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회계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직접 근거를 입증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관련 자료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이나 수사당국이 적극적으로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패널티를 주는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
“회계 부정이 발생할 경우 책임을 무조건 회계 법인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회계 법인도 기업과 갑을 관계에 있고, 위험을 감수할 만큼 보수를 받지 못하는 등 회계 환경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함지원 딜로이트안진 법무실장)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16 회계법인 컨퍼런스’ 세 번째 오픈토크에서는 분식 회계 책임 범위를 주제로 세 번째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장범식 숭실대 부총장이 좌장을 맡았고, 송창영 법무법인 세한 파트너 변호사가 발제를 진행했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 함지원 딜로이트안진 법무실장,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이준봉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최근 논란을 빚은 대우조선해양 분식 회계 피해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관계에 있는 김 변호사와 함 법무실장이 팽팽한 토론을 벌여 이목을 끌었다.
김 변호사는 “분식 회계 소송은 피해자인 원고가 근거를 입증해야 하지만 회사측에서는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내부자들도 회계 분식 과정을 파악하기 힘든데 외부자들이 회계 왜곡 과정을 파악하기 힘든게 사실이고, 검찰의 기소가 있거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제재가 있어도 피고인 기업이 민사책임을 면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 시효가 지나치게 짧은 것도 개선돼야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분식 회계가 알려진 이후 1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부실 회계 감리 기간만 2~3년이다”라며 “감리 요건을 완화하고 시효를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함 실장은 회계 법인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는 환경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함 실장은 “회계 법인의 감사 보수가 지나치게 낮은 편인데다 기업과 재계약을 위해서는 기업 눈치를 보는 등 회사와의 갑을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회계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계 법인이 다 떠안아야하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교수는 “회계 법인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만 분식 회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회계 법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회계 법인에 손해배상청구액을 지금의 10배에서 100배로 늘리는 등 존재를 위협할 정도로 제재가 가해진다면 회계 법인이 스스로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시스템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봉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외부 감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회계 감사는 외부 감사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게 통례이고, 미국은 외부 감사인의 적용을 받을 경우 면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외부 감사의 책임과 역할이 크다”며 “중대과실이 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책임을 철저히 부담하는 등 외부 감사의 품질을 높여야 분식 회계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투자자별 정보 접근성에 따라 보호제도를 강화해 분식 회계 피해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황 실장은 “정보 접근성이 낮은 개인 투자자에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개인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상장 기업에 한해 지정 감사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또 투자자도 무조건 공시를 신뢰하기 보다는 모든 기업에 감사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투자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