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금융포럼] 제프리 삭스 美 컬럼비아대 교수 “기후변화 속도 더 빨라져... 인류가 대응할 시간 줄었다”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참석자들이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조선비즈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참석자들이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있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기후 변화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인류는 위기를 통제할 시간을 낭비했다.”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기업들이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게 바꾸는 차원에서 점차 강력하게 환경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단기적인 불안정성이 커진 탓에 정책 대변환으로 이어지진 못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위기를 지금부터라도 엄격히 통제하지 않으면 인류가 번영과 발전을 유지하는 능력이 충격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삭스 교수는 평생 금융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경제학계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3대 스타 경제학자’로 꼽힌다. 뉴욕타임즈는 지속가능개발에 미치는 영향력을 높이 사 그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로 꼽기도 했다.

삭스 교수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시절 밀레니엄개발목표 특별자문관으로 일했고, 현재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우루과이에서 이뤄진 원격 연설에서 “지금도 우루과이에서 UN과 협업해 환경과 기후 변화를 아우르는 지속가능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세계 각국의 정책 대변환이 없으면 앞으로 10년 뒤에 지구 온도는 평균적으로 섭씨 1.5도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금융포럼’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삭스 교수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03~2012년 사이 지구는 0.78도가 따뜻해졌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지구 평균 온도는 1.2도가 더 올랐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0.4도가 뛴 셈이다.

섭씨 1.2도가 오른 결과는 예상보다 냉혹했다. 지난해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초대형 산불, 슈퍼 폭풍, 홍수 같은 감당하기 힘든 극단적 기상이변이 벌어졌다.

삭스 교수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30년을 전후해 1.5도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앞서 2018년 IPCC가 내놓은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1.5도 도달 시점을 2052년 무렵으로 전망했다. 이 시간이 20년 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그는 실제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오르면 지난해 닥쳤던 재난은 전조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속도가 빨라질 수록 금융업계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폭염과 홍수처럼 산업 생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극한 기상 현상이 벌어지면 제조업과 농·축산업을 막론하고 셀 수 없이 많은 기업들이 ‘물리적 위험(physical risk)’에 노출된다. 만약 기업이나 개인이 폭염과 홍수, 산불로 피해를 입는다면 이 피해는 ‘배상’이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보험업계에 돌아온다. 보험사가 짊어질 배상책임위험(liability risk)이 커지면 커질수록 해당 보험사에 대출을 내준 은행도 피해를 입는다.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금융산업계를 흔드는 것이다.

삭스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유엔 192개 회원국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글로벌 협력 체제를 채택해 총 17개 부문에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세웠다”며 “그러나 팬데믹이 이어지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벌어지면서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각 국이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삭스 교수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풍력과 태양열, 수력, 원자력 기반 전기를 사용하고 화석 연료 시설의 탄소 포집·저장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일반 개인도 내연기관 대신 전기 자동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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