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투자포럼]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사모펀드 딜, 다시 바이아웃 중심으로…PE 양극화 심해질 것”

내년에는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며 예상보다 규모가 큰 바이아웃 딜이 많이 이뤄질 것이다. 실탄을 확보해 놓은 사모펀드 운용사(PE)와 그렇지 못한 곳 사이의 양극화도 심해질 것이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코리아 대표는 13일 오전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연사로 나서 내년 인수합병(M&A)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3년부터 유니슨캐피탈 한국법인을 이끌고 있다. 유니슨캐피탈은 밀크티 프랜차이즈 ‘공차’를 인수한 후 매각해 6배의 수익을 냈으며 고급 웨딩홀 ‘아펠가모’ 운영사를 성공적으로 바이아웃(경영권 이전)했다. 독서실 브랜드 ‘토즈’와 3차원(3D) 구강스캐너 업체 메디트의 경영권도 인수한 바 있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코리아 대표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김수민 유니슨캐피탈코리아 대표가 1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에 참석, 강연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날 김 대표는 유동성의 축소와 증시 하락 속에서 PE 업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상세히 진단했다. 지난 2~3년 간 국내 PE 투자의 증가세는 경영권 인수보다 소수지분, 그로쓰캐피탈(성장 기업 투자)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내년부터는 ‘회사를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속출하며 바이아웃 투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현재 M&A 시장에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처럼 규모가 큰 딜이 많이 나와있다”며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잇달아 매물로 나오고 그 대신 소수지분 투자 같은 잔잔한 딜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동성 축소로 돈줄이 마르는 가운데 PE 운용사 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대표는 “출자자(LP)로부터 돈을 받아 펀드를 결성하려는 PE는 수백개지만, PE들이 받아갈 수 있는 돈에는 제한이 있다”며 “이미 펀드를 잘 만들어 놓고 실탄을 확보해둔 PE와 그렇지 못한 PE가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유니슨캐피탈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메디트를 예로 들었다. 현재 인수금융 금리가 8%에 달하고 내년에는 1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원매자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인수금융의 도움 없이 경영권을 사겠다는 해외 PE들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김 대표는 “내년과 내후년에 경영권을 인수하면 향후 되팔 때 매우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만큼, 돈 있는 PE들에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PE 같은 재무적투자자(FI)와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의 경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의사 결정이 비교적 빠른 PE들이 M&A 시장을 주도하는 데는 변함이 없겠지만, 지금 같은 시장 하락기에는 오너의 의지가 강력한 일부 SI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PE는 전문 경영인들이 투자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으나, SI의 오너는 보다 자유롭게 경영권 인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 대표는 한 이커머스 업체를 예로 들며 벤처캐피털(VC)이나 PE들의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들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독보적인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스타트업들은 유동성 문제를 겪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까지만 해도 기업가치가 600억~700억원에 불과했던 업체가 반 년 만에 2000억원짜리 회사가 됐는데, 지금은 오히려 3년 전보다 몸값이 더 떨어진 상황”이라며 “투자금이 넘쳐나 불필요한 물류센터와 사옥 등을 건설했지만 수익성이 과거보다 더 나빠지는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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