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비롯한 모든 것에 변화를 줬다.”
버탈란 메스코 메디컬 퓨처리스트 연구소 이사는 11일 진행된 ‘2021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렇게 밝혔다. 메스코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의 문화적 혁신인 동시에 의사와 환자가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멋진 미래를 그리고 있었지만 현실화에는 시간이 걸렸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런 혁신은 단 몇 주, 몇 달 만에 현실이 됐다”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지난해 3~5월 원격진료 숫자는 매월 1200%씩 증가했다”라며 “사람들은 직접 진료를 받지 못하는 ‘봉쇄’ 상황을 맞이했고, 노트북을 켜고 화상채팅, 메일 등으로 원격 진료를 받아야 했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던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메스코 이사는 “팬데믹은 전 세계가 헬스케어 혁신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헬스케어에 사물인터넷(IoT)가 들어왔고,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장치에서 5세대 이동통신(5G)에 따른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스코 이사는 “현재 방문 진료와 원격 진료의 비율이 95:5라면 앞으로는 70:30이 될 것이다”라며 “챗봇과 같은 (의료 관련) 트렌드가 급격이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공공보건기관을 포함한 많은 (의료) 기업들은 챗봇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라며 “영국은 환자들이 전문 상담을 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나, 챗봇의 등장으로 진료 시기를 기다리는 동안 챗봇과 대화하면서 위안을 얻는다. 인공지능(AI)임을 알고 있어도 그렇다”고 했다. 또 그는 “의사는 챗봇이 작성한 환자 보고서를 통해 환자를 진료한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헬스케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특히 정신건강 앱은 지난해와 올해 사용자가 급증했다”라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사람들은 앱을 통해 섭취하는 영양소를 측정하고, 어떤 식단을 꾸리며, 무슨 약을 먹어야 할 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자가 테스트기도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라며 “사람들은 혈액 표본을 채취하기 위해 임상검사실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검사 키트를 개발해 집으로 배송했고, 혈액이나 타액 몇 방울 만으로 결과를 내게 됐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변화에 비해 문화적 혁신은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메스코 이사는 “삶의 양식 자체가 바뀌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신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떤 기분을 느끼는 지가 신기술의 등장보다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어떤 의료진도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환자 역시 그런 경험이 없다”라며 “원격 진료 플랫폼은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소통을 잃게 할 수도 있다”라며 “미래 지향적인 이런 기술들이 어떤 의사와 환자 관계를 형성할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관심과 공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행위의 핵심 가치이자,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은 환자가 돼야 한다”라며 “집이던, 여행 중이던 환자가 있는 곳이 진료 장소가 돼야 한다”라며 “가정용 기기, 클라우드 알고리즘, 의료 기기 등이 4세대 또는 5세대 통신망 위에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달은 저개발 국가에서 엄청난 영향을 가진다는 게 메스코 이사의 견해다. 그는 “인공지능 센터에서는 방사선 영상을 AI가 수백만개 분량의 검사를 단시간에 처리하고, 물류에도 AI가 적용된다”라며 “아주 다양한 범주에서 일상적인 헬스케어가 자리 잡고 있는데, 코로나19가 이런 변화를 더 빠르게 가져왔다고 본다”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우리가 겪고 있는 기술과 데이터는 마치 정글 같이 복잡하고,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어떤 일이 올지 모르나 사람을 최우선에 두고 헬스케어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이 전염병이 얼마나 더 갈 지 모른다. 백신 접종 하고 있지만 금방 극복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좌절과 약간의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라며 “그래도 희망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기조연설 직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 쏟아진 여러 질문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에 있어 민감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투명성이 핵심이다”라며 “우리가 더 길고, 건강한 삶을 누릴 기회를 얻기 위해 개인정보를 얼마나 제공할지 또 도덕적으로 그 결정을 스스로 내리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스코 이사는 “(개인정보 공개 또는 제공의) 결정 주체가 회사나 정부, 보험회사라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며 “개인정보의 획득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AI의 확대로 의료 산업 종사자들이 직업을 잃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AI가 세계 최초의 의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의술이란 선형적인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환자의 모든 데이터를 모은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건 아니다”라며 “지극히 복잡한 작업은 자동화로 대체되기 어렵다”라고 했다. 다만 “데이터베이스 작업 등에서 AI 활용성이 극대화할 것이다”라면서 “의료진의 전문성과 비전, 경험 등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화는 이런 방식에 접목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디지털 산업의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디지털 헬스케어 적용이 쉬운데, 이런 환경에서의 문화적 혁신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메스코 이사는 “한국은 기술적 측면에서 특별하지만 의료 분야의 문화적 혁신은 어떤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한국에서 의사와 환자간 관계가 정상적으로 형성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어떤 기술이냐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라며 “환자에게도 첨단 기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메스코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있어 문화적 혁신이란 감정이나 장벽, 기대감 등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서 마주하는 경험에 대한 것이다”라며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