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고객을 계속 붙들어 둬야 한다. 다양한 제품은 물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은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데 맞춰 진화해야 한다. 일본은 지난 15년간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 트렌드는 가격보다는 편의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가 16일 ‘저성장기 소비 트렌드와 미래 유통’이라는 주제로 ‘2017년 유통산업 포럼’을 열고 ‘일본 사례로 본 불황기 소비 변화와 극복 전략’에 관한 세션을 진행했다.
이번 세션에선 타카기 히로유키 노무라종합연구소 소비재 부문 상석 컨설턴트와 후지야 슌스케 라쿠텐 해외사업 담당 매니저가 강연을 맡고 김창주 리츠메이칸대 교수, 김보근 NH투자증권 해외기업분석팀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가 참석했다. 좌장은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타카기 히로유키 상석 컨설턴트는 ‘일본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소비 패턴의 변화와 경기 후퇴의 현실’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저성장 늪에 빠져 있던 일본 경제 속에서 계속 성장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타카기 컨설턴트는 “지난 15년간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고, 인구수 감소도 계속돼 노년층 비중이 2000년 17%에서 2015년 27%로 증가했다”며 “이 기간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비해 ‘편의성’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한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타카기 컨설턴트는 “1988년 매출액 상위 1~4위를 백화점 업체가 차지한 반면, 2015년에는 1, 3, 4위를 편의점 업체들이 차지했다”며 “매상 수가 증가한 곳은 편의점. 드럭스토어, 이커머스, 의류 전문 매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황을 잘 극복한 대표적인 일본 업체로 세븐일레븐, 유니클로(UNIQLO), 무인양품(MUJI), 이온(AEON)을 꼽았다. 이들 기업이 고객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고객에게 끊임없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안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후지야 슌스케 라쿠텐 해외사업 담당 매니저가 ‘라쿠텐의 국경을 넘는 e커머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후지야 매니저는 “일본은 편의점, 슈퍼마켓 등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망이 발전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보급률이 4.8%에 불과할 정도로 약했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 계속 달라지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대담에선 앞선 강의를 기반으로 일본의 유통 흐름에 비친 한국의 미래를 분석했다.
김창주 리츠메이칸대 교수는 “유통 산업에 한정지으면 한국이 일본처럼 돼간다는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일본은 한국에 비해 도매상 역할이 중요하고, 소비자들의 지역성이 강한 반면 한국은 소매시장 대비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똑같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보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문화 변화에 초점을 맞춰 기업이 진화하면 불황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가격대비 효율성을 고려하는 ‘절약형 소비 바람’이 불어 백화점에 비해 드럭스토어, 편의점쪽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소비문화를 타개하기 위해 미쯔코시 백화점은 신주쿠에 남성 전용 상품관을 내는 등 상품 및 인테리어를 세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식으로 진화하면 저성장기, 불황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한국에서는 하나의 모델을 여러 지역에 적용하는 체인점이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은 지역에 맞는 상품, 인테리어를 갖추고 상품을 판매해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여행상품이나 기능성 식품 등도 주목할만한 시장”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