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건식품 열풍과 비욘드미트의 위기

3년 전 미국의 식물성 대체육 업체 비욘드미트에서 만든 식물성 고기 패티를 먹어봤다. 당시 함께 시식한 동료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와, 정말 고기랑 똑같네”였다.

비욘드미트 제품은 흔히 빨간 무라고 부르는 비트로 만든 핏빛 액체와 코코넛 오일 등으로 고기 육즙을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 전만 해도 식물성 음식에 대한 극찬은 ‘원물(元物), 즉 기존 육류를 똑같이 재현했다’였다.

비욘드미트는 이런 호평에 힘입어 2019년 5월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회사 중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미국에 대체육 바람을 일으키며 한때 공모가의 10배까지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욘드미트는 최근 경영난을 겪으며 전체 직원의 19%(약 200명)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욘드미트가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미국 주요 소매점에서 비욘드미트 버거 패티 2개 가격은 5.99달러였다. 이 금액이면 당시 다진 소고기 2파운드(900g)를 살 수 있었다.

CNBC는 지난 10월 비욘드미트의 위기에 대해 분석하며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에 부담을 주고 있어, (진짜 고기보다)더 비싼 대체육을 먹는 것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히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고기랑 똑같은’ 맛을 내는 제품을 비싸게 주고 사느니 그냥 진짜 고기를 먹게 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대체육 생산 기업이 휘청거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물성 식품의 성장 엔진이 꺼진 것은 아니다.

한국의 사례를 보면, CJ제일제당(375,000원 ▼ 5,500 -1.45%)의 식물성 식품 브랜드 ‘플랜테이블’은 출시 10개월 만에 전세계 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매일유업(51,300원 ▲ 300 0.59%)이 지난해 8월 출시한 귀리 우유인 ‘어메이징 오트’는 당시 출시 2개월만 판매량이 100만개를 넘어섰다.

이들 제품과 비욘드 미트의 차이는 ‘원물’을 모방했는지, 원물보다 ‘더 맛있는’ 본연의 맛을 만들어 냈는지의 차이다.

가령 어메이징 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진짜 우유랑 똑같네”가 아닌 “우유보다 덜 부담스러운데 고소하고 맛있다”이다.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한 ‘2022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간편식품 분식 부문 베스트로 선정된 제품을 봐도 이런 경향이 엿보인다.

풀무원의 ‘식물성 지구식단 표고야채 한식 교자’가 수상했는데, 대체육을 활용한 채식 만두로 ‘고기가 들어간 일반 만두보다 맛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심사위원들로부터 받았다.

여기서 핵심은 채식 만두지만 ‘일반 만두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다. 식물성 식품이 더 이상 무언가의 ‘대체품’이 아니라, 정말 그 제품의 맛에 반한 소비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심사를 맡았던 조완일 센소메트릭스 대표는 “혁신성을 가진 제품들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맛이라는 영역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맞는 사례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즉 2022년도의 식물성 제품 열풍은 더 이상 어떤 ‘신념’이나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CJ제일제당 공식몰인 CJ더마켓의 구매 데이터에 따르면, 식물성 제품 출시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식물성 만두 구매자의 80% 이상이 고기 만두를 함께 샀다. 식물성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꼭 채식주의자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CNBC는 비욘드미트의 위기를 보도하며 “많은 소비자들은 참신함이 사라지고 나면 대체육을 지속적으로 먹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혜성처럼 떠올랐다 고전하는 비욘드미트의 위기는 식물성 제품이 윤리, 신념에 의한 육류 대체품이 필요한 소비자만을 공략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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