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투자포럼] 아담 포센 “세계화 붕괴 속 투자 기회 있다…에너지·의료·교육 산업 유망”

“미국에선 이미 20년간 탈세계화”
“기술 산업 등 한국 역할 부각 기대”
제조업은 지정학적 리스크 높아

“세계화의 붕괴로 각국의 사업 수행을 용이하게 하는 부분들이 무너지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투자 자본이 재배치되고 있는데 돈을 벌 수 있는 유용한 비즈니스와 산업이 다시 구축되는 세상이 왔다고 볼 수 있다.”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13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글로벌 경제 투자포럼’에서 '세계화의 붕괴와 투자자본의 재배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이 13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글로벌 경제 투자포럼’에서 '세계화의 붕괴와 투자자본의 재배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 투자포럼’ 특별강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마찰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우리가 마주해온 세계화는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PIIE는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비영리 싱크 탱크로 국제 경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포센은 2013년부터 이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영국 영란은행(BOE·Bank of England) 통화정책위원회 사외자문위원으로 일한 거시경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포센 소장은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긴장감이 다른 나라로 번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화는 무역뿐 아니라 투자, 자본과 정보 흐름, 관광, 교육, 비즈니스 네트워크라는 다층적인 구조를 구성해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유대 관계”라며 “한국은 이런 흐름에 맞춰 이웃 국가들과 활발히 교류해왔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탈(脫)세계화는 매우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추세”라며 “미국은 지난 1990년 말부터 약 20년 넘는 기간 동안 글로벌 경제에서 철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무역뿐 아니라 이민, 투자, 협정, 국제기구를 포함해 미국이 주도해온 모든 부분에서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의 변화는 엄청난 파급력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탈세계화는 세계화의 끝이라기보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가 맺고 있는 관계 사이의 여러 요인이 무르익으면서 가속화되는 것에 가깝다”며 “탈세계화보다 세계화의 붕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세계가 여전히 유용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센 소장은 “반도체, 전기차 등 한국이 주력하는 기술 산업은 세계화와 탈세계화 경계의 최전선에 놓여있다”며 “만약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갈등이 심화하는 중국 주변 국가들이 보호무역주의와 자급자족을 위한 독자 행동의 길로 간다면 글로벌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취약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센 소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이 주목할 유망 산업으로 에너지와 기후, 의료 및 교육 부문을 꼽았다. 세계화 붕괴로 이제 막 변화가 시작된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 금융 등 전문 서비스 산업은 수익성이 크지 않고, 관광 숙박업은 개발도상국보다는 선진국 중심으로 수혜가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는 “더 이상 화석 연료의 종말이 없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화석 연료의 종말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미국과 유럽의 그린 뉴딜에 대한 환상을 품어왔는데 이제는 실제로 일어나기 시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경우 지정학적 변수에 지속해서 노출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물론 한국도 미·중 갈등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겠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과 같은 전문 서비스 부문은 탈세계화, 경제 블록화 영향으로 성장의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센 소장은 “90년대 이후부터 줄곧 교육 및 의료, 의료 관광, 원격 학습처럼 온라인화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분명한 경로가 있었지만 제도적 반발이 거셌고, 소비자들 역시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그러나 코로나 이후 생소함에 대한 장벽이 사라졌고, 에너지 및 기후 부문과 유사하게 매우 흥미로운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유정 기자

답글 남기기

crossmenu linkedin facebook pinterest youtube rss twitter instagram facebook-blank rss-blank linkedin-blank pinterest youtube twitter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