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2022]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관 “금융당국 ‘그림자 규제’ 지양해야”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탈국유화된 사적 화폐에 대한 수요를 정당화한다."프리드리히 하이에크, 1978

“기존 금융 시스템, 즉 중앙집권식 금융시스템에서는 대부분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이 은행과 거래합니다. 이런 형태에서 전 세계 17억명은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비용이나 속도에 대한 비효율성 문제도 있고, 대출 이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같은 문제도 계속 나타나고 있죠.”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20일 조선비즈가 개최한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영국 경제학자 하이에크 발언을 인용해 “사적 화폐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혁신으로 받아들이고 ‘그림자 규제’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림자 규제란 명시적인 법규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기관이 행정지도나 구두지시 같은 방식으로 금융사에 건건이 간섭하는 경우를 말한다. 변호사인 이수환 조사관은 신영증권과 외환은행, 현대로템을 거쳐 2020년부터 국회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이 조사관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를 앞세워 “금융당국도 가상자산의 효용성을 인정했다”고 했다. 앞서 금융위는 2017년 ‘가상자산 현황 및 대응방향’ 문서에서 가상통화가 “낮은 비용, 빠른 처리속도, 보안성 측면에서 장점을 보유했다”고 적었다.

이어 이 조사관은 “과기부 역시 2018년부터 일찍이 가상자산이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도박이나 투기로 단정 짓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혁신, 도전, 미래" 조선비즈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이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혁신, 도전, 미래" 조선비즈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이 강연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렇다면 가상자산 시장은 어떻게 규율해야 할까. 이 조사관은 “혁신의 촉진은 적절한 수준의 규제 감독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원칙을 강조하면서 “현 시점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규율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입법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다 해서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에는 해킹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코인레일에서 전 자산의 30%에 해당하는 530억원이 탈취되는 등 거래소의 안전 여부 또한 도마에 올랐다.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코인업체의 시세조종도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요소다.

그러면서 이 조사관은 “규제 방향을 설정하면서 사회적 합의와 국가 간 공조가 선행되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을 넘나드는 가상자산의 특성 상 국가 별로 이질적인 규제를 도입하면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어 이 조사관은 “현재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를 놓고 ‘보이지 않는 규제(그림자 규제)를 하면서 겉으로 방치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률유보원칙이며, 법률유보원칙은 의회유보원칙을 내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기본권적 중요성을 갖는 사항에 대해서만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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