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투자포럼] 앤디 시에 "환율 7위안 넘어설 것…中, 절하보단 개혁나서야"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 대처법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단 하나 하는 것이 위안화 절하다.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7위안을 넘을 수밖에 없다."

앤디 시에(Andy Xie·謝國忠) 전(前)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8 미래투자포럼’에서 김정식 연세대 교수와 대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위안화 환율 절하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환율이 시장이 우려하는 달러 대비 7위안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은 스펀지처럼 미국이 때리는대로 맞고만 있으며 절하(위안화 가치 하락) 정책만 펴고 있다"고 지금의 상황을 해석했다.

앤디 시에는 "혹자는 자본 유출 때문에 중국이 더 이상 절하를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자본 유출과 관련한 많은 장벽을 쳐놨다"면서 "더 버틸 생각이기 때문에 위안화 절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바람직한 게 아니다라며 "중국은 경제 개혁으로 나가야 한다"며 "중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서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정식 교수와 앤디 시에 전 이코노미스트의 문답 내용이다.

김정식 교수= 미·중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미국이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만약 이처럼 미국이 이길 경우 중국 무역수지 흑자 40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줄어들고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

앤디 시에= 단기적 차원에서는 미국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하했고, 미국 경제가 현재 단기적으로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복잡하다.

만약 중국이 위기 상황에 처하면 개혁을 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은 위기가 아니면 개혁하지 않는다. 일례로 20년 전 중국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개혁할 수 있었다. 당시 국영기업을 줄이고 WTO에 가입하며 개방했다.

김정식 교수= 무역 전쟁과 더불어 통화 전쟁이 같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항상 무역흑자를 내던 나라에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다. 보호무역 또는 통화가치 절하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대미 무역흑자를 내기 시작하니까 이런 옵션 제시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환율 옵션을 받아들였다. 일본의 경우도 같은 상황에서 환율 옵션을 받아들여 플라자 합의를 했고 그 결과 20년 경제 침체를 겪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중국은 일본의 실패사례를 토대로 환율 옵션을 받는 것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앤디 시에= 중국 정부 입장은 일본 사례를 바탕으로 평가 절상을 하면 지게 될 것이란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반대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관세 부과를 하면 중국은 평가 절하를 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중국이 뜻대로 안움직여서 미국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관세를 10% 올려도 꼼짝하지 않고 위안화 절하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평가절하를 하지 말고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대비 GDP가 낮기 때문에 싸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식 교수= 환율보다 구조조정을 통해 중국 경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인데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은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있다. 그래서 그보다 쉬운 환율을 높여 수출을 유지해 경기 회복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 같다. 위안화가 달러 당 7위안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떻게 전망하나. 환율 높이게 되면 자본유출 발생할 우려가 있다.

앤디 시에= 아마 7위안보다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거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을 계속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자본 유출이 되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중국 정부는 자본 흐름의 벽을 이미 쳐놨기 때문에 자본 유출이 그렇게 쉽지 않다. 중국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행정 통제력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미 중국에 들어온 자본에 대해 은행 규제를 강화해 유출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 것이다.

김정식 교수= 중국은 중상주의 정책으로 환율 상승, 자본시장 규제, 수출 장려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고 국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만, 일본 등도 다같이 과거에 사용하던 정책이다. 미국 보호무역 주의와 환율 압박에 대응해 중국에서는 신창타이라는 내수부양 정책을 내놨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앤디 시에= 중국은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도시의 교통 프로젝트에서 굉장히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석탄 화력 발전 개발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중국 통계는 그렇게 신뢰도가 높지 않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 늘 6.5% 6.6%라고 한다. 지난 6년간 전력 소비는 2~3% 성장하는데 그쳤다. 다시 말해 에너지 소비 증가가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 소비는 견고하지만 2012년부터 경제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김정식 교수=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의 한 논문에 따르면 세계에서 자본 이동 주기인 글로벌 파이낸셜 사이클이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변동성지수이고 변동성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미국 금리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신흥국이 어떤 정책을 써도 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의 자본 유출 위기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지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많이 소진하고 있다. 합법적자본 유출 외에 불법적 자본 유출 위험이 높다.

앤디 시에= 전 세계적인 에쿼티 펀드, 뮤추얼 펀드에서 유출되겠지만 중국에서 자본 유출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벽을 쳐놨기 때문이다. 자본 유출은 20년 전과는 달리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성장이 더 큰 문제다.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자본유출 위기라기 보다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과거에는 달러의 중요성이 컸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그래서 대규모 자본 유출은 없을 것이다.

김정식 교수=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나 대미 수출 감소는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 준다. 한국 수출에 있어서 중국 비중은 25%로 가장 크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둔화가 한국경제에 얼마나 영향 즐 것으로 보나.

또 중요한 건 한국의 주력 산업이 중국의 추격 받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한국에 주력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면서 20년 경기침체를 겪었다. 한국에서는 전자, 자동차 주도권까지 중국으로 넘어가 결국 장기 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앤디 시에= 거시적 경기 둔화와 경쟁력 이전 등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거시적 경기 둔화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에 큰 충격을 줄 산업이 자동차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꺾였다. 자동차 수요가 3% 감소했다. 그 영향으로 랜드로버, 포드 등의 매출이 40% 급감했다. 자동차 판매는 부동산 시장과도 연결되는 부문이다. 부동산이 얼어붙으면 자동차 산업도 어려울 것이다. 전자 산업의 경우 특히 핸드폰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업그레이드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화학부문을 보면 중국이 확장하고 있다. 특히 미들스트림 분야에서 민간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생산설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그 규모를 잊지 말아야 한다. 경기가 안좋아져 과잉설비 문제가 생기면 한국과 대만 관련 기업도 쇼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경제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독일은 15년 전 경제 개혁을 했다. 다운스트림 쪽 화학은 버렸고 철강도 포기했다. 기술과 브랜드에 집중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브랜드가 훌륭하다. 마치 프랑스 명품 처럼 자동차를 브랜딩했다. 전반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줄어도 독일차는 잘팔린다. 한국의 화장품 등은 상당히 잘 자리잡았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가격 경쟁력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 힘들다. 브랜드 파워를 키움으로써 문화를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런 근본적인 개혁을 하면 더 큰 성장을 하게 될 것이다.

김정식 교수= 중국도 임금 상승이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이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데 중국의 강점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나?

앤디 시에= 베트남 이전 배경에 임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프라가 있고 적절한 노동력이 공급돼야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이다. 임금만 보면 아프리카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니겠나. 인프라를 감안하면 생산과 관련한 중국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이다.

가구 제조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에 이전을 하지만 사회기반 시설 부족으로 인한 비용이 있다. 중국의 의류 제조 산업은 베트남의 열배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 인도는 고속철도 구축을 위해 일본과 공조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중국의 경우 다른 국가와 달리 인프라 구축 속도가 빠르다. 한중일 3개국은 강력한 중앙정부 덕에 인프라 구축을 빨리 하지만 다른 국가는 그렇지 않다.

중국이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되면 소비 국가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0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김정식 교수=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거품이 터질 수도 있다고 했다.

앤디 시에= 핵심은 중앙은행이다. 미국 연준은 4.3조 달러 규모의 양적 팽창을 했다. 이런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특히 연준은 매입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연준은 금리는 올리고 있지만 자산을 매각하지는 않고 있다. 이례적인 정책이다. 미 연준이 자산을 언제 본격적으로 매각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는 올리되 부채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같은 붕괴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미국이 부채를 줄일 의사가 없는 것 같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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