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세장 면사랑 대표 “건면 납품社 꼬리표 떼고 소비자 직접 만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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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남의 제품만 만들어 줬는데, 이제는 면사랑 깃발을 내걸고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겠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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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460,500원 ▼ 1,500 -0.32%)의 건면 납품 협력업체로 출발한 식품기업 면사랑이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면사랑은 식품업계에서 면 분야 ‘히든챔피언’으로 통한다. 건면부터 생면, 냉동면, 쫄면, 냉면 등 다양한 면과 소스·고명 등 300종 이상의 제품군을 보유해서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13일 서울 삼성동 면사랑 서울사무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면사랑 제공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13일 서울 삼성동 면사랑 서울사무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면사랑 제공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강소기업인 면사랑이 B2C 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조선비즈는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면사랑 서울사무소에서 정세장(69) 대표를 만났다. 정 대표는 오뚜기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맏사위로, 함영준 현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삼성전자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던 그는 1991년 장인의 제안을 받아 장학식품(면사랑의 전신)을 설립했다. 오뚜기의 건면 납품회사로 첫 발을 뗀 면사랑은 이후 면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소스와 떡, 튀김, 육가공품까지 한 공장에서 모두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춰, 다양한 유통기업으로부터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 대표가 B2C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면사랑은 지난해 매출 1038억원, 영업이익 약 1억원을 냈다. 전년보다 각각 7%, 96% 줄었다.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 외식·식자재 납품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면사랑으로선 창립 후 처음 겪는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3~6월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20~30%까지 빠졌다. 밀키트 위탁생산(ODM) 수주 등 신제품 출시로 실적 방어에 나섰지만 마이너스 성장까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위기는 신사업 필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유명 제품을 위탁생산하며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면사랑 브랜드를 전면에 건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난 달 자체 연구개발로 만든 ‘초간편식’ 냉동팩면 9종을 출시했고, 현재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냉동용기면을 개발 중이다. 냉동팩면 중 세 제품은 지난 2일 열린 ‘2021 대한민국 식품대상’ 간편식 부문에서 ‘베스트’와 ‘대상’을 수상하며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냉동팩면은 삶은 면과 소스, 고명을 영하 40°C에서 급속 냉동해 면발과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한 제품이다. 끓는 물에 1분만 조리하면 전문매장 수준의 면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 평가와 소비자 평가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아직 조용하다. 면사랑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은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정 대표는 “B2C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쉽지 않다”며 “제품을 알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유통채널의 언덕을 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중소업체로서 대형마트의 수수료 및 할인 행사 요구를 수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면사랑은 판매 활로를 온라인에서 찾았다. 오프라인 대비 낮은 수수료에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게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장점이었다. 여기에 리뷰와 별점을 통해 냉동팩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정 대표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았다”면서 “최근에는 직접판매(D2C) 채널 등 시장 진출 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 D2C의 성장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충북 진천에 위치한 면사랑 공장. /윤희훈 기자
충북 진천에 위치한 면사랑 공장. /윤희훈 기자

정 대표는 회사 미래가 ‘면사랑’의 브랜딩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면사랑의 브랜드를 걸지 않고 타사의 제품을 만드는 OEM 사업은 ‘오뚜기 옛날국수’ 외에는 앞으로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오뚜기와 함께 냉장면 제품을 출시한 것도 오뚜기 로고와 함께 면사랑 로고를 제품 전면에 노출했기 때문에 수락한 것”이라며 “여태까지 남의 제품만 만들어 줬는데, 이제는 면사랑 깃발을 내걸고 시장에서 평가받겠다”고 했다.

다만 대형 유통매장이나 호텔 브랜드와 협업하는 ODM 사업은 지속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ODM은 함께 만들면서 많이 배운다. 유명 요리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다”며 “이게 면사랑 브랜드의 제품군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뚜기의 가족회사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도 과제다. 정 대표는 “장인의 제안으로 건면 사업을 시작하며 회사가 출발했지만, 지금은 (오뚜기와 면사랑이)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며 “지배구조도 얽혀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전체 매출의 10~20%는 오뚜기에서 나오지만, 추가로 납품할 계획은 없다”며 “오뚜기는 오뚜기대로, 우리는 우리 힘으로 갈 길이 따로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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