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푸드테크]④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 “우주 기술로 우리가 뱉는 숨이 단백질·보드카가 되는 시대”

김소형 스탠퍼드대 푸드디자인랩 교수. /배동주 기자
김소형 스탠퍼드대 푸드디자인랩 교수. /배동주 기자

“음식에 기술을 더하는 ‘푸드테크’가 전에 없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소형 스탠퍼드대학교 푸드디자인랩 교수는 지난달 30일 조선비즈와 만나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기술까지 푸드테크 안으로 들어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음식의 가치는 단순 식량이 아닌 건강한 먹거리, 지속 가능성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7년여전인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푸드디자인랩을 열고 음식과 관련한 혁신을 연구해 온 글로벌 푸드테크 권위자로 꼽힌다. 현재는 지난해 6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연 스탠퍼드 리서치센터를 오가며 ‘미래 음식’, ‘미래 주방’, ‘미래 레스토랑’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푸드테크 기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초래한 인력난과 그에 따른 농산물 수확 감소로 나타난 식탁 물가 상승의 해결사가 돼줬고, 최근에는 먹거리 생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를 막는 대안으로까지 떠올랐다.

예컨대 미국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어필 사이언스’는 서양배에서 추출한 천연 왁스를 사과나 아보카도에 뿌려 저장 기간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 유통 과정에서의 폐기를 줄였다.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술로 만들어 파는 푸드테크 스타트업도 나왔다.

글로벌 푸드테크 전문 투자사인 에이지펀더에 따르면 작년 약 62조원이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몰렸다. 전년 대비 85% 늘어난 것으로 세계 64곳 푸드테크 기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에 올랐다.

김 교수는 “과거 푸드테크는 식품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 정도에 머물러 왔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음식이 먹는 것만으로 약이 되고,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이미 진화를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최근 가장 주목받는 푸드테크는 무엇인가.

“식품과 의료의 결합이 현재는 가장 ‘핫’한 분야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으로 각 개인이 가진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고, 병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음식을 연구하는 의사가 늘었고, 우리 푸드디자인랩만 해도 의대와의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스탠포드 의대에서 ‘스마트 변기’를 개발하고 있다. 대·소변에서 검출되는 건강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스마트 냉장고로 전송해 현재 각 개인이 필요한 식단 및 음식을 추천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목표다. 생활습관의학이자 미래 주방의 모습으로 연구하고 있다.”

-의학을 활용하는 푸드테크 기업이 있나.

“이미 많은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의료 차원에서의 음식 섭취 기술을 내놨다. 스스로를 생활습관의학테크라 소개하는 ‘레벨스 헬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연속혈당감시장치를 이용해 각 개인이 먹는 음식의 적합 정도를 판단하고 건강을 위해 어떤 식단을 짜야 하는지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해도 혈당 수치 등 신진대사는 개인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연속혈당감시장치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간단하게는 스타벅스에서 어떤 음료를 어떻게 주문해야 좋은지, 나아가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김소형 스탠퍼드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의학 외에는 또 무엇이 있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기술이 사실 푸드테크의 핵심이다. 의학이 핫한 분야라면, 지속 가능성은 푸드테크의 본류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비욘드미트’ 등 대체육 기업이 주목받은 이유도 육류용 동물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컸다.

최근에는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기존의 육류를 대체하는 방식의 탄소 배출량 절감을 넘어 항공우주 기술을 활용한 탈탄소 푸드테크로 진화하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술을 만드는 ‘에어컴퍼니’가 나왔고, 이산화탄소로 단백질을 만드는 ‘에어프로틴’까지 나왔다”

-푸드테크에 결합된 항공우주 기술은 무엇인가.

“나사는 우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기술 특허를 등록하고, 이후 20년이 지나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음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가 나사의 특허에서 출발했다. 불을 사용해 음식을 데울 수 없는 우주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최근에는 나사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푸드테크가 조명 받으면서 발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 예컨대 나사는 우주선 내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로 만드는 탄소 변환 기술을 냈는데, 이게 에어컴퍼니의 기술이 됐다.”

-에어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우주비행사의 날숨 내 이산화탄소를 물을 전기 분해한 수소와 결합해 에탄올을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보드카를 만든다. 보드카 이름은 ‘에어보드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술’이라는 제품 콘셉트는 시장을 매료시켰고, 설립 2년 만에 유니콘이 됐다.”

-푸드테크로 미래의 음식은 완전히 달라질까.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본다. 1973년 나온 영화 ‘소일렌트 그린’을 보면 과일이나 채소, 고기 같은 천연 식품이 사라진 2022년의 지구를 표현하며 알약(소일렌트)으로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그려진다. 물론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는 제품도 나왔지만,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본다.

가령 알약은 절대 음식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만족시킬 수 없다. 음식이 지니는 가치는 맛, 대화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위한 한끼 음료가 나왔지만, 일부의 수요만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보다 많은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미래 레스토랑은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보나.

“배달 중개 플랫폼 ‘우버이츠’를 운영하는 우버와 관련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레스토랑은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하는 형태로 변해갈 것으로 전망한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이 한 곳에 고정된 채 손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 수요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버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레스토랑을 고민했다. 오전 시간 특정 지역에 팟타이가 잘 팔린다면 그 시간대 해당 지역에서 팟타이를 만들어 팔고, 저녁에는 또 수요에 대응하는 식이다. 더 맛있고 개인에 맞는 음식, 지속 가능한 음식이 주요 소재가 될 것으로 본다.”

= 배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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