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채널도, 소비자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추구하는 가치가 계속 변한다. 유통업이라는 테두리로 이 업종을 규정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고민한다. 아무도 보지 못했던 부분에서 독자성을 찾아야 브랜드 가치가 생긴다.”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김창주 리츠메이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건강 지향적 소비를 강조하고, 기업에 강한 책임을 요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쉽게 말해 소비자가 기업 활동, 상품, 서비스 전반에 걸쳐 진정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 토의에는 김창주 교수를 좌장으로 타나카 토모아키 다이마루백화점 상무, 오오츠카 류우타 가루비 부장, 카네코 테츠야 가루비 식품건강사업추진부 과장, 정양오 이마트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일본 브랜드 혁신 전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오츠카 부장은 브랜드가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묻자 “브랜드란 소비자와 약속”이라며 “가루비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가루비는 1949년 창업한 일본 유명 스낵 회사다. 영어로는 칼비(Calbee)라 쓰고, 일본어로 가루비라 발음한다. 사람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 칼슘에서 칼을, 비타민 B1에서 비를 조합해 이름을 만들었다.
오오츠카 부장은 “‘가루비 상품이라면 틀림없이 맛있을 거야’라는 기대감과 오랫동안 쌓은 친근함을 넘어서야만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며 “감자칩 시장만 놓고 보면 고이케야(湖池屋)라는 스낵 회사가 라이벌이지만 스낵을 넘어 건강 비즈니스 차원으로 시장을 넓히면 이들조차 동료고, 새로운 시장을 함께 만드는 팀”이라고 말했다.
정양오 이마트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는 같은 질문에 “브랜드가 의미 있으려면 다른 기업은 주지 못하는 독보적인 경험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마트는 유통업 본질이 소비자 삶을 풍족하게 만드는 제품을 긍정적인 기억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 상무는 “유통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라이벌 기업을 하나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필요한 일상적인 상품을 독특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모든 판매자 경쟁자”라고 말했다.
정 상무에 따르면 이마트는 빠르고 간편한 온라인 신선식품 유통업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신선식품 유통업체만 줄 수 있는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장점을 살려 지역사회 허브로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정 상무는 덧붙였다.
타나카 토모아키 다이마루백화점 상무는 앞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이마루 백화점은 일본 백화점 2위 기업 J.프론트리테일링 산하 브랜드다. 타나카 상무는 ”현재 다이마루 외에 J.프론트리테일링 산하 파르코라는 쇼핑센터 브랜드가 현대백화점과 제휴하기로 했다”며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법인 상대 영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카네코 테츠야 가루비 식품건강사업추진부 과장 역시 “가루비는 이미 한국에서 감자칩과 대표 상품 자가비를 팔고 있을 뿐 아니라 해태제과와 연계해 제조면에서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며 “사업 한 중심축인 개인 맞춤형 바디그래놀라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