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관광명소 브룩클린 브릿지가 한눈에 보이는 로어맨해튼(lower manhattan) 풀턴스트리트의 항구 피어17.

이곳 동네마트 55 풀턴 마켓(55 fulton market)에 들어서자 입구의 신선식품 진열대 상단에 ‘KIMCHI’라고 쓰여진 제품들이 나란히 진열돼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 풀턴스트리트의 한 동네마트에 한국 김치가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욕=이현승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 풀턴스트리트의 한 동네마트에 한국 김치가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욕=이현승 기자

‘서울식 김치’, ‘100% 자연 발효된(100% natural fermented)’이라는 설명이 쓰여진 일부 제품에 멸치 액젓(anchovy extract), 생선 소스(fish sauce)가 들어가 있다는 원재료 표기가 돼 있었다.

그동안 김치 제조업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소비자들이 비릿한 맛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액젓을 뺀 비건(vegan·채식) 김치를 주로 판매해왔다.

그러나 2012년 발효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으로 관세 장벽이 낮아진 가운데 한류 열풍,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발효음식 재평가로 ‘진짜 한국식 김치’를 맛보고 싶어하는 현지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기업의 김치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 FTA로 김치 관세 11.2% 철폐…대상·풀무원 등 수출액 급증

7일 찾은 뉴욕의 한 H마트. 한국인이 설립한 아시안 식자재 마트이지만 매장 내에서 백인과 유색인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든 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진열된 물건을 유심히 살피는 사람들이 보였다.

장바구니에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 배추김치를 담은 미국인 남녀에게 김치를 먹어본 적이 있냐고 묻자 “한식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김치는 처음”이라며 “유명 요리 유튜버가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는 영상을 보고 궁금해서 사봤다”고 말했다.

뉴욕 맨태튼의 한 H마트에 대상, CJ제일제당 김치가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욕=이현승 기자
뉴욕 맨태튼의 한 H마트에 대상, CJ제일제당 김치가 진열돼 있는 모습. / 뉴욕=이현승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대미(對美) 김치 수출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280만달러(37억원)에서 작년 2800만달러(370억원)로 10배 증가했다.

FTA 발효에 따라 수출 김치에 붙던 11.2%에 달하는 관세가 철폐됐다. 김치 전체 수출량에서 미국 비중은 FTA 발효 전 평균 2.6%에서 FTA 이행 6~10년차 평균 13.8%로 상승했다.

FTA 체결 전까지 미국에서 주로 현지업체들이 소규모 공장에서 미국산 농산물로 액젓 없이 담근 김치가 팔렸다면 교역 환경이 개선되고 한국 음식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이 늘면서 국내 대기업의 수출이 증가했다.

대상(20,950원 ▼ 150 -0.71%), 풀무원(11,000원 ▼ 150 -1.35%)은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와 주(州)와 카운티 단위로 운영되는 로컬마트에 김치를 납품하고 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Jongga)의 미국 수출액은 작년 1617만달러(213억원)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2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1만㎡(약 3000평) 규모의 김치공장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위치한 대상 LA공장. / 대상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에 위치한 대상 LA공장. / 대상 제공

풀무원은 미국에 김치를 수출한 첫해인 2019년 매출이 12억원에 불과했으나 2020년 100억원을 넘은 데 이어 올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다.

그동안 비건 김치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다 지난 5월부터 월마트 400개 매장에 새우젓을 베이스로 깔끔한 맛을 낸 젓갈 김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전북 익산 김치공장에서 담근 김치를 미국에 수출해 한국 본토의 맛을 전파한다는 포부다.

미국 월마트에 진열된 풀무원 김치. / 풀무원 제공
미국 월마트에 진열된 풀무원 김치. / 풀무원 제공

모건 리(morgan Lee) 풀무원 마케팅 PM(product manager)은 “미국 마트에 (같은 절임 야채인) 피클과 함께 김치가 진열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김치를 활용한 햄버거, 핫도그 등을 소개함으로서 김치가 자연스럽게 현지인 입맛에 녹아들 수 있게 노력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치의 날 제정하는 美...한류 덕에 김치 국적 논란서도 승기

미국에선 매년 11월 22일을 ‘김치의 날(kimchi day)’로 공식 선포하는 주(州)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20년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데 이어 작년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김치의날 제정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뉴욕, 버지니아, 조지아, 텍사스 등 총 7개 주가 동참했다.

결의안에는 미국 현지에서 김치의 인기가 높다는 점, 김치의 역사,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과 함께 한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라는 점이 명시됐다. 일부 중국인이 주장하는 ‘김치 중국 유래설’을 전면 부인하는 한국의 노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김치 국적 논란에서 한국이 승기를 잡은 데는 한류 영향도 크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는 자체 예능을 통해 한국 김치를 비롯한 K푸드를 전세계 아미(BTS 팬덤명)에게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BTS가 작년 공개한 자체 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파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 V라이브 캡처
BTS가 작년 공개한 자체 예능 달려라 방탄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파김치를 담그고 있는 모습. / V라이브 캡처

BTS는 작년 6월 자체 예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함께 배추김치 겉절이, 파김치를 만들어 짜장라면과 수제비와 함께 맛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외국어 자막이 붙은 이 콘텐츠의 조회수는 874만2893회.

이 영상에서 BTS 멤버 RM은 “김치엔 우리의 ‘소울(soul)’이 녹아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우리 고유의 김치는 액젓과 새우젓을 쓴다. 우리 전통의 김치는 발효 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김치가 한국 전통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한 대상아메리카 본부장은 “한류 덕을 많이 보고 있다”며 “특별히 고수하는 현지 김치 브랜드가 없는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현승 기자

지구인컴퍼니가 만든 식물성 대체육 ‘언리미트’가 미국 식료품점에 들어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200여곳 점포를 갖춘 식료품 마트 ‘그로서리 아울렛’은 지난 6월 지구인컴퍼니로 언리미트의 납품을 요청했다. 미국 온라인 식료품몰인 ‘이츠 비건’에서도 언리미트가 팔린다.

지구인컴퍼니는 아울러 내년 1월 미국 전역에 있는 대형마트로 언리미트 납품을 예정했다. 국내 식물성 대체육 중 미국 대형마트로 들어가는 건 언리미트가 처음이다. 대체육 바람의 진원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선도 기업인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푸드 등과 나란히 서게 됐다.

뿐만 아니다. 호주, 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베트남 등 전 세계 7개국에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가 수출되고 있다. “‘환경을 위하는 대체육’으로 아시아 1위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는 민금채 대표를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나 언리미트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배동주 기자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배동주 기자

지구인컴퍼니는 쌀이나 현미 등 남는 곡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을 목표로 2017년 설립됐다. 지난해까지 325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산업 미래를 이끌 유망 벤처로 선정하는 ‘A벤처스’에도 선정됐다.

언리미트는 지구인컴퍼니가 설립 3년차인 2019년 선보인 대체육이다. 국내선 처음이었다. 슬라이스 형태 구이용 대체육을 대표 제품으로 장조림용 대체육을 찢은 풀드포크, 만두, 육포 등을 갖췄다.

민 대표는 언리미트의 경쟁력 첫 손에 기존의 식물성 대체육들과는 다른 제품군을 갖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선 햄버거용 패티와 소시지가 주력이었다”면서 “불고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슬라이스 형태의 대체육을 선보였는데 이게 통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어 “미국에선 대형마트 등에 별도의 식물성 대체육 코너가 마련돼 있는데, 해당 코너를 채우고 있는 것은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가 전부”라면서 “유통 채널 입장에서는 새로운 상품을 가져와 대체육 코너를 채우고 싶고, 그 같은 수요에 언리미트가 딱 맞았다”고 말했다.

지구인컴퍼니가 처음부터 대체육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배달의민족에서 농산물 가공식품 기획을 맡았던 민 대표가 재고 농산물 재가공 사업을 목표로 설립했다가, 대체육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8년 시장 조사차 떠난 미국 출장에서 식물성 대체육을 먹은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맛집 대표 메뉴’인 줄 알고 먹었던 임파서블버거 패티가 쌀 단백질, 감자, 강낭콩 등 식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면서 “대체육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버려지는 식물성 원료를 쓰는 방식과 아시아인의 식습관 맞는 대체육을 차별점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축산물 시장에서 산 소고기를 부위별로 나눠 담은 병을 들고 다니며 대체육을 개발했다. 그리고 2019년 10월 두부 등을 만들고 남은 대두박, 쌀 도정 후 부산물로 나오는 미강을 쓴 슬라이스 형태 ‘언리미트 1.0′을 냈고, 지난해 씹는 맛을 개선한 ‘언리미트 2.0′을 냈다.

업사이클링 대체육은 언리미트의 새로운 경쟁력이 돼줬다. 기후위기 시대, 축산업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는 점이 대체육의 성장을 지지했는데, 언리미트는 여기에 버려지는 식자재를 재사용해 대체육을 만들고 있는 덕이다.

민 대표는 “대두박과 미강을 대게 부산물로 인식하지만, 여기에는 대체육에 쓸 수 있는 단백질, 섬유질이 많다”면서 “가공 안정화 처리를 거쳐 사용하는데, 언리미트 식물성 대체육 영양성분 기준 약 11%가 대두박과 미강 등에서 얻은 재사용 원료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지구인컴퍼니 언리미트는 미국 업사이클드푸드협회에서 진행하는 업사이클링푸드 인증 획득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업사이클링푸드협회 회원사로 선정됐고, 슬라이스 제품에 대한 인증을 진행 중이다. 대체육 업사이클링 인증은 지구인컴퍼니가 대체육에선 처음으로 진행한다.

민 대표는 불고기용 대체육인 슬라이스와 대체육을 활용한 만두, 여기에 대체육을 활용한 떡갈비 등 아시안 음식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K치킨 여기에 베트남, 태국 음식에 들어가는 대체육의 제조·수출도 예정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가 감원을 진행하는 등 식물성 대체육 사업이 초기의 높은 관심을 안정적인 수요로 연결하지 못하고 시련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지구인컴퍼니는 오히려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충북 제천에서의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추가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민 대표는 “비욘드 미트의 부진은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수요가 없어졌다기 보단 식물성 대체육 시장으로의 경쟁사가 많아진 탓이 크다”면서 “지속 가능성은 꾸준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시장인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세계 대체육 시장은 60억710만달러(약 7조8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6년과 비교해 44%가량 늘었다. 5년간 연평균 9% 이상 성장했고, 2025년에는 110억3300만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민 대표는 “오늘은 고기 대신 대체육을 그중에서도 대체육으로 된 아시안 음식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언리미트가 떠올랐으면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더 건강하고 맛있는 대체육을 개발하기 위해 최근에는 배양육과의 혼합 등의 기술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금채 대표는

▲여성조선·여성중앙 기자 ▲카카오 마케팅 담당 ▲우아한형제들 ‘배민쿡’ 사업부 담당

= 배동주 기자

콩팥 질환이 있는데 혼자서는 저염식을 하기가 어렵고, 이를 도와줄 마땅한 서비스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해보자 나서게 됐죠. 사업 준비 6개월 동안 신장병 관련 논문만 일주일에 100편씩은 읽은 것 같아요.푸드테크 스타트업 잇마플의 김슬기 대표

잇마플의 공동대표인 김현지 대표(왼쪽)와 김슬기 대표가 서울 강남 잇마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잇마플의 공동대표인 김현지 대표(왼쪽)와 김슬기 대표가 서울 강남 잇마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 역삼동 잇마플 사옥에서 만난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가 사업 초기를 회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카이스트(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설립한 잇마플은 ‘먹는 것(Eats)이 나의(My) 기쁨(Pleasure)’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었다.

콩팥 질환을 앓는 김슬기 대표가 혼자서는 음식 성분과 식재료를 고민해 저염식단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지만 그의 기준에 맛있게 먹을만한 저염식 제공 서비스는 국내에 없었다는 고민에서 잇마플이 탄생했다.

건강과 먹는 즐거움을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대표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염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획해 보기로 하면서다.

이렇게 2017년부터 시작된 잇마플의 대표 서비스인 ‘콩팥 건강 단계별 맞춤 식단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된 끼니만 43만끼에 이른다. 한 끼 평균 8500원에 제공되니, 맞춤 식단 서비스 제공 이래 최소 36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현재는 콩팥 질환자를 위해 염분, 단백질, 칼륨, 인 등을 조절한 도시락과 ‘요오드 조절식 프로그램’을 비롯해 저당 도시락, 당분 조절 완조리 식단 등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0억원가량의 투자도 유치했다.

◇ 연구실 동료와 8평 주방서 시작… 논문 수백편 읽으며 데이터 구축

김슬기 대표는 잇마플을 MBA 과정에서 연구실 동료로 있던 김현지 대표와 함께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시 김현지 대표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서로 뜻이 맞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17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한 건물 3층에 8평(약 26.45㎡) 짜리 주방을 얻어 회사를 창업했다. 두 공동대표가 좁은 주방에서 부대껴가며 홈페이지 운영과 음식 조리, 메뉴 개발, 포장, 마케팅까지 직접 했다고 했다.

이들의 주먹구구식 노력은 콩팥 질환자들을 위한 맞춤식 개발을 위한 발판이 됐다. 두 사람은 사업 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수백편의 신장 질환 관련 논문을 읽고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을 얻으면서 음식 재료들의 영양소 데이터를 모았다고 한다.

초기에는 영양소 데이터를 엑셀에 저장해 함수를 만들고, 음식에 사용된 재료와 그 무게를 넣으면 자동으로 영양 성분을 계산할 수 있게 해 신장 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단을 개발했다.

지금은 해당 엑셀을 기반으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고, 공장에서 메뉴를 만들어 포장할 때도 단백질, 칼륨 등 민감할 수 있는 식재료들은 조리를 마친 뒤 따로 무게를 측정해 포장하고 있다.

잇마플은 이렇게 만들어진 600여가지에 이르는 메뉴들을 식단과 도시락으로 구성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고객들은 식단을 주문하면서 자신의 크레아티닌(Cr) 수치, 혈중요소질소(BUN) 수치를 입력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계산된 하루 영양구성에 맞는 식단을 제공받는다.

잇마플의 공동대표인 김현지 대표(오른쪽)와 김슬기 대표. /양범수 기자
잇마플의 공동대표인 김현지 대표(오른쪽)와 김슬기 대표. /양범수 기자

◇ 매출액 늘고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 중… “280만 당뇨환자 맞춤 식단 연말까지 출시 예정”

잇마플의 매출은 창업 이듬해인 2018년 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약 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타트업 혹한기’라고 불릴 정도로 자본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외부 투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프라이머’와 ‘소풍(SOPOONG)’의 투자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나우IB캐피탈’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일컫는 ‘이달의 A벤처스’에 12번째로 선정됐다. 그 뒤 ‘카이스트 창업투자지주’, ‘프론티어랩스’ 등에서도 투자를 받아 모두 20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두 대표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적자가 나고 있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잇마플은 2020년 약 4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현지 대표는 “생산효율화를 이뤄 지난해와 올해는 2020년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신성장 동력으로 ‘당뇨 환자 맞춤형 식단’을 준비해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만성 당뇨병 환자 수가 신장병 환자 수보다 많아 시장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만성신장질환 환자 수는 20만명이었고, 2형 당뇨병 환자 수는 약 280만명으로 나타났다.

김현지 대표는 “당뇨병 환자 수가 신장병 환자 수에 비해 많기에 회사로서 확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며 “개인별 맞춤 식단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잇마플에서 만드는 각종 소스 및 제품. /양범수 기자.
잇마플에서 만드는 각종 소스 및 제품. /양범수 기자.

◇ 김슬기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 학사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석사

◇ 김현지 대표는

▲중앙대 광고홍보학 학사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석사 ▲아마존웹서비스 근무 ▲백패커스그룹 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식량 안보가 각국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수입 원재료의 공급 불안, 식품 생산의 차질 등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고, 기후변화로 농업 환경이 바뀌면서 식생활의 변화도 발생하고 있다. 해결책은 지속 가능한 식품을 개발하고, 농업 기술을 발전시키고, 유통망을 선진화하는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푸드테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9년 5월 이후 40곳의 스타트업을 ‘A벤처스’로 선정하고 이들의 성과를 알렸다. 조선비즈는 농식품부가 선정한 A벤처스 기업들을 비롯해 유망한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창업자를 만나 이들이 그려 나갈 혁신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80만개의 식품, 수천만개의 식재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들을 만들었어요. 저희 제품들은 저희가 가진 기술이 표현된 결과물이죠.푸드테크 스타트업 더플랜잇의 양재식 대표

지난 2일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이사가 경기 안양 동안구 더플랜잇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지난 2일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이사가 경기 안양 동안구 더플랜잇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출시 4년여 만에 54만 개가 팔린 식물성 마요네즈 ‘잇츠베러(Eat’s Better)마요’를 개발한 양재식(35) 더플랜잇 대표에게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잇츠베러마요는 계란 대신 콩을 사용한 식물성 마요네즈로, 더플랜잇 홈페이지에서 개당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 하나로 이 회사는 2018년 9월 이후 현재까지 3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더플랜잇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식품의 성분을 데이터로 구축하고, 여기서 식물성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잇츠베러마요를 시작으로 식물성 크래커와 쿠키, 대체 우유인 ‘실크(XILK)’ 등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회사가 갖고 있는 80만 개의 식품과 여기에 쓰인 수천만 개의 식재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투자자들이 먼저 더플랜잇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창업 초기인 2017년 퓨쳐플레이 3억원과 컴퍼니K파트너스 PE서 5억원을 시작으로, 다음해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에서 15억원을 유치했다. 현재까지 이들 투자자와 롯데벤처스 등을 포함해 총 7개의 투자사로부터 58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더플랜잇은 2020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일컫는 ‘이달의 A벤처스’로 선정됐다. 지난 6월에는 퓨처 푸드 아시아 2022에서 ‘카길 푸드 포 굿(Cargill Food For Good)’으로 선정돼 수상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2일 경기 안양 동안구에 위치한 더플랜잇 본사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한동대에서 생명공학 학사, 석사 학위를 따고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생명공학도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과 이롬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경험도 있다.

양 대표는 회사의 경쟁력을 “AI를 기반으로 구축한 식품 데이터”라고 소개했다. 가령, 우유를 식물성으로 만들 경우 우유의 구성 성분을 모두 뽑아내 구분한 뒤, 여기서 식물성 재료로 대체할 만한 것을 찾는 식이다. 이를 통해 더플랜잇은 자사 제품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2018년 ‘잇츠베러마요’로 시작한 더플랜잇은 이러한 기술력과 비전을 바탕으로 빠른 매출 성장과 투자 유치를 이어오고 있다. 제품 출시 이듬해인 2019년 매출액 4억원을 기록한 뒤 2020년 15억원, 지난해 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0% 오른 2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플랜잇은 제품의 주재료로 직접 품종 개량한 콩을 사용한다. 재배와 수확도 직접하고 있다.

양 대표는 “올해는 콩이 20톤(t)가량이 수확될 예정이고, 오는 2027년까지 해외 진출 등을 고려해 사용량을 6500t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콩을 시험 재배하고 있고, 호주·러시아 등에서도 재배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모습. /더플랜잇 제공
양재식 더플랜잇 대표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모습. /더플랜잇 제공

양 대표는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는 제품의 일부를 식물성 재료로 차츰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그는 “소재 기업으로서의 글로벌 진출”이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말린 고기를 원료로 하던 라면 플레이크가 지금은 식물성 고기로 대부분 대체된 것처럼,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를 대체육으로, 카페 라테에 들어가는 우유를 식물성 우유로 대신하는 식이다.

양 대표는 “흔히 육류를 대체한다고 하면 고기 그 자체를 대체하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얼핏 봐서는 보이지 않는 영역부터 하나씩 더 좋은 방향으로 대체하는 걸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성 대체육인 ‘디미티드 민스’와 ‘닭가슴살 대체육’을 만들며 쌓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업 대 기업(B2B) 시장에 뛰어들겠단 것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더플랜잇의 실크 역시 ‘흰 우유’ 원물을 대체하기보다 카페에서 다른 음료로 만들어질 때 우유보다 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양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 실크를 활용한 단백질 음료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손실이 커지고 있는 점은 더플랜잇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19년 3억7003만원을 기록한 더플랜잇의 영업 손실은 지난해 11억6087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양 대표는 “기술 기반의 기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제는 수익성을 실현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수익이 나는 사업을 강화하는 등 경영 최적화를 통해 내년엔 흑자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양재식 대표는

▲한동대 생명과학·컴퓨터공학 학사 ▲한동대 생명과학 석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 ▲이롬 생명과학연구원 연구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 박사과정 수료

= 양범수 기자

“모방이 아닌 완전한 대체가 식품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흐름)로 올라섰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SIAL 2022)’.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SIAL 2022에 참여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난 18일 조선비즈와 만나 “대체육은 올해 혁신상의 고려 대상도 못됐다”며 이같이 총평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조선비즈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조선비즈

SIAL은 ‘미식의 나라’로 유명한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1964년부터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식품박람회다.

중국 상하이 등으로 개최지가 늘었지만, 파리의 SIAL을 진짜 SIAL로 꼽는다. 문 교수는 2016년부터 SIAL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문 교수는 “32명의 심사위원이 시장의 트렌드, 기술의 차별성 등을 종합 심사해 새로운 시장을 열수 있는 16개 제품에 혁신상을 수여한다”면서 “식물성 단백질의 활용으로 기존 육류를 대체하는 것은 여전한 트렌드지만, 핵심은 식품 자체의 건강한 대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6과 2018년만 해도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얼마나 더 고기와 비슷한 맛과 풍미를 구현하느냐가 혁신의 잣대였지만, 이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기와 유사해지기 위해 더 많은 첨가물이 사용된다는 게 대체육의 함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SIAL 혁신상은 원료 자체를 건강하게 대체한 식품에 몰렸다. 전제 16개 제품 중 11개 제품이 모방이 아닌 원료의 대체에 속했다.

동물성 콜라겐 대신 무궁화과 식물 히비스커스에서 콜라겐을 추출한 국내 식품업체 로가의 ‘식물성 콜라겐 부스터’가 대표적이다.

문 교수는 “단순히 동물성 식품이 식물성으로 바뀐다는 개념을 넘어 대체 자체가 건강과 환경에 이로운가가 담보돼야 한다”면서 “또 식물성 단백질에 붉은 색소를 추가하고 고기 향을 덧대는 게 아니라 두부 자체를 맛있게 만들면 그것 역시 대체 식품이 된다”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오른쪽)가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 혁신상 수상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문정훈 서울대 교수(오른쪽)가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 혁신상 수상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문 교수는 올해 SIAL 혁신상을 심사하며 이탈리아의 식품 제조사 아세타이아테라가 낸 천연 조미료 ‘토마토 크리스탈 플레이크’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토마토 감칠맛을 추출해 결정화한 제품으로 원료 자체가 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게 했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식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지나면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시장은 보다 나은 대체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김치와 같은 발효 식품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SIAL 혁신상에는 한국 식품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치를 갈아 만든 잼이 2018년 혁신상을 받았고, 올해는 오픈소스랩의 동결 건조 김치 ‘김치V’가 혁신상을 받았다. 동결 건조 김치를 시즈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간편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한국 식품이 일본의 김이나, 미소된장 등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대체재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김치의 유산균 등을 이미 알고 있고, 이를 활용한 제품이 없느냐 먼저 물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K푸드의 인기를 타고 올해 SIAL에 전에 없이 많은 한국 업체들이 참여했는데, 정작 혁신상에 도전한 업체는 많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안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업체들이 많은 탓인데, 최근 식품 산업 트렌드를 고려하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임재원 고피자 대표(중앙)와 고피자 인도법인 임직원들. /고피자 제공
임재원 고피자 대표(중앙)와 고피자 인도법인 임직원들. /고피자 제공

1인 피자 브랜드 고피자가 총 25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고 21일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GS벤처스, CJ인베스트먼트 등 대기업과 캡스톤파트너스, DS자산운용, 빅베이슨캐피탈 등 기존 주주들 다수가 참여했다.

고피자의 현재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총 450억원으로, 이번 투자로 고피자는 기업가치 15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해외 성장세에 본격적으로 가속을 내고, 자체 개발한 푸드테크 기술의 상용화도 앞당길 계획이다. 특히 인도와 싱가포르에서 내년 100호점 돌파를 예정했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어려운 투자 시장에서도 성장성과 미래 가치를 인정받았다”면서 “글로벌 사업의 성공을 이뤄내는 국가대표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연구원, 신보람 풀무원식품 PM
국산 1호 김 품종 개발부터 상품화까지 14년 투자
대한민국식품대상 대상 수상 쾌거…마켓컬리 희소가치 프로젝트 대표상품 올라
지속 가능 해조류 인증, 유통가 입점 1순위 김…전년대비 매출 400% 증가
양식 지역 추가…제품군 강화 및 해외 진출도 노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는 질 좋은 상품을 누구보다 먼저 발굴해 선보인다는 점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6월 30일 마켓컬리가 연 ‘희소가치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별한 식재료의 발굴에 방점, 출시 50일 만에 20만개 판매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는 풀무원식품의 김 ‘노을해심’의 역할이 컸다. 마켓컬리는 해당 프로젝트를 열며 ‘품종’, ‘미식 경험의 확장’, ‘생산 환경 차별성’, ‘지속 가능성’ 등 4가지 기준을 세우고 2가지 이상을 충족 시 상품에 올리기로 했는데, 노을해심은 모든 기준을 충족하며 대표 상품에 올랐다.

노을해심은 풀무원식품이 김 품종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접 개발해 등록한 김 품종 ‘풀무노을’, ‘풀무해심’을 사용해 제조됐다. 단백질·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환경 피해가 적은 양식법을 앞세워 지속 가능 해조류 ASC 국제 인증도 획득했다.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선임연구원(오른쪽)과 신보람 풀무원식품 마케팅FU 수산사업부 PM.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선임연구원(오른쪽)과 신보람 풀무원식품 마케팅FU 수산사업부 PM.

이후 노을해심은 유통가 수산 바이어들의 입점 타진 1순위가 됐다. 백화점 선물세트에나 겨우 들어가는 김이 됐고, 대형마트 중에서도 주요 매장에만 입점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김이 된 셈이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식품대상’(현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선 최고 식품에 올랐다.

“이제는 없어서 못 판다”는 노을해심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을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풀무원 본사에서 만나 노을해심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ASC 국제 인증을 주도한 정승진 풀무원기술원 선임연구원과 상품을 기획하는 신보람 풀무원식품 마케팅FU 수산사업부 매니저(PM)가 한자리에 모였다.

풀무원식품의 김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은 노을해심의 경쟁력 첫 손에 ‘맛’을 꼽았다. 신 PM은 “노을해심에는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비린 맛은 적지만 풍부한 바다향을 지녔다”면서 “우리 제품이지만 감히 시중에 나온 김 중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노을해심은 풀무원식품이 2006년 김 품종 개발에 착수해 약 9년여 시간 동안 교잡에 교잡을 거쳐 낸 풀무노을, 풀무해심이 사용됐다. 양식을 시작하고 제품화하기까지 다시 5년, 총 14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정 선임연구원은 “국내 김 시장은 저품질 김을 저가에 공급하는 시장으로 굳어졌고, 진짜 맛있는 김보단 생산량이 많은 김 품종의 선호가 높아졌다”면서 “감칠맛이 풍부했던 옛날 한국 김을 다시 내보자는 생각으로 기업으로선 처음, 김 품종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식품은 김 전문가 신종암 전남대 교수와 협업해 김 품종을 개발했다. 신 교수가 김 품종을 교잡해 후보군을 만들면, 풀무원기술원이 생산을 시험했다. 그렇게 붉은색을 띠는 우리 김 품종 풀무노을을 2014년 국립수산과학원에 등록했고, 감칠맛이 특징인 풀무해심을 더했다.

2020년 8월 풀무원식품은 노을해심을 냈다. 김에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는 조미김 대신 굽기만 한 구운 김으로 출시했다. 맛에 대한 자신이었다. 신 PM은 “최근 도시락용 조미김을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구운 김이 가장 잘 팔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을해심은 최근 유통가가 주목하는 ‘가치 소비’ 흐름에 정확히 부합하는 상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산 1호 김 품종으로 만든 우리 김인데 더해 작년 8월 환경에 덜 유해한 해조류 생산에 부여되는 국제 인증인 ‘ASC 해조류’ 인증을 획득했다. 김 부문 세계 최초였다.

정 선임연구원은 “ASC 인증은 토착 품종으로 기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없어야 하고, 오염 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함과 동시에 고용 환경, 지역 사회 영향까지 두루 좋아야 받을 수 있는 인증”이라면서 “2년을 준비해 해조류 최초로 ASC 인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위치한 김 풀무노을, 풀무해심 양식장. /풀무원 제공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 위치한 김 풀무노을, 풀무해심 양식장. /풀무원 제공

맛에 친환경까지 갖춘 노을해심은 소비자가 먼저 찾고 있다. 2020년 8월 출시 이후 1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지만, 지난해 8월 ASC 인증을 받으면서부터 달라졌다. 노을해심은 총 20개의 풀무원식품 김 제품 중 대표 제품으로 올해 9월까지 전년 대비 400% 매출이 늘었다.

풀무원식품은 노을해심을 수산사업부 내에서만이 아닌 전체 제품군에서의 핵심 품목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당장 생산량 증대를 위한 양식 지역 확충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르면 내년 계약 재배하는 전북 부안군의 섬 위도를 넘어 전남 신안군으로의 확장을 예정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신안군에서의 김 재배 계약이 8부 능선을 넘었다”면서 “김 양식은 바닷물이 얼마나 자주 들고 나는 지가 중요한데, 신안은 해안가에 버팀목을 세워 김을 양식하는 지주식을 사용해 이 경우 밀물·썰물로 유속이 생겨 품질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식품은 생산량이 늘어나는 즉시 노을해심 제품군 확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신 PM은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 노을해심의 맛을 알리고 싶었지만, 생산량이 늘 아쉬웠다”면서 “조미김을 넘어 김부각 등 김스낵 제품에 더해 해외 수출도 타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배동주 기자

조선비즈 홈

“직접 먹을 건강한 그래놀라를 만들려한 게 시작이 됐죠. 무엇보다 맛있으면서 또 지속 가능한 대체식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곡물학’이라는 의미를 담은 신조어 ‘그라놀로지’를 브랜드로 삼아 건강식 그래놀라를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크레더블의 손원익 대표를 지난달 22일 만났다.

그는 “통곡을 그대로 사용해 식이섬유가 많고 비타민 B군 함량이 높은 그래놀라를 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손원익 인크레더블 대표. /배동주 기자
손원익 인크레더블 대표. /배동주 기자

2016년 국내에서 처음 그래놀라를 만든 인크레더블은 현재 국내 그래놀라 시장 1위 업체다. 국내 전체 그래놀라 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 아침 식사 대용으로 주로 쓰이는 프리미엄 그래놀라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 110억원을 냈고, 올해는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손 대표는 “그래놀라는 귀리와 보리, 현미,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에 코코넛이나 호두 등 견과류를 오븐에서 구운 것을 말한다”면서 “19세기 미국에서 식이섬유가 많은 환자식으로 개발된 ‘그래뉼라’가 시작이었고, 이후 켈로그가 시리얼로 만들어 낸 게 그래놀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엔 일단 그래놀라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없었고, 일부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제품들 역시 아쉬운 게 많았다”면서 “너무 달아 건강하지 않거나, 달지 않으면 맛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에 돌아와 정보기술(IT) 벤처 회사에서 애플리케이션(앱)·플랫폼 개발 디렉터로 일했던 그는 틈틈이 미국을 오가며 그래놀라를 연구했다. 캐나다 귀리 농장을 직접 찾아 가져온 통곡물을 구워가며 제품을 개발했다. 2016년 그라놀로지라는 브랜드로 그래놀라를 냈다.

인크레더블이란 법인은 2019년에 설립했다.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건물 지하 20평 공간을 빌려 3평은 생산에 활용하고 남은 공간을 카페로 전환해 그라놀로지 그래놀라를 판매했다. 카페 일부 공간에는 작은 사무실을 꾸려 산폐를 줄이는 기술, 원료 배합 기술 등을 개발했다.

그라놀로지는 이내 입소문을 탔다. 품질 좋은 귀리, 견과 등을 이용해 보존료 없이 100% 식물성 단풍나무 수액과 비정제 사탕수수로 맛을 낸 그래놀라가 통했다. 생산 공정을 데이터로 분석해 맛과 식감을 끌어올린 것도 인크레더블 그래놀라 제품의 특징이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그라놀로지는 현재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3사에 모두 입점했다. 국내 그래놀라 브랜드 최초로 미국 아마존으로 진출해 화제를 모았고, 스타벅스코리아 매장에서 판매하는 ‘그릭요거트 앤 그래놀라’ 제품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생산·납품하고 있다.

손 대표는 “원물 그대로 건강하게 말리고 구워낸 그라놀로지 그래놀라가 건강 선호 현상과 맞물리며 인기를 끌었다”고 강조했다.

손원익 인크레더블 대표가 그라놀로지 그래놀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손원익 인크레더블 대표가 그라놀로지 그래놀라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인크레더블은 그라놀로지 그래놀라를 맞춤형 건강식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단백질 함량을 높인 ‘Gr+ 프로틴 그래놀라’를 선보였고, ‘GR-’, ‘GR제로(0)’ 등으로 제품군을 늘리기로 정했다. GR-는 칼로리를 낮춘 그래놀라, GR제로는 당을 완전히 뺀 그래놀라 제품을 일컫는다.

개인 건강 관련 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그래놀라 제품도 선보인다. 그래놀라 제품에 각 개인의 부족한 영양소를 추가해 그래놀라를 아침 등 식사로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최근 헬스케어 플랫폼 업체와 건강보험 데이터 활용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손 대표는 “우리의 제품으로 0세부터 100세까지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게 하는 대체식품 전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푸드테크 기업이 되고자 한다”면서 “아울러 제조에서는 로봇 등을 활용한 자동화를 갖추고 귀리 등 원료 생산단계에서 환경 피해를 줄이는 농법 개발 등의 추진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크레더블은 제조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그래놀라 생산 공장을 경기도 화성으로 확장·이전하고 해당 공장 설비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력만으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1500평 규모 신공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 구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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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테크가 외식업계의 인력난,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의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준 등 법·규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대체육’을 두고 축산업계와의 마찰이 시작됐지만, 이를 중재할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 한우 농가 단체 “대체육 고기 아냐” 반발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우 농가 단체인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성명서를 내고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육류와 영양소가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면서 “고기와는 다른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정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래픽=이은현
그래픽=이은현

고기를 대체한다는 개념의 대체육은 이미 시장이 열린 푸드테크 산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콩에서 얻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만드는 콩고기는 물론 식용 곤충 단백질을 원료로 한 대체육도 나왔다. 최근에는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만드는 배양육까지 등장, 품질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대체육은 대규모 축산업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공장식 도축 같은 윤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환경 등 가치를 소비의 기준에 두는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체육을 재료로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은 물론 최근에는 밀키트(간편조리세트)와 편의점 간편식도 등장했다.

다만 국내에서 대체육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주장과 같이 별도의 표기법이 없는 실정이다. 식품표시광고법상 고기를 원재료로 하지 않은 경우 ‘육’ 또는 ‘고기’ 표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을 뿐, ‘비건’이라는 점을 표시하면 ‘식물성 대체육’으로 쓸 수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대체육이 고기를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현재의 축산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문제는 대체육에 대한 규정이 없어 원재료에 따라 곡류가공품, 두류가공품 등으로 혼재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육류광고법’ 시행… 유럽도 표기 지침 마련

푸드테크 투자가 활발한 해외에선 2010년대 대체육 관련 규정이 이미 마련됐다. 특히 미국에선 2019년 고기가 아닌 상품에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육류광고법’이 시행됐고, 대체육류에는 그 표면에 원재료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에 앞선 2018년에는 육류처럼 붉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헤모글로빈 섭취 실험 데이터를 받아 안정성 입증도 거쳤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별도의 안전 규정을 마련해 새로운 원료는 인체에 무해하고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회 농업위원회는 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식품에 버거, 스테이크, 소시지 등 육류와 관련된 음식을 상징하는 명칭을 식물성 제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유럽연합(EU) 규정 17조 1169/2011)을 마련했다. 대신 채식 튜브, 콩 슬라이스 등의 용어를 쓰도록 하고 있다.

◇ 기준 없는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 파악도 불가

전문가들은 국내 푸드테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금 더 발 빠른 기준 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푸드테크는 식품 생산과 유통, 소비 전 분야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기준 제정의 미비가 대체육은 물론 푸드테크 산업 전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푸드테크 시장의 규모조차 정확히 추산되지 않고 있다. 푸드테크와 관련한 수출입 세번(품목분류) 및 식품 제조·유통 통계분류가 아직도 정의되지 않은 탓이다. 예컨대 대체식품 수입자는 관세청에 수입신고를 할 때 기타식품이나 두류가공품으로 신고해 수입하고 있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푸드테크는 과거의 식품 제조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데 여전히 기존 식품 산업에서 썼던 원료 중심으로 푸드테크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푸드테크 산업은 유통, 서비스로 확장돼 가는데 이에 대한 산업 규모조차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동물에게서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 샘플. /조선DB
살아 있는 동물에게서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 샘플. /조선DB

기준 미비는 지나친 규제로 이어지고 있다. 푸드테크 기술인 쿡앤루트(cook-en-route)가 대표적이다. 차량에 주방을 설치해 주문받는 즉시 조리·배달하는 쿡앤루트는 국내에서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위생법에 주방은 고정된 곳에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어서다.

배양육 시장도 사실상 국내에선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축의 줄기세포를 떼내어 세포 배양에 의해 육류 제품을 생산하는 배양육은 배양지에서 줄기세포를 떼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약사법에 따라 배양지는 의약품에만 사용할 수 있다. 식품으로서 자격을 갖지 못하는 셈이다.

푸드테크 업계 한 전문가는 “배양육을 만드는 과정에 유전자변형생물체(GMO) 기술이 활용된다거나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형성 자체를 막아선 안 된다”면서 “새로운 식품에 맞는 과학적인 안전성 평가 기준과 인정심사 체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올해 기준 마련 나서… 연구개발 방향 설정도

정부는 올해 들어 부랴부랴 대체육 등 푸드테크 관련 기준 마련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초 대체육 등을 생산·판매하는 기업들을 모아 의견을 청취했고, 지난 7월에는 박주봉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직접 나서 대체육 관련 표기 방침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당시 식물유래 대체육을 생산하는 한 기업 대표는 박 옴부즈만을 향해 “농식품부 등 정부가 탄소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대체육 등 시장 활성화를 꺼내들고도 정작 기준 마련은 미루고 있다”면서 “신생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표기방법 지침을 신속히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식약처는 이르면 이달 대체육과 배양육 등에 대한 기준 제정을 위한 자문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내년 관련 기준 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포 배양 등 신기술을 적용한 신소재도 식품 원료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기준·규격 인정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업진흥청을 중심으로 푸드테크 분야 국가 연구개발 방향 설정도 진행하고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푸드테크가 농식품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푸드테크 분야 국가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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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 스탠퍼드대 푸드디자인랩 교수. /배동주 기자
김소형 스탠퍼드대 푸드디자인랩 교수. /배동주 기자

“음식에 기술을 더하는 ‘푸드테크’가 전에 없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소형 스탠퍼드대학교 푸드디자인랩 교수는 지난달 30일 조선비즈와 만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기술까지 푸드테크 안으로 들어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음식의 가치는 단순 식량이 아닌 건강한 먹거리, 지속 가능성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7년여전인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푸드디자인랩을 열고 음식과 관련한 혁신을 연구해 온 글로벌 푸드테크 권위자로 꼽힌다. 현재는 지난해 6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연 스탠퍼드 리서치센터를 오가며 ‘미래 음식’, ‘미래 주방’, ‘미래 레스토랑’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푸드테크 기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인력난과 그에 따른 농산물 수확 감소로 나타난 식탁 물가 상승의 해결사가 돼줬고, 최근에는 먹거리 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를 막는 대안으로까지 떠올랐다.

예컨대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어필 사이언스’는 서양배에서 추출한 천연 왁스를 사과나 아보카도에 뿌려 저장 기간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 유통 과정에서의 폐기를 줄였다.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술로 만들어 파는 푸드테크 스타트업도 나왔다.

글로벌 푸드테크 전문 투자사인 에이지펀더에 따르면 작년 약 62조원이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몰렸다. 전년 대비 85% 늘어난 것으로 세계 64곳 푸드테크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올랐다.

김 교수는 “과거 푸드테크는 식품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 정도에 머물러 왔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음식이 먹는 것만으로 약이 되고,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이미 진화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최근 가장 주목받는 푸드테크는 무엇인가.

“식품과 의료의 결합이 현재는 가장 ‘핫’한 분야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으로 각 개인이 가진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고, 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음식을 연구하는 의사가 늘었고, 우리 푸드디자인랩만 해도 의대와의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스탠포드 의대에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하고 있다. 대·소변에서 검출되는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스마트 냉장고로 전송해 현재 각 개인이 필요한 식단 및 음식을 추천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목표다. 생활습관의학이자 미래 주방의 모습으로 연구하고 있다.”

-의학을 활용하는 푸드테크 기업이 있나.

“이미 많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의료 차원에서의 음식 섭취 기술을 내놨다. 스스로를 생활습관의학테크라 소개하는 ‘레벨스 헬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연속혈당감시장치를 이용해 각 개인이 먹는 음식의 적합 정도를 판단하고 건강을 위해 어떤 식단을 짜야 하는지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해도 혈당 수치 등 신진대사는 개인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연속혈당감시장치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간단하게는 스타벅스에서 어떤 음료를 어떻게 주문해야 좋은지, 나아가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의학 외에는 또 무엇이 있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술이 사실 푸드테크의 핵심이다. 의학이 핫한 분야라면, 지속 가능성은 푸드테크의 본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비욘드미트’ 등 대체육 기업이 주목받은 이유도 육류용 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최근에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기존의 육류를 대체하는 방식의 탄소 배출량 절감을 넘어 항공우주 기술을 활용한 탈탄소 푸드테크로 진화하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술을 만드는 ‘에어컴퍼니’가 나왔고, 이산화탄소로 단백질을 만드는 ‘에어프로틴’까지 나왔다”

-푸드테크에 결합된 항공우주 기술은 무엇인가.

“나사는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기술 특허를 등록하고, 이후 20년이 지나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가 나사의 특허에서 출발했다. 불을 사용해 음식을 데울 수 없는 우주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나사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가 조명 받으면서 발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 예컨대 나사는 우주선 내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로 만드는 탄소 변환 기술을 냈는데, 이게 에어컴퍼니의 기술이 됐다.”

-에어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우주비행사의 날숨 내 이산화탄소를 물을 전기 분해한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보드카를 만든다. 보드카 이름은 ‘에어보드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술’이라는 제품 콘셉트는 시장을 매료시켰고, 설립 2년 만에 유니콘이 됐다.”

-푸드테크로 미래의 음식은 완전히 달라질까.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본다. 1973년 나온 영화 ‘소일렌트 그린’을 보면 과일이나 채소, 고기 같은 천연 식품이 사라진 2022년의 지구를 표현하며 알약(소일렌트)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제품도 나왔지만,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본다.

가령 알약은 절대 음식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음식이 지니는 가치는 맛, 대화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위한 한끼 음료가 나왔지만, 일부의 수요만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보다 많은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미래 레스토랑은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보나.

“배달 중개 플랫폼 ‘우버이츠’를 운영하는 우버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레스토랑은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변해갈 것으로 전망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한 곳에 고정된 채 손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 수요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버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레스토랑을 고민했다. 오전 시간 특정 지역에 팟타이가 잘 팔린다면 그 시간대 해당 지역에서 팟타이를 만들어 팔고, 저녁에는 또 수요에 대응하는 식이다. 더 맛있고 개인에 맞는 음식, 지속 가능한 음식이 주요 소재가 될 것으로 본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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