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너지 2022]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 “에너지 수입하는 韓, 안보 시급… 원전이 해답”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한국은 92.8%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에너지 안보가 시급하다”며 “한국은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만큼, 원전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2 미래에너지포럼’에서 강연을 통해 “대외 정세가 불안해지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국내 발전 단가를 끌어올려 산업과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의 동시 실현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2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탄소중립시대 원자력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2022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탄소중립시대 원자력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박 원장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원전을 제시했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 분야에서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박 원장은 “한국은 이미 2012년 중소형 원자로 1단계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다”며 “최근 미국이 SMR에 뛰어들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SMR은) 기존 대형 원전이 갖고 있는 안전성과 건설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맞춰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SMR은 석탄화력 등 대형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원장의 판단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에너지 자립형 공장과 전력 케이블 연결이 쉽지 않은 오지 등에서 SMR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2035년까지 전 세계 65~85GW(기가와트) 규모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원전을 통해 에너지 안보 방향성을 잡고 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영국은 원전의 기존 설비목표인 10GW를 최대 2.5배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신규 원전 8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원전 폐로 정책을 펴던 벨기에는 전면 선회를 결정했고, 폴란드 역시 2043년까지 6기의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는 “독일이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감당하려 했지만, 가스와 원유 등 화석연료 없이는 감당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원전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계, 원전 10기 수명 연장 등을 통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는 약 3만2000톤(t)으로 예상된다. 아직 한국은 원전에서 배출되는 우라늄과 플라토늄을 재활용할지 또는 폐기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박 원장은 “기술 발전으로 향후 해저 16㎞에 소규모 부피로 묻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사용후 핵연료 걱정을 덜 수 있고, 10년 뒤엔 국민들이 (처리 방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안전성 확보에 따른 경제성 문제도 있다. 안전설비를 추가할수록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경제성과 안전성, 핵확산 저항성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융용염원자로(MSR) 등 4세대 원자로 기술을 연구 중이다.

박 원장은 에너지 안보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도 놓칠 수 없는 만큼 재생에너지 확보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풍력과 태양광 역시 자원인데, 한국은 육상 풍력에너지가 약하고 태양 에너지 밀도 역시 몽골, 호주 등에 비하면 부족하다”며 “신재생에너지 관계자들은 최대 80GW(기가와트)를 끌어올 수 있다고 하는데, 2050년 200GW를 써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120GW를 (어디서 끌어올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의 최종 목표는 삶의 터전과 공존하는 원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완벽한 액체연료 기반의 원자로를 만들어 서울 여의도 지하철역 옆에 짓는 것을 꿈꾸고 있다”며 “이런 시대가 머지 않아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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