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 웹툰 명장면 1분 만에 완판”… NFT 올라탄 카카오엔터

카카오 웹툰 NFT 작품 만들어 판매

100개 한정판 첫 판매 즉시 매진

IPO 앞두고 영상·게임 넘어 새 수익원 확보

네이버 등 콘텐츠 경쟁사도 진출 예상

카카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단행본 표지(왼쪽)와 이를 활용해 만든 원화 80만원짜리 애니메이션 형식의 NFT 작품(오른쪽). /앱 캡처
카카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의 단행본 표지(왼쪽)와 이를 활용해 만든 원화 80만원짜리 애니메이션 형식의 NFT 작품(오른쪽). /앱 캡처

12일 오전,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거래소 한 곳에 카카오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 팬들의 접속이 몰렸다. 카카오가 나혼렙의 마지막화(179화) 명장면을 100개 한정 NFT 작품으로 만들어 팔기로 했기 때문이다. 10초짜리 애니메이션인 이 디지털 작품의 개당 가격은 암호화폐 500클레이(KLAY·약 80만원)다. 80만원을 쓰지 않아도 언제든지 카카오페이지에 접속해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소장가치가 높은 한정판이란 점이 팬심(fan心)을 자극했다. 카카오에 따르면 판매 개시 1분 만에 100개가 모두 팔렸다. 별도로 200개가 발행된 100클레이(약 16만원)짜리 172화 명장면도 비슷한 시간에 매진됐다.

12일 오전 9시 클롭드롭스에서 판매 개시 후 순식간에 매진된 '나 혼자만 레벨업' NFT 작품들. /앱 캡처
12일 오전 9시 클롭드롭스에서 판매 개시 후 순식간에 매진된 '나 혼자만 레벨업' NFT 작품들. /앱 캡처

카카오의 스토리(웹툰·웹소설)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나혼렙 NFT 판매를 시작으로 스토리 사업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스토리 플랫폼에서 이용자의 작품 열람으로 얻는 1차 수익, 영상·게임화를 통한 2차 수익을 넘어 NFT 작품 판매라는 또다른 수익원이 생긴 것이다.

나혼렙은 전 세계 누적 조회수 142억회를 달성한 카카오엔터의 인기 콘텐츠 지적재산(IP)이다. 이날 1분 만에 끝난 NFT 작품 수익은 총 7만클레이(약 1억1700만원)로, 카카오와 웹툰 작가가 계약 조건에 맞춰 나눠 갖는다. 카카오엔터는 오는 22~23일 1억 조회수 웹툰·웹소설 ‘빈껍데기 공작부인’의 캐릭터도 NFT 작품으로 내놓는다. ‘제너러티브 아트’라는 새로운 디지털 창작 기법으로 각기 다른 포즈와 착용 아이템을 가진 7777개의 캐릭터 일러스트를 만든다. 가격은 개당 80클레이(약 13만원)다.

'빈껍데기 공작부인'을 활용한 NFT 작품. /카카오 제공
'빈껍데기 공작부인'을 활용한 NFT 작품. /카카오 제공

카카오엔터는 두 NFT 작품을 일회성 이벤트 작품으로 끝내지 않고 다른 인기작의 NFT화도 계속하기로 했다. 카카오엔터는 “나혼렙 NFT는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기존 2차 창작을 넘어 IP의 새로운 확장에 도전하는 의미가 있다”라며 “IP와 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IP 산업 규모를 늘리겠다”라고 했다. 연내 목표로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력 사업인 스토리 사업의 수익 확대 노력으로 풀이된다.

NFT 작품 수익 성장을 견인할 스토리 사업 성장은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에서 발생한 거래액, IP의 타플랫폼과 해외 유통으로 발생한 거래액을 합친 스토리 사업 총거래액은 2325억원으로 1년 만에 56% 성장했다. ‘경이로운 소문’ ‘이태원클라쓰’ 등에 이어 영상화를 준비 중인 이병헌·유아인 주연의 ‘승부’, 이정재 감독의 ‘헌트’ 넷플릭스 리메이크 작품 ‘종이의 집’ 등 NFT와 시너지가 높은 인기작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지난달 스토리 사업의 글로벌 거래액을 3년 내 3배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카카오엔터의 NFT 작품이 거래되는 NFT거래소는 카카오 그룹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지난달 정식 출시한 ‘클립드롭스’다. 클립드롭스는 카카오엔터의 IP 말고도 여러 창작자의 작품을 NFT로 발행, 이용자가 클레이 같은 암호화폐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그라운드X에 따르면 클립드롭스는 정식 출시에 앞서 시범 서비스 2주 만에 190만클레이(약 3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거래 중개 수수료가 주수익원이므로, 카카오엔터 IP의 유입으로 거래가 활성화할수록 그라운드X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

최근 로이터는 블록체인·NFT 시장조사업체 댑레이더를 인용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NFT 거래액이 전년(2020년)보다 262배 성장한 3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NFT 거래가 빠르게 일상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콘텐츠 IP를 가진 경쟁사들도 카카오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네이버는 아직 본격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계사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클립드롭스 같은 NFT거래소 ‘라인 NFT’를 상반기에 출시하기로 했다. 메타버스 제페토의 맵 풍경(벚꽃정원), 라인프렌즈 캐릭터 등 자사 IP를 NFT로 발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선 SK스퀘어는 “(자회사인) 웨이브(영상), 플로(음원), 원스토어(웹툰·웹소설)가 가진 IP를 기반으로 제작한 가상자산을 NFT 거래소를 통해 간편하게 구매하고 소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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