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며, 네이버와 라쿠텐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리버스 코인 시대가 올 것입니다. 미국에선 이미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돼 선물거래가 가능하고 기관 투자도 비트코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암호화폐를 빠르게 제도화한다면 투자자 보호는 물론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고진석 텐스페이스 대표는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리브라가 온다, 우리는?’이라는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도 미국, 일본처럼 암호화폐를 제도권 내에 편입해 관리해야 미래 흐름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를 제도화해야 오히려 기업 관리가 수월하고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고 대표가 이끄는 텐스페이스는 핀테크 전문기업으로,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용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해 소액 대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고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구축에 참여한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이다. 동창생 찾기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던 ‘아이러브스쿨’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기도 했다.
고 대표는 실체가 있는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인 ‘리버스 코인’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의 주된 흐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본에서도 야후재팬이 야심차게 암호화폐 사업을 시작했고, 소프트뱅크는 리플의 최대 주주"라며 "이미 일본 암호화폐 시장은 메이저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은 이같은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공개(ICO)를 증권법으로 다루겠다고 밝히며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암호화폐 용어 대신 ‘디지털 자산’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암호화폐를 세법상 지불수단 및 자산으로 취급하는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고 대표는 "암호화폐 단면만 보면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본 적이 없으니 움츠러드는 것 뿐"이라며 "암호화폐를 제도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고, 빠르게 제도화한다면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예시로 꼽았다. 그는 "클레이튼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싱가포르에서 펀딩을 완료했다. 싱가포르는 암호화폐 회계 기준이 잘 돼있고, 이에 맞추다보니 자금이 많이 몰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처럼 제도화되면 (기업을) 관리하기도 좋고, 세금을 물리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보다 과감한 도전과 실험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대표는 부산에서 지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블록체인 특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산 안에서만이라도 면세혜택 등을 제공해 암호화폐 결제 시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암호화폐 결제를 활성화해야 그에 따른 득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