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표준포럼] “표준은 新시장 진출 지름길”… 정부,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발표 (종합)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
정부, 2030년까지 국제표준 250여건 제안 추진
“글로벌 표준 경쟁 앞서기 위한 첫걸음될 것”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총회에는 산학연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조선비즈DB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총회에는 산학연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조선비즈DB

"표준은 미래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기술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의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부가 K-표준 전략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미래차, 디스플레이 등 12개 첨단산업 분야에서 표준 과제를 발굴해 2030년까지 국제 표준 250여건을 제안하는 등 표준화 논의를 선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조선비즈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4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를 개최했다. 국표원과 한국표준협회는 이날 총회에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늘 발표한 국가표준화 전략은 첨단산업 분야의 치열한 표준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초격차 프로젝트 등 주요 산업 정책과 국제 표준화 전략을 연계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총회 참석자들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표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정부와 민관이 함께 표준전략을 수립하고 기술 발전에 대응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국가와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DB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이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DB

◇ 정부,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발표

이날 행사의 백미는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 발표였다. 정부가 첨단산업에 대한 표준 전략을 수립해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관이 함께 만든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미래차 ▲미래선박 ▲로봇 ▲첨단제조 ▲양자기술 ▲핵심소재 ▲원자력 ▲청정에너지를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국제표준 250여건 개발을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분야가 다양한 만큼 전략 수립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지식경제부 차관,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으로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의 공동의장을 맡은 임채민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지난해 9월 표준포럼이 출범한 이후 8개월 동안 12개 산업군별로 표준화 전략을 만들었고, 리더십 포럼을 통해 방향과 골격을 조율했다”면서 “국가표준화 전략 발표는 한국이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한 출발점에 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첨단산업 분야 국제 표준은 ▲초격차 유지 ▲신시장 확보 ▲국산화 지원 ▲미래기술 방향성 정립 등 4개 유형으로 나눠 개발된다. 정부는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고,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가 예정된 첨단산업 분야는 초격차 유지를 목표로 국제표준 개발을 추진한다.

국제 표준 논의 주도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계획도 반영됐다. 국제 표준 논의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 국제표준화기구 의장단 내 한국인의 진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 독일 등 주요 기술표준 강국과 표준포럼 및 양자회의 등을 통한 표준협력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기업의 표준화 활동 지원도 확대한다. 기업과 표준전문가를 연결해 표준 동향을 제공하고, 표준안 작성 자문 등 기업의 표준안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표준포럼’을 신설해, 기후변화·AI 등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장도 개최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가표준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기술 변화에 맞춰 전략을 즉각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전략 구조를 유연하게 구축했다. 임 고문은 “앞으로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여서 수정·보완해 나가면서 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덕기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맨 오른쪽)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덕기 교수, 함상범 MS 전무, 강명수 한국표준협회 회장, 오광해 국표원 표준정책국장, 최갑홍 성균관대 교수. /조선비즈DB
김덕기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맨 오른쪽)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덕기 교수, 함상범 MS 전무, 강명수 한국표준협회 회장, 오광해 국표원 표준정책국장, 최갑홍 성균관대 교수. /조선비즈DB

◇ “AI 리스크, 표준이 ‘가드레일’ 돼야”… “신산업 밑그림 표준으로 그려야”

핵심 첨단산업인 AI와 반도체, 미래차 분야에 대한 세부적인 표준 전략도 이날 총회에서 발표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함상범 최고표준임원(전무)은 ‘인공지능 안전성과 표준’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업은 표준을 통해 책임 있는 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전무는 알파고와 챗GPT 등의 출현을 상징적 사건으로 들면서 “생성형 AI가 최근 2년 내 보여준 성과를 통해 인류에 앞으로 더 많은 기회와 동력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사실이 아닌 사실을 믿게 만들거나, 특정 인종·종교에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성형 AI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며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안전한 방향’으로 AI를 사용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이에 대처할 유연하고 기민한 정책·전략이 요구되며 여기엔 표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 표준 수립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덕기 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 중점 표준화 계획의 핵심은 연구개발(R&D)과 표준, 특허를 연계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표준 활용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선도 기술의 글로벌 시장 확산을 위해 기업·학계와 협력해 ▲첨단 패키징 기술 표준화 ▲국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표준화 ▲에너지·모빌리티용 초고전압 화합물 전력 반도체 표준화 등 35건의 국제표준을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미래차와 관련해선 신산업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표준으로 산업 구조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종찬 국표원 자율차 국가표준코디네이터는 “미래차 같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경우, 백지에 산업을 새로 그리는 격”이라며 “해당 세계의 표준이 있어야만 관련 인프라 등이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코디네이터는 “CV(Connected Vehicle·커넥티드카) 분야는 VTX(근거리통신망)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통신·보안·데이터 등과 관련한 표준이 없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준으로 산업을 스케치하고,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국가표준 30건 제정, 국제표준 40건 제안을 목표로 미래차 표준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포럼 공동의장인 조성환 ISO 회장은 총회 특별강연에서 “표준은 국가의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기업의 수익성을 증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표준화 활동 참여도는 선진국 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더 많은 민간 분야가 표준 활동에 참여하고, 더 많은 전문가가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는 미래 첨단산업의 국제 표준 전략을 공론화하기 위해 조성된 회의체다. 지난해 9월 12개 첨단산업 분야 민간 표준포럼이 조직됐고, 이날 첫 총회를 개최했다.

#2024 표준포럼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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