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금융혁신'을 주제로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미래금융포럼이 막을 내렸다. 조선비즈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금융권 관계자 등 4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블록체인이 바꿀 미래 금융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며 가상화폐와 ICO(가상화폐공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업계의 공방전도 벌어졌다. 

제임스 왈리스 IBM 블록체인 사업부문 부사장이 18일 2018 미래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존환 객원기자

첫번째 기조연설자인 제임스 왈리스(James Wallis) IBM 블록체인 사업부문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등 모든 비즈니스 산업의 프로세스(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번째 기조연설자인 스테판 토마스(Stefan Thomas) 리플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 주류가 되려면 인터넷과 같은 상호운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조연설 후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사회로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왈리스 부사장과 토마스 CTO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분위기에 대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연설과 특별대담 이후 4개 세션토론이 진행됐다. ‘블록체인이 바꿀 미래금융’을 주제로 진행된 첫번째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될 경우 지급결제, 보안 등의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오른쪽)이 18일 2018 미래금융포럼 1세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이존환 객원기자

한준성 KEB하나은행 부행장(미래금융그룹장)은 주제발표에서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다른 기술과 합쳐져야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접목한 금융혁명이 블록체인을 매개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패널로 참여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주도권 변화가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가 좌장을 맡은 두번째 세션에서는 이은호 AT커니 파트너가 ‘금융산업별 위기와 기회’에 대해 주제발표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개발 속도에 치중하기 보다 기술개발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2세션에서는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업권별 블록체인 활용사례가 소개됐다. 시대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패널로는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장, 김열매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정규식 교보생명 디지털신사업팀장, 최상웅 삼성카드 IT담당 상무가 참여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세번째 세션에선 하태형 율촌연구소장(전 현대경제연구원장)이 ‘블록체인 기술과 규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패널로는 이근우 금융감독원 핀테크지원실장,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참석했다. 

3세션에서는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근우 실장은 가상화폐 관련 규제에 대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일 뿐이며 블록체인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업계는 가상화폐 규제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는 전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8 미래금융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존환 객원기자

마지막 세션에서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해 논의가 오갔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이상화 DarcMatter 최고경영자(CEO)가 주제발표했다. 패널로는 데이비드 서(David Suh) 직토 CEO, 김종현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 손우람 리얼리티리플렉션 대표가 참여했다. 

패널들은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국내 ICO를 허용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서 직토 CEO는 “암호화폐(가상화폐)와 ICO는 규제한다고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기업가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서서 마켓 스탠다드(시장 기준)를 만들면 후속 ICO 기업들이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왈리스(사진·James Wallis) IBM 블록체인 사업부문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 등 모든 비즈니스 산업의 프로세스(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1주일 이상 걸리는 대출절차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신용장과 인증절차로 겹겹이 쌓여있는 무역금융 과정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좀 더 낮은 수수료로 더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왈리스 부사장은 1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미래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블록체인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왈리스 부사장은 IBM 블록체인 사업부문 설립멤버로 블록체인과 관련한 모든 시장과 산업의 고객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로 업종이나 산업의 프로세스가 와해되고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효율성이 근본적으로 상승하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왈리스 부사장은 유럽에서 진행 중인 ‘We-trade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중소기업과 은행 간의 무역금융 비용을 낮추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기업이 수출한 물품들이 국경을 넘을 때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관련 인허가나 신용장(L/C) 인증 등을 할 수 있다. 

왈리스 부사장은 “무역금융의 절차는 복잡해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문인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비용절감효과가 확실하고 국경을 넘는 거래에서 중소수출업체들의 물품이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중소수출기업들에게 좀 더 저렴한 수수료로 무역금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왈리스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분야로 고객신원확인 부문을 꼽았다. 

은행들 간 블록체인을 공유하고 이 블록체인 시스템에 고객정보를 등록해 대출 등 서비스의 이동을 원하는 고객에게 불필요한 절차 없이 업무처리가 가능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캐나다의 ‘TD(Toronto Dominion)뱅크’를 예로 들었다. 이 은행 고객이 새로운 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자 하면 예전에는 다른 은행 지점에 가서 일주일 가량의 대출전환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TD뱅크와 다른 은행들이 공유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고객의 신용도를 공유하면 실시간으로 대출 전환이 가능하다. 

왈리스 부사장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원확인 시스템이 적용되면 해당 고객이 요청했을 때 은행에서 다른 은행에 그 고객의 신용이력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서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에 대출 승인을 해줘도 문제가 없다는 정보를 바로바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인 블록체인을 대하는 규제당국의 적극적 자세도 주문했다. 왈리스 부사장은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던 트러스트(Northern Trust) 사모펀드 프로젝트는 처음 단계부터 규제당국이 참여했다고 언급하면서 “각 참여자들이 블록체인 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권한(퍼미션)이 다 다르다”며 “한국의 경우에도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련된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퍼미션을 통해 참여자들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블록체인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했다. 

접근 권한을 달리해 보안성을 강화하면 블록체인이 당국의 규제정책과도 부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왈리스 부사장은 “블록체인에 어마어마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블록체인이 참여자들의 신뢰구축 과정에서 효율성을 증가시켜 다양한 비즈니스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crossmenu linkedin facebook pinterest youtube rss twitter instagram facebook-blank rss-blank linkedin-blank pinterest youtube twitter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