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연초부터 쏟아진 가상자산 보고서

하나금투, 1월 증시 이슈로 ‘가상자산’ 꼽아

한국·유진證도 연말연초 보고서 발간

증권가 “공식적으로 커버할 단계는 아냐”

새해가 되면서 주요 증권사에서 앞다퉈 가상자산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동안은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를 내는 곳은 손에 꼽았고, 아예 코멘트조차 하지 않는 곳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등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하나금융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가상자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1월 주식시장 전망과 전략 내용을 담은 월간 자료에서 리서치센터는 가상자산 시장을 대표적인 증시 이슈로 꼽았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코인, 토큰 등 가상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담겼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조2213억달러(한화 약 2659조원)으로 2020년 1월 1일(1926억달러) 이후 2년 새 1000% (10배) 이상 증가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현재 거래되는 코인은 1만2057개, 거래소는 537개다. 코인과 거래소 모두 약 1년 전인 2020년 4월과 비교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상자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펀드는 2017년 이후 계속 늘고 있고, 글로벌 연기금들도 가상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서 유진투자증권은 새해 첫 증시 거래일인 3일 ‘가상자산군 편입 및 운용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가상자산이 주식, 채권, 금(金)과 같은 기존 자산과 동등한 지위로 인정받긴 어렵지만, 자산배분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편입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의 엄청난 가격 변동성 자체만으로 투자자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자산배분 관점에선 다르다”고 했다. 그는 “잠시 자산에 대한 기본적 분석을 제쳐두고, 과거 가격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바라본다면 가상자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설명했다.가상자산은 전략적으로만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게임메이커가 될 수 있다.

방 연구원은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 내 소규모(1~10%) 비중을 가져갈 시 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단기 모멘텀을 유의하면서 목표 변동성과 기대 수익률에 따라 전략적으로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게임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초는 아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증권업종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 작성 당시 기준 국내 4대 가상자산 연간 거래대금과 가입자 수 등을 토대로 보면 가상자산 시장은 규모 측면에서 국내외 주식 시장과 유의미한 경쟁 관계에 놓였다는 평가였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및 가상자산 거래대금 추이는 동행하면서 움직였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커진다고 주식시장 거래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위험자산군으로 개인들의 위험 선호도 변화에 따라 거래대금이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이런 가상자산 관련 보고서나 코멘트를 주기적으로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에 대한 논의가 이전보다 활발해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가상자산에 대한 정의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스탠스가 과도기 단계에 머물러있는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 앞장서 언급하기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가상자산의 경우 그동안 증권사에서 분석해온 전통적인 자산인 주식(기업)과 달리 그 가치의 토대가 정확하지 않다. 예컨대 증권사의 기업분석은 평가 대상이 되는 기업의 실적, 사업, 투자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래 주가를 분석하고 전망하면 되지만 가상자산은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신사업이 나올 때 가장 먼저 살펴보고 가치 분석을 해왔다”며 “가상자산도 결국에는 제도권 시장으로 편입되고, 증권사의 분석 대상이 되겠지만 아직까지 전통 자산과 이질적인 부분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커버하는 데 제약이 많다”고 했다.

가상자산 투자자 상당수가 가상자산 가치보다 가격 흐름에 주목한다는 점도 분석의 한계로 지목됐다. 가상자산이 향후 특정 산업에 미칠 영향력이나 그 의의를 묻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보고서는 충분히 낼 수 있지만, 주기적으로 가격만을 예측하는 건 증권사의 역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진다면 그 수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미국 코인베이스 등 기업공개(IPO)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두고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하자 관련 보고서가 잇달아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시각 국내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올해 들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오후 2시 58분 기준 비트코인은 하루 전보다 130만원(2.27%) 넘게 하락한 5623만3000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9만3000원(1.97%) 떨어진 462만1000원에 거래됐다.

=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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