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투자포럼] 김경민 교수 “금리 인상으로 집값 조정 가능성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 제기

2021 글로벌 경제·투자포럼의 3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영향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동산 자산 가격도 조정(하락)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염려할 부분은 기준금리 인상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동산의 수요, 공급, 임대료 등 데이터를 기준으로 다양한 예측모형을 돌려봤는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2.5%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서울 전역 집값은 최대 17%까지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글로벌 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글로벌 투자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국내 부동산 가격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출신으로 보스턴 부동산 리서치 회사에서 근무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하박’(하버드 박사)으로 불리며 부동산 전문가로 통한다.

김 교수는 “인플레이션 자체는 부동산 투자에 굉장히 좋은 헤지(위험 회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원자재나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신축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구축 부동산 가격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를 잡으려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가격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코로나가 본격화되고 지난해 중순부터 국내외 부동산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부동산 시장은 크게 주택, 오피스, 상업용(리테일), 산업용(공장, 물류창고)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코로나 직후 타격을 입은 상업용, 오피스, 주택 가격은 시중에 유동성이 불어나자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산업용 부동산의 경우 코로나로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고, 물류창고 수요가 늘면서 투자가 급증했다.

국내에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가와 서민 아파트를 나누는 기준마저 모호해졌다. 올해 2분기 기준 서울시 부동산 거래량에서 15억 이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강남구 부동산 거래량에서 30억 이상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로 집계됐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그 비중은 각각 5%, 2~3%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민 아파트로 불리는 6억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반 토막 가까이 줄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긴축 움직임에 주목했다. 지난달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18명 중 절반 이상은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까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면, 금리 인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했고, 다음 달에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김 교수는 “그동안 강남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기준금리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강남 아파트값이 반년 만에 20% 가까이 떨어졌는데, 한은이 이자율을 낮추면서 다시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후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2010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일 년 동안 1.25%포인트(P) 올리자 부동산 가격은 7% 가까이 빠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론적으로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수익률은 올라간다”며 “수익률이 올라간다는 건 반대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은이 최근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부동산 시장 거래량은 줄었지만 신고가 매물이 쏟아진 것은 투자자들이 과거에 근거해 판단하는 경향 때문”이라며 “간혹 금리 인상 시점에 집값이 되려 오른 적이 있었다는 패턴을 인식하는 듯 하는데 이런 흐름은 결국 꺾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미 일각에선 집값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폭 자체가 둔화하면서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이후 매주 0.2~0.22% 상승률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말부터 2주 연속 0.19%로 내려앉았다. 이달 들어서는 18일 기준 상승폭이 0.17%로 축소됐다.

=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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