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많은 부침이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중국이 그간 너무 많은 규정을 위반했고, 비(非)합리적인 혜택을 누려왔다는 점입니다."
케빈 하셋 전(前)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10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19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무역분쟁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CEA 위원장을 맡은 그는 올해 초까지 미·중 무역협상을 진두지휘하고 6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셋 전 위원장은 공정한 세계무역 환경을 만들기 위한 미국의 노력 사례로 진통 끝에 최근 타협안이 나온 만국우편연합(UPU)의 국제 우편요금 할인제도를 들었다. 그는 "중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님에도 그런 국가(개도국)에 해당하는 우편요금 혜택을 누려왔다"며 "이런 불공정한 상황을 바꾼 건 트럼프 행정부의 큰 성과"라고 했다.
UPU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임시총회에서 우편물을 대량 취급하는 수입업자가 2021년 1월부터는 해외 우편물을 배송할 때 수수료를 자율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UPU는 회원국을 1그룹(선진국), 2그룹(준선진국), 3그룹(개도국), 4그룹(저소득국)으로 나눠 배달 요금을 차등 적용 중이다. 미국은 1그룹, 중국은 3그룹이다. 덕분에 중국은 미국 내 배송 비용 중 30~60%만 부담해 왔다.
그간 미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많은 국제 우편물을 발송하는 중국이 개발도상국 요금 혜택을 누리는 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은 UPU 요금 제도 아래에서는 미국이 중국 무역업자에게 매년 3억~5억달러(약 3600억~6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현행 제도를 개정하지 않으면 UPU를 탈퇴하겠다고 회원국들을 압박했다. UPU는 결국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셋 전 위원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소포를 보내는 비용이 중국 베이징에서 뉴욕까지 보내는 배달료보다 더 많이 든다"며 "이런 유리한 경쟁 환경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중국은 전자상거래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하셋 전 위원장은 백악관 근무 시절 내내 이처럼 중국에만 득이 되는 불공정 상황을 발굴하고 대응책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어느 나라 피해가 더 큰지를 물품별로 면밀히 따지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재 리스트를 만들었다"며 "험난한 과정이 이어지겠으나 중국과의 협상은 좋은 결실을 볼 것이고, 모든 건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거 미국의 경제 성장 흐름을 살펴보면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셋 전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백악관 재임 시절 "미국이 2019년에 3% 넘는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을 올해 2.3%, 내년 1.8%로 내다봤다.
하셋 전 위원장은 "미국은 선거 날짜를 헌법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시즌 전후로 경기 침체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누가 당선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제 활동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셋 전 위원장은 "미국이 올해 상반기에 3% 가까운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내년 3~4월쯤 되면 선거 결과를 지켜보려는 패턴(침체)이 또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대선 영향으로 경기가 일시적 약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중장기 성장 흐름이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