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은 국가의 경제 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기업의 수익성을 증대하는 역할을 한다.”
조성환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은 2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 총회’에서 “표준은 공기와 같다.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표준에 둘러 쌓여져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제 표준 기구의 수장이면서 첨단산업 표준 리더십 포럼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지식과 산업의 교차로, 표준’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조 회장은 “표준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시킨다”면서 “이는 순익 증대로 이어진다. 성장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어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고객의 신뢰도 높인다”면서 “비즈니스 프로세스(경영 방식)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의 표준화 노력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한국 기업의 표준화에 대한 참여도는 여타 선진국의 기업과 비교하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기존 표준을 잘 지키고, 인증을 받아 수출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한국 기업이 표준화에 소극적인 이유로 “표준화 활동이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이 표준의 효과를 체감하고, 국제 표준 활용과 제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국가 경제에서 표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조 회장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선 표준 활용도를 1%만 올려도, 총요소생산성을 연평균 0.1% 올릴 수 있었다”며 “호주는 표준 활용도를 1% 올리면, 국내총생산(GDP)를 0.17%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GDP의 0.17%라면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했다.
그는 특히 첨단산업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표준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가 사회가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파괴적이다. 마치 지수함수처럼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다”며 “인공지능(AI)이 대표적이다. 어제의 AI와 오늘의 AI가 다르다”고 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3년에 걸쳐 AI의 표준을 만들었다면, 그 표준은 ‘표준’이 아닌 ‘유물’이 될 것”이라며 “AI가 초래할 리스크와 제공할 기회를 안전하게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현재 AI 표준 논의의 핵심”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자기술에 대한 표준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양자 커뮤니케이션부터 컴퓨팅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와 대응에 대해서도 다양한 표준을 만들었다. ISO도 ‘ISO 14000′을 통해 쓰레기 감축부터 탄소배출 최소화까지 표준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주요국이 표준 전략을 경제 안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의 표준 전략 수립과 지속적인 추진을 당부했다. 그는 “한국의 국제 표준 분야 리더십은 경제 규모나 기술 수준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다”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더 많은 민간 분야가 표준 활동에 참여하고, 더 많은 전문가가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세계 시민’”이라며 “표준을 통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게 진정한 표준의 구현”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올해 1월 ISO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5년 12월까지다. 조 회장은 현대오트론 대표와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 등을 거쳐 2020년 현대모비스 대표로 취임했다. 2023년 대표직을 마치고 고문으로 옮겼다.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석사를 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