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정보기술이 열어가는 미래 헬스케어’라는 주제로 열린 국내 최대 헬스케어 포럼인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2016’이 3일 성황리에 폐막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3명의 기조강연자와 2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가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이 보건의료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가져올 혁신에 대한 최신 동향과 전망을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500여명의 참관객들이 몰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 새로운 치료 방법 제시할 것”
첫번째 기조강연자로 나선 데이비드 리(David Lee) 메디데이터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신약 개발에서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패러다임은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 CDO는 “임상시험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 분야와 기계 학습(머신러닝) 간 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임상시험 데이터의 정확성 등 품질을 높여야만 환자별 맞춤 진단, 처방과 치료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밀 의료를 보편화하기 위해선 데이터의 정확도 향상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도 AI를 의료 서비스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의료 데이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AI와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는 개인화된 약이나 과거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치료 옵션을 알려줄 것”이라며 “또 국가, 지역 간에 빈발하는 특정 질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판단도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더 정교해진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 이용한 신약 개발 가능성 확인”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약산업을 비롯해 보건의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래웅 아주대병원 교수은 “아주대의료원을 비롯한 국내외 56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오디세이 컨소시엄(OHDSI·Observational Health Data Science and Informatics)’은 최근 다국적 의료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 일반적인 만성질환자의 치료방법을 분석해 세계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각국의 다양한 환자군 데이터를 이용한 빅데이터 의료 연구의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상준 셀트리온 부사장은 “신약이 임상 1상시험에서 판매 허가까지 받을 확률은 10% 미만이지만, 바이오마커 등 빅데이터를 임상에 활용할 경우 이 확률이 26%에 달할 만큼 차이가 난다”면서 “과거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을 진행한 후 이를 분석했다면, 이제는 빅데이터와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디데이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시험 데이터를 수집해 업체들이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시행한 임상시험은 약 1만2000건으로, 전세계 300만명의 환자에 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고객사는 전세계 800개에 달하며, 25대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7개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 의료기기 적용, 보험수가 적용 등 제도 개선 서둘러야
‘헬스케어, 인공지능을 더하다’를 주제로 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의 기조강연과 바로 이어진 ‘AI의 의료 분야 활용’을 주제로 한 오픈토크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가천대 길병원이 도입한 IBM 암진단 AI ‘왓슨’의 현재 활용 상황과 향후 전망, 제도 및 시스템 정비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은 “현재 왓슨은 여러 의사들과 함께 진료방향을 결정하는 다학제 암진료에 투입돼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축적하는 상태”라며 “왓슨은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진료를 제공해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면서 환자의 심리안정과 의료비 절감에 탁월한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AI는 의사를 보조할 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준 뷰노코리아 이사는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의료진 수는 OECD 평균 의사수보다 적고 인구고령화 등의 문제로 AI가 의사를 서포트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의 방대한 데이터와 의사들의 풍부한 경험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하고 1, 2차 의료기관에 보급해 사회 전반적으로 의료 효율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 진단과 관련된 보험수가 체계 개선 등 시스템 정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언 단장은 “왓슨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의료기기가 아니라는 방침이 나왔기 때문에 보험수가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는 현재 전혀 없다”며 “제도 개선과 함께 환자들이 왓슨에 대해 만족감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수가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의료 분야의 AI 발전이 더딜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양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의료 데이터의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함부로 접근이 불가능하고 데이터 공개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조차 없어 다른 분야의 AI 기술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래웅 아주대병원 교수는 “한국의 경우 의료 데이터의 개방성이 아직까지는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헬스케어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개방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수 기자 / 강인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