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식품 트렌드]① “모순적인 소비자, 맛·건강·간편성·친환경 다 원한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밀키트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밀키트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식품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외식 대신 ‘집밥’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집밥 열풍이 불면서 유통매장에서는 가정간편식(HMR)과 밀키트 판매가 급증했다.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겨냥한 신제품이 쏟아졌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식품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음식의 본질인 ‘맛’과 ‘건강’에 집중했다. 여기에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미닝 아웃’(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표출하는 소비 행위)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친환경성도 제품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소비자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푸드테크 신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식품산업의 현재와 미래 모습을 ‘2021 대한민국 식품대상’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식품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 스마트한 소비자… 식품에 대한 요망 수준 높아져

식품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엄선’을 운영하는 트라이어스앤컴퍼니의 조기준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식품산업의 트렌드를 함축하는 단어로 ‘모순’을 꼽았다. 조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은 식품을 구매할 때 맛은 물론 건강하면서도 간편하고, 또 환경은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예전에는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 맛만 추구했던 것과 달라진 양상”이라고 말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기존의 간편식 제품은 맛은 있지만 건강한 요리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면서 “코로나로 건강 이슈가 대두되면서 건강한 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가정 간편식에서도 이전에는 간과했던 신선함이 중요해졌다”면서 “소재 부분에서는 천연 소재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조기준 트라이어스앤컴퍼니 대표,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 이동민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교수. /조선비즈DB
랩 교수, 이동민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교수. /조선비즈DB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서는 ‘체크슈머’(제품 구매 이전에 제품 성분과 원재료를 확인하는 소비자)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조 대표는 “예전에는 ‘고단백질’ ‘저칼로리’ 등으로만 제품을 평가했다면, 최근에는 ‘동일 카테고리 제품 대비 20% 칼로리가 적다’ 등 상품 정보를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면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상품을 직접 보지 못하는 대신 상품 설명 하단에 있는 영양 성분이나 첨가물 정보를 꼼꼼하게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문 교수도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되다보니 소비자들이 상세 정보를 통해 오히려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구매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가치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가 높아지는 현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 배달을 넘어 ‘밀키트’로… ‘RMR’이 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밀키트에서도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특히 외식이 제한된 상황에서 레스토랑 음식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제품이 다양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매년 외식트렌드를 정리해 책으로 발간하는 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는 “2020년과 2021년의 가장 큰 변화는 RMR의 급부상”이라면서 “배달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맛집의 어복쟁반, 평양냉면까지 배달이 되는 시대가 되면서 이 음식들을 간편하게 직접 조리해서 먹고싶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방의 농가 맛집에서도 자신들의 음식을 밀키트로 만들고 있다”면서 “지방의 맛집과 도심 맛집이 다양한 밀키트를 출시하면서 내년에는 ‘RMR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황경아 히노컨설팅펌 이사, 박미카엘 배달의민족 배민아카데미 매니저.
(왼쪽부터)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황경아 히노컨설팅펌 이사, 박미카엘 배달의민족 배민아카데미 매니저.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배민아카데미의 박미카엘 매니저는 “최근 배민에선 개인 자영업자들의 음식을 밀키트로 만들고, 이를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우리 상품을 밀키트로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레스토랑 어라우즈를 운영하는 장준우 셰프는 “지금은 브랜드만 있으면 간편식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면서 “소량 생산을 하고,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냉동간편식’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RMR 산업의 기회 요인”이라면서 “이를 통해 유통기한과 재고에 대한 부담도 상당히 덜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같은 밀키트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것. 히노컨설팅펌의 황경아 이사는 “밀키트가 대세가 됐지만 조리하는 사람의 역량이 개입 되는 순간 성패가 갈릴 수 있다”면서 “맛의 편차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계속 기술 개발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이어 “밀키트가 다양해진만큼, 소비자의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공신력있는 가이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매니저도 “HMR과 밀키트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상품이 좋은 상품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면서 “외관 패키지가 좋아보이는 제품이나 들어본 기업의 제품만 찾다보면 밀키트 시장이 ‘대기업 독점’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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