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신(新) 벤처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500여년 만의 가뭄’, ‘105년 만에 폭우’ 등 기후위기가 식량 공급망을 흔들면서 푸드테크가 문제의 해결사로 급부상해서다.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에도 푸드테크만큼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2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까지 비건 치즈를 생산하는 ‘아머드 프레시’, 로봇 푸드테크 스타트업 ‘로보아르테’, 식물성 대체육 스타트업 ‘이노하스’ 등 대체 식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500억원 가까운 투자가 몰렸다.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제품군. /아머드 프레시 제공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제품군. /아머드 프레시 제공

특히 아머드 프레시는 2020년 12월 KDB산업은행가 주도해 진행한 62억원의 투자 유치 이후 약 1년 반 만에 27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아몬드 우유를 원료로 한 100% 식물성 치즈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노하스로도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가 몰렸다.

◇ 뜨는 산업 된 푸드테크… “투자 위험도 낮아”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이 같은 투자 유치는 신규 투자 유치 난항으로 신약 개발 중단까지 된 생명공학(바이오)·의료 기업들의 현주소와 대조된다.

지난 7월 항체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 파멥신은 재발성교모세포종 신약의 호주와 미국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했다. 회사 측은 “임상 중단은 유효성과는 별개로 자금 부담이 원인”이라고 했다. 일부 기업은 급여 삭감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한 심사역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벤처투자로 오는 자금이 말랐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부문 벤처투자 규모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7% 넘게 감소했다.

플랫폼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때 1조원 매각이 거론됐던 티몬은 잇따라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기업가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푸드테크가 이른바 ‘뜨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체육과 같은 대체 식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낙농·축산업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대체육 등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성장성을 담보한다. 

2006년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진행한 산업군별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16%), 교통(14%), 에너지(13%)보다 많다. 북미산 소 한마리가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소형차 1대의 배출량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체육은 대두나 완두에 섬유질과 오일 등을 배합하는 식물성 단백질 대체육, 동물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세포를 분화·증식시켜 얻는 동물세포 추출 배양육 등이 대표적으로 소 등 대규모 사육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뭄과 폭우 등 환경 문제 대두로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환경오염 방지와 동물복지 등을 위해 ‘착한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이란 점도 투자 시장의 푸드테크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푸드테크는 바이오·의료 부문과 달리 실제가 분명하고, 먹거리라는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면서 “투자 위험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푸드테크에 10조원 지원…유니콘 10개 육성 목표

업계는 푸드테크로의 투자가 앞으로 더욱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식탁 물가가 위협받자 정부가 식량 안보 강화의 수단으로 푸드테크를 올리면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국가 식량안보 전략 2051′을 세우고 푸드테크 투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팜 자동화 시스템. /연합뉴스
스마트팜 자동화 시스템. /연합뉴스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UAE는 2018년 식량안보지수(GFSI)를 2051년까지 전 세계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고 푸드테크 챌린지를 열었다.

당시 전 세계 400개 이상 스타트업이 식량난 해결 방법과 식품 생산 기술을 제안했고, UAE는 스마트팜 등 상용화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외식산업 혁신 플러스 대책(제3차 외식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내고 2026년까지 외식산업 혁신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향후 5년 내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1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이 운영하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는 올해 100개 펀드 시대를 열기도 했다.

농림수산식품산업에 대한 투자 촉진을 위해 정부가 출자하고 농금원이 민간과 함께 조성하는 민관공동출자펀드로 지난 7월 100개 펀드, 총 1조6017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푸드테크가 식량 생산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방편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의 지속 성장 전망이 나오면서 식품회사 등은 아예 푸드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롯데벤처스는 2026년까지 국내 스타트업으로 36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푸드테크를 투자 핵심에 올렸다.

롯데벤처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혁신 신사업을 찾겠다며 지난 2016년 설립했다. 신 회장이 약 20% 지분을 갖고 있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한창인 한화솔루션(49,350원 ▼ 1,250 -2.47%)도 배양육 등 ‘푸드테크’ 분야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다나그린’ 지분을 확보했고 참치 배양육으로 유명한 미국의 ‘핀레스푸드’에도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ESG 경영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빌 게이츠도 푸드테크 투자…2020년 글로벌 투자 173억 달러

해외에선 이미 푸드테크가 벤처 투자의 중심에 올라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농구 구단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미 ABC방송의 샤크탱크에 나오는 투자자로 유명한 마크 큐반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뉴트럴푸즈’에 1200만 달러(약 167억원), 400만 달러(약 56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미국 포틀랜드에서 2019년 설립된 뉴트럴푸즈는 미국 최초 탄소 중립 식품 회사를 표방하는 스타트업이다.

낙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제로(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의 양이 0인 제품) 우유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로 축산업 탄소 배출 감소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의 배양육 회사인 ‘업사이드푸드’는 지난 4월 배양육 회사로는 역대 최대인 4억 달러(약 560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배양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눈 여겨 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투자를 이끌었고, 세계 최대 식량 트레이더인 카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푸드테크로 몰리는 자금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2011년 1억 달러(약 1400억원)에 머물렀던 글로벌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은 2020년 173억 달러(약 24조원)로 급증했다. 푸드테크 시장은 2027년 477조원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식품 산업 주도권은 푸드테크 성과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시장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동주 기자

조선비즈 홈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조리하고, 테이블로 서빙한다. 사용된 재료는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고기다. 상상 속 장면 같지만,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풍경이다. 외식업계의 인력난과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까지 겹치며 음식의 변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조선비즈는 음식과 결합한 기술, ‘푸드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푸드테크를 활용한 현장을 취재하고, 푸드테크를 이끄는 전문가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서울시 성수동의 차(茶) 전문점 ‘슈퍼말차’. 이곳에선 예열한 다완(찻사발)에 가루차를 담아 올리면 ‘ㄷ’자 모양 로봇이 ‘격불’한다. 격불은 차선(칫솔)으로 거품을 내 차의 맛을 끌어올리는 행위다. 빠르되 부드러워야 해 ‘장인의 일’로도 불리는 격불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말차 성수점에 있는 격불 로봇. /힛더티 제공
슈퍼말차 성수점에 있는 격불 로봇. /힛더티 제공

‘푸드테크’라는 이름으로 음식에 깃든 기술이 이제 카페 등 일상 곳곳으로 완전히 스며들고 있다. 로봇을 통해 음식을 서빙 받는 일은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이 떠오르면서다. 최근에는 콩 단백질 분리 기술을 쓴 대체육이 등장해 ‘맛있게’ 채식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 사람일 대신하는 로봇…하루 50마리 치킨 튀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로봇을 활용한 푸드테크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지난 4월에는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내고 서빙을 넘어 손님 맞이와 주문을 로봇에 넘겼다.

우아한형제들이 로봇을 내세운 이유는 외식업계에서 인력난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해 외식업계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도 영향이다. 음식점주는 월 30만원 로봇 렌털료를 내면 음식을 나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식음료 분야 기업들은 이미 로봇을 도입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로보아르테는 지난 8월부터 ‘롸버트 치킨’ 브랜드로 가맹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시간당 50마리의 치킨을 로봇이 사람 대신 튀겨낸다. 슈퍼말차의 운영사 힛더티는 매장을 경기도 동탄점 등 6곳으로 확장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금융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핀테크(금융+기술)가 금융권 혁신을 일으켰다”면서 “음식과 결합한 기술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넘어 식품 생산 방식 전반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푸드테크는 2014년 즈음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미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푸드테크가 식품의 생산부터 유통, 배송, 소비 등 식품사슬 전반에 대한 혁신 기술로 받아들여지며 투자가 늘면서다. 동시에 연평균 7%씩 시장이 성장, 지난해 기준 2720억 달러(약 380조원) 시장이 됐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식물에서 단백질 추출…마트·편의점도 대체육 판매

국내 푸드테크는 인건비 감축을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최근 대체 식품으로까지 시장이 커지고 있다. 대체 식품은 식물이나 곤충에서 단백질을 추출(분리)해 가공하는 기술을 활용한 먹거리다. 식물 추출 단백질을 쓴 식물성 고기·계란·유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환경과 동물 보호 등을 이유로 식물성 대체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체 식품 산업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늘었다.

CJ제일제당(408,500원 ▲ 4,000 0.99%)이나 신세계푸드(56,400원 ▲ 300 0.53%) 등 식품 제조사는 이런 흐름를 반영해 대체 식품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내고 떡갈비, 스테이크 등을 출시했다.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낸다는 목표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7월 대체육 ‘베러미트’를 론칭한 이후 SK텔레콤(51,700원 ▼ 100 -0.19%), SK하이닉스(88,000원 ▲ 0 0%) 등 기업 구내식당과 스타벅스에 자체 개발한 돼지고기 대체육 슬라이스 햄을 납품하고 있다. 가공육 캔햄과 맛과 식감이 유사하고 상온으로 유통, 보관할 수 있는 런천 캔햄도 출시했다.

음식 제조사들이 푸드테크를 활용해 출시한 비건 식품은 일상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대형마트 정육 코너에서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함께 대체육을 판매하는가 하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말 채식 전문 브랜드 ‘그레인그레잇’을 선보였다. CU도 대체육 김밥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 /신세계푸드 제공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베러미트'로 만든 샌드위치. /신세계푸드 제공

◇ 20억원 국내 푸드테크 시장...200억원으로 성장 전망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봇과 대체 식품을 넘어 식음료 시장 전반으로 기술 활용 시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 급식 업체 아워홈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날씨와 계절, 요일, 기업별 메뉴 선호도 등을 분석해 당일 특정 메뉴가 얼마나 나갈지 분석한다.

식음료업이 주된 사업 부문이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푸드 테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그룹은 특히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대체 식품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에도 세포 배양 연어살 사진을 올리고 “단백질, 비타민과 칼슘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대체 우유를 활용한 ‘발효 단백질 바닐라 아이스크림’ 도입도 준비 중이다.

한화그룹 역시 김동관 부회장이 대체 식품을 신성장 동력에 올렸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대체육 스타트업 뉴에이지미츠에 투자했다.

올해는 미국 최초 세포배양 생산 공급업체인 핀레스푸드와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다나그린에 11억원을 투자해 지분 3.76%를 확보했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이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식품대전’에서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현재 약 20조원 규모 수준이지만, 160조원인 국내 외식업 시장과 110조원에 달하는 식재료 유통 시장과 결합해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타트업 투자사인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는 “후라이드 치킨의 등장에는 일정한 온도로 기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 콩에서 기름을 분리하는 기술 등이 작용했다”면서 “먹는 행위와 관련한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의 성장이 기술에 기대며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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