “우리 제품이지만 감히 시중에 나온 김 중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노을해심은 풀무원식품이 2006년 김 품종 개발에 착수해 약 9년여 시간 동안 교잡에 교잡을 거쳐 낸 풀무노을, 풀무해심이 사용됐다. 양식을 시작하고 제품화하기까지 다시 5년, 총 14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정 선임연구원은 “국내 김 시장은 저품질 김을 저가에 공급하는 시장으로 굳어졌고, 진짜 맛있는 김보단 생산량이 많은 김 품종의 선호가 높아졌다”면서 “감칠맛이 풍부했던 옛날 한국 김을 다시 내보자는 생각으로 기업으로선 처음, 김 품종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식품은 김 전문가 신종암 전남대 교수와 협업해 김 품종을 개발했다. 신 교수가 김 품종을 교잡해 후보군을 만들면, 풀무원기술원이 생산을 시험했다. 그렇게 붉은색을 띠는 우리 김 품종 풀무노을을 2014년 국립수산과학원에 등록했고, 감칠맛이 특징인 풀무해심을 더했다.

2020년 8월 풀무원식품은 노을해심을 냈다. 김에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는 조미김 대신 굽기만 한 구운 김으로 출시했다. 맛에 대한 자신이었다. 신 PM은 “최근 도시락용 조미김을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구운 김이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을해심은 최근 유통가가 주목하는 ‘가치 소비’ 흐름에 정확히 부합하는 상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산 1호 김 품종으로 만든 우리 김인데 더해 작년 8월 환경에 덜 유해한 해조류 생산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인 ‘ASC 해조류’ 인증을 획득했다. 김 부문 세계 최초였다.

정 선임연구원은 “ASC 인증은 토착 품종으로 기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없어야 하고, 오염 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함과 동시에 고용 환경, 지역 사회 영향까지 두루 좋아야 받을 수 있는 인증”이라면서 “2년을 준비해 해조류 최초로 ASC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위치한 김 풀무노을, 풀무해심 양식장. /풀무원 제공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위치한 김 풀무노을, 풀무해심 양식장. /풀무원 제공

맛에 친환경까지 갖춘 노을해심은 소비자가 먼저 찾고 있다. 2020년 8월 출시 이후 1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지만, 지난해 8월 ASC 인증을 받으면서부터 달라졌다. 노을해심은 총 20개의 풀무원식품 김 제품 중 대표 제품으로 올해 9월까지 전년 대비 400% 매출이 늘었다.

풀무원식품은 노을해심을 수산사업부 내에서만이 아닌 전체 제품군에서의 핵심 품목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당장 생산량 증대를 위한 양식 지역 확충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르면 내년 계약 재배하는 전북 부안군의 섬 위도를 넘어 전남 신안군으로의 확장을 예정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신안군에서의 김 재배 계약이 8부 능선을 넘었다”면서 “김 양식은 바닷물이 얼마나 자주 들고 나는 지가 중요한데, 신안은 해안가에 버팀목을 세워 김을 양식하는 지주식을 사용해 이 경우 밀물·썰물로 유속이 생겨 품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식품은 생산량이 늘어나는 즉시 노을해심 제품군 확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 PM은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 노을해심의 맛을 알리고 싶었지만, 생산량이 늘 아쉬웠다”면서 “조미김을 넘어 김부각 등 김스낵 제품에 더해 해외 수출도 타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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