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유통포럼] 권소영 AT커니 파트너 "오래된 비용구조 버려라"

“우버(Uber)는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이지만, 회사 명의 택시가 한 대도 없습니다. 스카이프(Skype)는 가장 큰 통신기업이지만, 통신망 인프라가 없지요. 넷플릭스(Netflix)는 어떤가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유통 채널이지만 영화관은 하나도 없지요.”

권소영 AT커니 미국 오피스 파트너는 조선비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7 유통산업포럼’ 기조 강연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은 자산 부담이 가벼운 모델을 채택하고 있어서, 유연하고 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며 “소비재 기업들이 성장하고 싶다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권 파트너는 20년 경력의 소비재·유통기업 컨설팅 전문가다. 미시간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현재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에서 P&G, 코카콜라, 유니레버, 로레알 등 100개 이상의 소비재·유통업체의 디지털 역량분석을 맡고 있다.

특히 ‘무에서 시작하는 비용 전략(Zero Based Work)’이라는 비용 절감 프로젝트와 GTM(Go-to-Market·기업이 자원·조직·생산과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방식) 전략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

권소영 AT커니 미국 오피스 파트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유통산업포럼’에서 ‘소비재 기업들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권소영 AT커니 미국 오피스 파트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유통산업포럼’에서 ‘소비재 기업들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권 파트너는 이날 ‘소비재 기업들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여러 기업의 사례를 들어 지난해 예산을 감안해 부문마다 일정한 비용을 배분하는 전통적 비용 관리 모델을 사용하는 소비재 기업보다,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안 별로 예산을 적용하는 소비재 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용의 혁신’이 핵심 성공 요소라는 것이다.

그 예로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한 미국의 온라인 면도기 판매업체인 달러쉐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을 꼽았다. 이 업체의 창업자 마이클 더빈은 2012년 2만달러(약 2200만원)을 가지고 1달러를 내면 1달에 한번씩 면도기를 배달해주는 회사를 차렸다. 회사를 세운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창업 자금의 절반을 쏟아 동영상을 만든 것이다.

“일반 회사라면 좀처럼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마이크가 내린 과감한 결정 덕에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순식간에 230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빠르게 히트를 친 거죠. 면도기 제조는 미국에 자체적인 제조 시설을 만드는 대신, 한국 면도기 업체에 하청을 줬습니다. 이렇게 조달한 면도기를 모든 중간 단계를 없애고 인터넷 사이트 회원제 서비스로 제공했죠.”

달러쉐이브클럽은 창립 이후 매달 10%씩 성장했다. 2015년에는 4년만에 미국 면도기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차지했고, 미국에서 두번째로 유명한 면도기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미국 면도기 시장을 100년 이상 장악해온 대형 유통기업 질레트는 광고비로 6000만달러를 썼지만 달러쉐이브클럽에 점유율을 빼앗겼고, 2위 쉬크는 PB상품을 제조하는 수준의 업체로 전락했다.

권소영 AT커니 미국 오피스 파트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유통산업포럼’에서 ‘소비재 기업들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권소영 AT커니 미국 오피스 파트너가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유통산업포럼’에서 ‘소비재 기업들의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소비재 업계에서 P&G와 수위를 다투는 유니레버는 지난해 이 회사를 10억달러에 사들였다. 2200만원을 들여 세운 회사가 5년 만에 1조1300억원짜리 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권 파트너는 “기존 선두업체인 질레트는 이런 식의 판매방식이 기존 유통채널과 불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라며 “유통업체가 성공하고 싶다면 이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비지니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와 강력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튼튼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는 ‘개인화(personalization)’를 꼽았다.

권소영 파트너는 “랑콤은 백화점 매장을 찾는 소비자 피부를 스캔한 후 타입 별로 분류한 맞춤형 파운데이션 화장품 서비스를 시작했고, 코카콜라도 100가지 맛을 취향에 따라 섞어 마실 수 있는 ‘프리스타일 머신’을 시험하고 있다”며 “인구학·소셜미디어·개별 검색내역·구매 내역, 운동습관·수면습관·인맥 관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유통 업계가 쌓을 수록 개인화 서비스가 발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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