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투자포럼] 최준영 율촌 전문위원 “전 세계 에너지·식량 안보 고조...자국 우선주의 거세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식량 가격 급등
러시아 의존도 높았던 유럽부터 경제 위기
미국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 체제 강화...새로운 생존 전략 모색해야

“통합을 외치던 세계화는 끝났습니다. 미국부터 자국 우선주의 체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건 미국이며, 모두 이 판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 '2022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이 '2022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서 ‘에너지 및 상품시장의 혼란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했다. 곡물, 에너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면서 공급처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식량 불안정이 심화하자 유럽부터 경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최준영 위원은 “유럽과 러시아는 긴밀하게 얽혀있는데, 러시아는 유럽에 식량과 에너지를 보내고 막대한 돈을 벌었다”며 “(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이 부족해지자 독일의 경제적 위기를 시작으로 유럽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의 전쟁이 길어진다면, 식량 위기가 전 세계로 번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특히 중동 내 비산유국, 아프리카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식량 의존도가 높아 더 큰 피해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집권 이후 농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주력했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국제시장에 공급되는 밀 가격도 안정화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 두 나라가 싸우면서 혼란이 생겼고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 위기는 비료 산업과도 연관된다. 비료를 양껏 써야 작물 생산량이 많아지는데, 비료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 전문위원은 최근 질소비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원가 부담을 전가하지 못한 유럽 비료업체들이 줄줄이 폐업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다시 농산물 생산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 위원은 “돌이켜보면 과거 러시아가 가뭄으로 인해 수출을 중단하면서 ‘중동의 봄’이 발생했다”며 “에너지, 식량 위기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세계의 흐름을 바꿀 아예 새로운 사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변화하는 세계화 기조에 대해서도 강연을 이어갔다. 최근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 등 국가 주도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배터리와 반도체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비슷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는 “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무시하며 자국의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호주, 캐나다 등 광물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요자에게 제조업과 연계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라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처럼 특정 자원만 구입해 판매 후 이득을 보는 구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런 기조가 퍼지면, 우리나라와 같이 전 세계를 상대로 물건을 팔던 수출 중심 국가부터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 물건을 팔려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현지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 셈이다.

이와 같이 공급망 부족과 통화긴축 기조, 특정산업 퍼주기 정책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당분간 인플레이션 역시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쪽에서는 금리를 올리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법안으로 투자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경영 전략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위원은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투자부터 줄이게 된다”며 “ESG 투자가 위축되면,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지 않아 어려움에 처한 유럽 국가들이 서로 대립하는, 혼돈의 시기로 귀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폴란드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경제는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더 길어지면 경제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0년간 세계 경제를 움직였던, 하나로 통합하던 세계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2~3년간 경기 침체, 업황 불안이 지속되더라도 과거 양적완화 기조로 돌아가긴 어려워보인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중심 국가들은 미국이 만드는 질서를 지켜보고, 적절한 전략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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