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지고, 장기이식 수요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식 건수는 늘지 않고 있습니다. 이종(異種) 장기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해 국가적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19’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인공 장기보다 동물을 이용한 이종 장기 이식이 먼저 실현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넨바이오는 바이오 장기 개발 기업이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국내 대학병원 출신 전문의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이식을 받을 수 있고, 하루 5명 이상이 이식을 기다리다 가족 품에서 명을 달리한다"며 "대안은 인공·이종 장기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종 장기는 무균 돼지나 영장류의 조직을 재료로 한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형질전환 무균 돼지 장기가 인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조직을 넘어 췌도·각막·간·신장·심장·폐 등을 이식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인체조직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70% 이상은 수입 중"이라며 "사람이 아닌 동물 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국가 발전에도 도움되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영장류·돼지간 이식 실험은 수일을 버티지 못했지만, 최근 기술 발달로 장기를 이식 받은 동물들이 1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형 면역억제제 개발, 형질전환 기술 발전 등에 따라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미국·일본·중국·독일 등이 빠르게 관련 법을 완비하고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5년 내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 실험을 준비하고, 첫 대상자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고 소개했다.
제넨바이오는 이종장기 개발부터 이식 전문 병원 운영까지 맡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경기도 평택에 1만3000평 규모 R&D센터를 건설하고 형질전환 돼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과 협업해 내년 5월까지 동물 각막, 췌도 이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이종장기 이식이 가능하겠냐는 의심도 많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