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유통포럼] 미래 유통의 핵심은 ‘브랜딩’... 독자적인 가치 쌓아올려야 (종합)

제11회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 개최
앨버트 벵수산 뱅앤올룹슨 부회장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혁신 강조”
조수용 매거진 B 발행인 “브랜드는 감각과 자본 활용해 소수를 향하는 여정”
홍성태 교수 “이름 붙이고 머리에 심어 ‘고착개념화’ 해야”
이효정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 “쌓아 올린 ‘밀도’가 줄 세우는 비결”
사이먼 니콜스 러쉬 디렉터 “핵심 ‘가치’ 지켰더니 60년 지속”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김영수 조선비즈 대표가 제11회 유통산업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는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11회 유통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Next Era: 브랜드가 주도하는 미래(Next Era: Brand Insight)’를 주제로 유통의 미래를 진단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600여 명의 유통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축사에서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유통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유통 기업들은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올바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브랜드는 기업의 흥망을 쥐는 ‘키(key·열쇠)’가 될 것”이라며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를 어떻게 할 건지, 대한민국이란 브랜드를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하는 게 기업인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매력적인 도시 브랜드가 유통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오늘 포럼이 유통산업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고 전망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도 축전을 보내 축하와 격려의 뜻을 표했다.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디지털 역량 키워야

이번 포럼에선 명품, 리테일, 마케팅, 온라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콘텐츠, F&B(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성공 브랜딩 전략을 공유했다.

‘명품과 브랜딩’을 주제로 강연한 앨버트 벵수산 뱅앤올룹슨 부회장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판매 전략을 펼치는 럭셔리 시장의 상식이 바뀌고 있다”며 “디지털화를 통해 구체적인 소비자 데이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앨버트 벵수산(Albert Bensoussan) B&O 부회장

벵수산 부회장은 앞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와치앤주얼리 디렉터로 일했고, 케어링 그룹에서 와치앤주얼리 대표이사를 지냈다. 2020년부터는 럭셔리 오디오 기기 뱅앤올룹슨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디지털화 때문에 오랜 소비자와 관계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하지만, 소비자 중 80~90%는 온라인 마켓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브랜드 정보를 먼저 접한다”며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혁신을 강조하고 디지털 역량을 키워야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좋은 브랜드는 소수를 향한 여정... 밀도 쌓아야

조수용 매거진 ‘B’ 발행인은 “모두에게 좋은 브랜드는 없다”라고 했다. 조 발행인은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61,600원 ▲ 0 0%) 공동대표를 역임한 경영인으로 알려졌지만, 2011년 국내 최초의 브랜드 다큐멘터리 잡지 매거진 ‘B’를 만든 브랜드 전문가이기도 하다.

조수용 매거진 <B> 발행인이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유통산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는 ‘여정(旅程), 브랜드가 되다’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많은 브랜드를 책으로 다루면서 좋은 브랜드들은 너무나도 적은 소수를 타깃으로 삼는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브랜드는 감각과 자본이라는 그릇을 활용해 소수를 향하는 여정”이라고 정의했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브랜딩의 시작은 이름을 붙여 나만의 존재를 만드는 것이고, 브랜딩의 끝은 자기 나름대로 재정의한 브랜드의 의미(씨앗)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심어(인셉션) 고착개념화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줄 서는 빵집’으로 유명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창업한 이효정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인종과 지역에 상관 없이 공들인 시간과 공간, 레이어(layer·층), 경험의 밀도에 공감한다”며 “공간의 구성원들, 조명의 방향, 내부와 외부의 공기, 손님들이 내는 식기 소리 등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런던베이글만의 밀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조선비즈 유통산업포럼'에서 이효정 런던베이글뮤지엄 창업자(CBO)와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대담을 나누고 있다./조선비즈

◇ ‘핵심 가치’ 지키는 것이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힘

사이먼 니콜스 영국 러쉬 글로벌 파트너 서포트팀 총괄 책임자는 60년간 이어온 브랜드의 비결을 ‘가치’에서 찾았다. 그는 ‘유행은 흐름을 타면서 수용해라. 하지만 가치 측면에선 큰 바위처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신선한 원료로 직접 손으로 만들고 포장하지 않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지킨 것이 러쉬의 지속 가능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먼 니콜스 러쉬 디렉터가 23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3 유통산업포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브랜딩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마켓오’ ‘비비고’ 등 200여 개의 브랜드를 만든 F&B 브랜딩 전문가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도 가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노 대표는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SNS)가 마케팅의 중심이 되는 시대인 만큼 모든 것이 가시화돼야 브랜딩이 가능하다”며 “맛과 품질은 기본이고 브랜드 철학, 진정성과 지속성까지 가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가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유통산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온라인 브랜딩 전략도 논의됐다. 타츠야 키타가와(Tatsuya Kitagawa) 미츠코시이세탄 홀딩스 온라인스토어 그룹장은 “아마존 넘어서려면, 오프라인 체험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인 형태의 전자상거래 사업을 해 봤자 아마존 같은 강자를 이길 수 없다”며 오프라인 매장의 체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한 이세탄 백화점의 전략을 소개했다. 미츠코시이세탄은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컨시어지팀을 구성하고, 직접 판매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고객의 요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식으로 고객들의 백화점 방문 횟수를 평균 7~8회에서 52회까지 끌어올렸다.

타츠야 키타가와 미츠코시이세탄 홀딩스 온라인스토어 그룹장이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유통산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시대정신’ 반영해 브랜딩과 매출 창출해야

콘텐츠 분야의 브랜딩 방안도 모색했다. 유튜브 코미디 채널 피식대학, 숏박스 등을 이끌고 있는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는 ‘놀림의 미학’을 주제로 ‘시대정신에 맞는 코미디 콘텐츠의 함의와 중요성’을 설파했다.

정 대표는 “미학적 관점에서 ‘놀림’은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예술학”이라며 “’잘’ 놀리면 갈등 해소는 물론 훌륭한 마케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사랑 산악회’ 영상의 댓글을 보면 ‘짜증 나는 아저씨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울고 웃으며 인생을 배운다’는 반응이 있다”라며 “시대정신을 반영한 놀림을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바꾼 것처럼, 기업들도 놀림을 잘 활용하고 기꺼이 놀림 받으라”고 조언했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가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유통산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콘텐츠 커머스 전문가인 김용태 더에스엠씨그룹 대표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사람 중 10%는 구매 전환을 한다”며 “잘 만든 콘텐츠는 소비자 구매를 끌어내는 훌륭한 소재”라고 했다. 그는 ‘딜 커머스’를 선보인 ‘네고왕’의 사례를 소개하며 “유튜브를 통한 딜 커머스라는 수단을 잘 이용하면 브랜딩과 매출 창출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더에스엠씨 대표이사.

◇강한 브랜드는 위기에도 위력 발휘해

‘브랜드 강국 일본, 세계 1위 브랜드의 힘’을 주제로 한 패널 토의도 진행됐다. 좌장으로 나선 김창주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2021년 도요타 자동차의 해외 매출 비중은 33%, 게임 회사 닌텐도는 78%, 미니스톱은 60%였다”며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에 널리 진출해 있는 비결을 ‘브랜딩’에서 찾았다. 브랜딩은 기업의 위기나 실패, 국가 간의 외교 갈등에서 벌어지는 불매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2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3 유통산업포럼'에서 패널 토의에 참석한 김창주 리츠메이칸대 교수를 좌장으로 히로키 하다 베타 재팬 최고경영책임자, 타츠야 키타카와 그룹장, 임준형 신세계프라퍼티 리징(leasing) 담당이사./조선비즈

발제자로 나선 히로키 하다 베타 재팬(b8ta Japan)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한 베타 재팬의 사례를 소개했다. 하다 COO는 “매장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플랫폼”이라며 “고객들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체험하고, 물건을 만져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또 임준형 신세계프라퍼티 리징(leasing) 담당 이사는 “코로나19 확산기에도 스타필드는 성장했다”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고 난 후 고객들이 원하는 색다른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다른 브랜드와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3 유통산업포럼

=김은영 기자

=연지연 기자

=유진우 기자

=이민아 기자

=배동주 기자

=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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