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질환이 있는데 혼자서는 저염식을 하기가 어렵고, 이를 도와줄 마땅한 서비스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해보자 나서게 됐죠. 사업 준비 6개월 동안 신장병 관련 논문만 일주일에 100편씩은 읽은 것 같아요.푸드테크 스타트업 잇마플의 김슬기 대표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 역삼동 잇마플 사옥에서 만난 김슬기·김현지 공동대표가 사업 초기를 회상하며 웃음을 지었다.
카이스트(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설립한 잇마플은 ‘먹는 것(Eats)이 나의(My) 기쁨(Pleasure)’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었다.
콩팥 질환을 앓는 김슬기 대표가 혼자서는 음식 성분과 식재료를 고민해 저염식단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지만 그의 기준에 맛있게 먹을만한 저염식 제공 서비스는 국내에 없었다는 고민에서 잇마플이 탄생했다.
건강과 먹는 즐거움을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던 김 대표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염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획해 보기로 하면서다.
이렇게 2017년부터 시작된 잇마플의 대표 서비스인 ‘콩팥 건강 단계별 맞춤 식단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된 끼니만 43만끼에 이른다. 한 끼 평균 8500원에 제공되니, 맞춤 식단 서비스 제공 이래 최소 36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현재는 콩팥 질환자를 위해 염분, 단백질, 칼륨, 인 등을 조절한 도시락과 ‘요오드 조절식 프로그램’을 비롯해 저당 도시락, 당분 조절 완조리 식단 등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0억원가량의 투자도 유치했다.
◇ 연구실 동료와 8평 주방서 시작… 논문 수백편 읽으며 데이터 구축
김슬기 대표는 잇마플을 MBA 과정에서 연구실 동료로 있던 김현지 대표와 함께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시 김현지 대표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서로 뜻이 맞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17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있는 한 건물 3층에 8평(약 26.45㎡) 짜리 주방을 얻어 회사를 창업했다. 두 공동대표가 좁은 주방에서 부대껴가며 홈페이지 운영과 음식 조리, 메뉴 개발, 포장, 마케팅까지 직접 했다고 했다.
이들의 주먹구구식 노력은 콩팥 질환자들을 위한 맞춤식 개발을 위한 발판이 됐다. 두 사람은 사업 준비를 위해 6개월 동안 수백편의 신장 질환 관련 논문을 읽고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을 얻으면서 음식 재료들의 영양소 데이터를 모았다고 한다.
초기에는 영양소 데이터를 엑셀에 저장해 함수를 만들고, 음식에 사용된 재료와 그 무게를 넣으면 자동으로 영양 성분을 계산할 수 있게 해 신장 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식단을 개발했다.
지금은 해당 엑셀을 기반으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고, 공장에서 메뉴를 만들어 포장할 때도 단백질, 칼륨 등 민감할 수 있는 식재료들은 조리를 마친 뒤 따로 무게를 측정해 포장하고 있다.
잇마플은 이렇게 만들어진 600여가지에 이르는 메뉴들을 식단과 도시락으로 구성해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고객들은 식단을 주문하면서 자신의 크레아티닌(Cr) 수치, 혈중요소질소(BUN) 수치를 입력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계산된 하루 영양구성에 맞는 식단을 제공받는다.
◇ 매출액 늘고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 중… “280만 당뇨환자 맞춤 식단 연말까지 출시 예정”
잇마플의 매출은 창업 이듬해인 2018년 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약 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타트업 혹한기’라고 불릴 정도로 자본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외부 투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프라이머’와 ‘소풍(SOPOONG)’의 투자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나우IB캐피탈’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일컫는 ‘이달의 A벤처스’에 12번째로 선정됐다. 그 뒤 ‘카이스트 창업투자지주’, ‘프론티어랩스’ 등에서도 투자를 받아 모두 20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두 대표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적자가 나고 있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잇마플은 2020년 약 4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현지 대표는 “생산효율화를 이뤄 지난해와 올해는 2020년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신성장 동력으로 ‘당뇨 환자 맞춤형 식단’을 준비해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만성 당뇨병 환자 수가 신장병 환자 수보다 많아 시장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만성신장질환 환자 수는 20만명이었고, 2형 당뇨병 환자 수는 약 280만명으로 나타났다.
김현지 대표는 “당뇨병 환자 수가 신장병 환자 수에 비해 많기에 회사로서 확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많은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며 “개인별 맞춤 식단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김슬기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 학사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석사
◇ 김현지 대표는
▲중앙대 광고홍보학 학사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석사 ▲아마존웹서비스 근무 ▲백패커스그룹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