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미 관계는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입니다. 한국은 동맹관계를 회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가 지난 4년간 제기했던 요구사항(방위비 분담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봐야합니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제임스 김(James Kim·사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제임스 김(James Kim·사진)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선거분석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10월 4~17일 기간 중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 단위로 평균 51.3%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대통령(42.4%)을 8.9%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웹 검색 단어를 빅데이터화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웹 검색 단어만 분석해보면 바이든에 대한 관심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코로나 등 다른 이슈들에 비해 낮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더욱 놀라운 점은 ‘희망’(hope)이나 ‘변화’(change) 또는 ‘향상/전진’(progress)과 같은 개념을 많은 웹 이용자들이 트럼프와 연관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뒤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웹 검색을 통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는 진단이다.
미 대선 결과가 수개월 이상 확정되지 않아 국내·외 경제와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했을 경우나 바이든 후보가 패배했을 경우 양 후보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 공방으로 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주장이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개표 시간이 지연될 수 있고 양 후보 모두 불복할 가능성도 높다"며 "미 대선 결과가 확정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위험이 있다"고 했다.
미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요인으로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을 꼽았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투표 참여율이 61.4%로 2000년 대선 이후 가장 낮았는데 이번 대선에서 또 다시 투표율이 낮아지면 선거결과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진단이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바이든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 또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가 지난 대선때처럼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트럼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미국의 리더십과 세계 시장에서의 역할 차이를 꼽았다. 바이든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유무역체제 아래서 다시 세계의 리더 역할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국에 대한 방위비분담이나 전작권 전환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한·미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은 국제 다자협력체제에 더욱 적극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억제력 강화와 전략적 인내심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집착이 더욱 깊어질 것이고 한미 동맹관계에서 지난 4년간 미뤄왔던 요구사항(방위비 분담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