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실패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애널리스트)은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에서 바이오·제약 일부 기업이 신약 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산업 전체가 후퇴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임상 3상 단계에서 딜(거래)이 성사된 뒤 실패 또는 개발이 지연된 경우가 34%에 이른다"며 "임상 단계에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데이터를 못 봤던 게 아니다"며 "한 회사의 결과를 전체로 확대하거나 한 회사만 가지고 다른 회사도 똑같다고 봐야 하는 것은 없어져야 하고, 그래서 실패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또 "(투자자뿐 아니라) 우리 제약 산업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임상 2~3단계에서 실패하는 주된 이유는 (신약의) 유효성이나 안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없어서 중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사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며 "임상에 투자를 하되 성과만 내기보다는 사전에 (사업성을) 빨리 판단하면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를 보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제약·바이오) 투자금액이 IT 업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내 VC 전체 투자액 3조4239억원 가운데 바이오·제약이 24%, ICT가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바이오·제약에 대한) 투자 금액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