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데이터 플랫폼 ‘팜모닝’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이달 초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이노베이터’에 뽑혔다.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WEF는 매년 기술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글로벌 이노베이터로 선정하는데, 그린랩스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초다.
여기에는 벤처캐피털(VC) 마그나인베스트먼트의 도움이 컸다. ‘푸드테크 투자 명가’로 불리는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이 운영하는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2017년 8월 200억원 규모 ‘마그나ABC펀드’를 조성, 이듬해 그린랩스를 발굴해 투자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1차 10억원 투자를 시작으로 총 107억원을 그린랩스로 투자했다. 초기 ‘못난이 농산물’ 유통이 주요 사업이었지만, 마그나인베스트먼트가 데이터·스마트팜으로 사업 방향 전환을 지원했다. 그린랩스의 지난해 매출은 1027억원, 기업 가치는 8000억원이 됐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송진호 미래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은 “푸드테크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농식품 스타트업을 발빠르게 발굴·투자한 성과”라면서 “지난해 말 일부 투자 원금을 회수해 약 22배 수준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1991년 한국거래소 조사부에 입사해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을 거친 헤지펀드·구조화 상품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퀀트와이즈투자자문 운용 부문 대표를 거쳐 2019년 VC인 마그나인베스트먼트로 이동했다. 핵심 심사역을 거쳐 미래기술투자본부장에 올랐다.
특히 그린바이오 부문에 투자하는 마그나GREEN펀드가 설립된 지난해 9월 대표 펀드매니저에 선임됐다. 그린바이오는 가공되지 않은 농수산식품에 바이오 기술을 적용하여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푸드테크의 한 분야로 꼽힌다.
그는 “마그나ABC펀드 외에도 마그나FRESH펀드, 마그나GREEN, 마그나VITA펀드 등 농식품 주목적 투자조합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그린랩스 외에도 로보틱스, 디지털 유통, 대체식품 등 분야 푸드테크 기업에 432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마그나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농금원이 진행한 ‘2022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정기 출자사업’의 농림수산식품(일반) 부문에 나홀로 지원, 지난 4월 말 선정됐다. 선정 5개월여 만인 오는 27일에는 300억원 규모 ‘마그나FUTURE펀드’를 결성한다.
마그나FUTURE펀드에는 정부 출자금(150억원)과 마그나인베스트먼트가 직접 넣은 30억원 외에도 120억원 민간 투자가 몰렸다. 금리 인상 등에 따른 투자 시장 위축으로 VC들이 정부 출자를 받고도 민간 투자를 받지 못해 펀드를 결성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송 본부장은 “시중은행은 물론 식자재 유통사, 제약사, 손해보험사까지 마그나FUTURE펀드 민간 출자자로 나섰다”면서 “내부적으로는 푸드테크 투자 펀드가 5개로 늘었고, 전체 운용금액의 25%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2·제3의 그린랩스를 발굴해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송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요즘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들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 시장이 위축된 게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벤처 투자와 같은 위험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증시 하락 등으로 기업공개(IPO)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 회수의 방안도 막막해진 상황이 돼 버렸다. 돈이 돌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민간 투자를 유치했나.
“투자 위축 시기에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난다. 사업성이 탄탄한 이른바 되는 곳으로는 돈이 몰린다. 푸드테크가 그중 하나다.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등으로 말미암은 식량 위기, 물가 상승은 푸드테크로의 관심을 이끌었고, 이곳으로 투자가 이뤄지도록 했다.
특히 해외의 경우 푸드테크 기업으로 엄청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애그(농업)·푸드테크 투자사인 애그펀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애그·푸드테크 시장에 62조원이 몰렸다. 전년 대비 85% 증가한 것으로 이미 푸드테크는 주요 투자처가 된 셈이다.”
-제약사까지 마그나FUTURE펀드에 투자했다.
“푸드테크를 단순히 보면 음식과 기술의 결합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음식을 두고 생산, 제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기술이 들어간다. 예컨대 어떤 작물을 병충해 없이, 혹은 더 빨리 생산할 것인지부터,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지도 모두 푸드테크에 든다.
이번에 민간 출자자로 투자한 제약사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 등으로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우리 펀드로 투자를 하면 투자를 검토하는 주요 푸드테크 기업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해당 제약사는 이번 투자를 통해 식품 시장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나.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가 주요 펀드출자자(앵커LP)인 만큼 농림축산식품 분야 사업을 영위하는 경영체에 총 결성금액의 60%를 우선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남은 40%도 푸드테크와 연관성이 높은 혁신 기술 기업과 조기 회수가 가능한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로보틱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돼 농업식품 부문 생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신품종 등을 개발하는 스마트 농업, 식물성 유지 등을 활용한 대체육 등 대체 식품 분야도 투자 대상에 올려뒀다.”
-눈여겨보는 스타트업 및 기술이 있나.
“아직 스타트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농업과 축산 부분 로봇 기술과 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예컨대 센서를 통해 색을 구분하고, 당도를 파악하는 센싱 기술을 보고 있다. 농작물 수확 효율화를 이룰 수 있는 농업용 협동로봇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축산 부문에선 사료 기술을 따져보고 있다. 사료에 미역 같은 해조류 보충제를 넣어 젖소 배설물 내 메탄가스를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푸드테크로 낙농·축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기후 변화 등으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다.”
-푸드테크 투자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있나.
“사람과 성장성을 본다. VC는 성장성이 보이는 스타트업에게 학생으로 치면 과외비를 지원해 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메꿔주는 게 결국 VC의 일인데, 지속적인 의견 교환과 성장 방향성에 대한 제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성장성의 기준은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으로 판단한다. 예를 들어 각 국가의 규제에 맞춰야 하는 농약 같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지양한다. 정책 자금에 기반을 둔 펀드의 특성상 지원 성격의 투자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도 해외 시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인지를 평가하고 있다.”
= 배동주 기자,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