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박숙경 SK바이오팜 항암연구소장 강연
박숙경 SK바이오팜(87,600원 ▲ 2,400 2.82%) 항암연구소장은 9일 “RPT(방사성의약품) 개발의 한계점인 원료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SMR(소형모듈원자로) 회사 테라파워와 협력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신약개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서 ‘암을 겨냥한 정밀 무기,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소장은 서강대 생명과학 학·석사 졸업 후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교 분자세포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은 밟았다. 지난 2021년 12월 선임돼 SK바이오팜이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방사성의약품(RPT)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제 연구를 이끌고 있다.
RPT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약물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환자 몸 속에 투여하면 암세포에 전달된 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내보내 암 조직을 파괴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제다. 암세포를 추적하고 파괴해 암 치료의 ‘방사선 미사일’로 불린다. 항암약물접합체(ADC)와 함께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르고 있다.
RPT는 어떤 종류의 방사성 원소를 쓰냐에 따라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뉜다. 암을 파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쓰면 치료용 제품이 된다. 치료용 RPT는 2013년 독일 바이엘의 RPT 치료제 ‘조피고(Xofigo)’가 뼈 조직으로 전이된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미국 노바티스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Pluvicto)’을 승인 받아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현재 머크와 일라이릴리, 사노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도 잇따라 개발에 뛰어들었다.
RPT 신약개발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박 소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치료용 RPT는 총 65건에 달하지만, 기술 영역보다는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며 “이 중 절반 정도는 기존에 허가 받은 약물을 개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은 효과적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암 표적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원료인 악티늄(AC-225)을 활용한 신약 연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박 소장은 “악티늄의 장점은 다른 동위원소인 루테슘 대비 400배 높은 암 파괴력”이라며 “종양이 아닌 정상 조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종양만 파괴한다는 차별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계점은 악티늄의 희소성 문제로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많은 기업들이 RPT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관건은 악티늄 생산 역량”이라며 “SK바이오팜은 앞으로 5년간 방사성 동위 원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8월 SK(159,600원 ▲ 0 0%)그룹이 미국의 테라파워(TerraPower)에 투자하면서 악티늄 공급·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박 소장은 SK바이오팜이 “RPT 원료를 자체적으로 생산, 판매하는 국내 유일 신약개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의 주요 사업은 RPT 신약개발과 연료 공급·생산으로 나뉜다. 박 소장은 “SK바이오팜은 R&D뿐 아니라 원료 소싱부터 제품 생산·제조까지 원스톱으로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내년부터 자체적인 치료용 RPT의 전임상과 임상을 진행하는 한편 테라파워와의 협업을 통해 방사성 동위 원소 생산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