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컴퍼니가 만든 식물성 대체육 ‘언리미트’가 미국 식료품점에 들어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200여곳 점포를 갖춘 식료품 마트 ‘그로서리 아울렛’은 지난 6월 지구인컴퍼니로 언리미트의 납품을 요청했다. 미국 온라인 식료품몰인 ‘이츠 비건’에서도 언리미트가 팔린다.
지구인컴퍼니는 아울러 내년 1월 미국 전역에 있는 대형마트로 언리미트 납품을 예정했다. 국내 식물성 대체육 중 미국 대형마트로 들어가는 건 언리미트가 처음이다. 대체육 바람의 진원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선도 기업인 비욘드 미트, 임파서블푸드 등과 나란히 서게 됐다.
뿐만 아니다. 호주, 중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베트남 등 전 세계 7개국에 지구인컴퍼니의 언리미트가 수출되고 있다. “‘환경을 위하는 대체육’으로 아시아 1위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는 민금채 대표를 14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나 언리미트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지구인컴퍼니는 쌀이나 현미 등 남는 곡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개발을 목표로 2017년 설립됐다. 지난해까지 325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식품 산업 미래를 이끌 유망 벤처로 선정하는 ‘A벤처스’에도 선정됐다.
언리미트는 지구인컴퍼니가 설립 3년차인 2019년 선보인 대체육이다. 국내선 처음이었다. 슬라이스 형태 구이용 대체육을 대표 제품으로 장조림용 대체육을 찢은 풀드포크, 만두, 육포 등을 갖췄다.
민 대표는 언리미트의 경쟁력 첫 손에 기존의 식물성 대체육들과는 다른 제품군을 갖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선 햄버거용 패티와 소시지가 주력이었다”면서 “불고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슬라이스 형태의 대체육을 선보였는데 이게 통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어 “미국에선 대형마트 등에 별도의 식물성 대체육 코너가 마련돼 있는데, 해당 코너를 채우고 있는 것은 햄버거 패티나 소시지가 전부”라면서 “유통 채널 입장에서는 새로운 상품을 가져와 대체육 코너를 채우고 싶고, 그 같은 수요에 언리미트가 딱 맞았다”고 말했다.
지구인컴퍼니가 처음부터 대체육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배달의민족에서 농산물 가공식품 기획을 맡았던 민 대표가 재고 농산물 재가공 사업을 목표로 설립했다가, 대체육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8년 시장 조사차 떠난 미국 출장에서 식물성 대체육을 먹은 게 계기가 됐다.
그는 “‘맛집 대표 메뉴’인 줄 알고 먹었던 임파서블버거 패티가 쌀 단백질, 감자, 강낭콩 등 식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면서 “대체육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고, 버려지는 식물성 원료를 쓰는 방식과 아시아인의 식습관 맞는 대체육을 차별점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축산물 시장에서 산 소고기를 부위별로 나눠 담은 병을 들고 다니며 대체육을 개발했다. 그리고 2019년 10월 두부 등을 만들고 남은 대두박, 쌀 도정 후 부산물로 나오는 미강을 쓴 슬라이스 형태 ‘언리미트 1.0′을 냈고, 지난해 씹는 맛을 개선한 ‘언리미트 2.0′을 냈다.
업사이클링 대체육은 언리미트의 새로운 경쟁력이 돼줬다. 기후위기 시대, 축산업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는 점이 대체육의 성장을 지지했는데, 언리미트는 여기에 버려지는 식자재를 재사용해 대체육을 만들고 있는 덕이다.
민 대표는 “대두박과 미강을 대게 부산물로 인식하지만, 여기에는 대체육에 쓸 수 있는 단백질, 섬유질이 많다”면서 “가공 안정화 처리를 거쳐 사용하는데, 언리미트 식물성 대체육 영양성분 기준 약 11%가 대두박과 미강 등에서 얻은 재사용 원료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지구인컴퍼니 언리미트는 미국 업사이클드푸드협회에서 진행하는 업사이클링푸드 인증 획득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업사이클링푸드협회 회원사로 선정됐고, 슬라이스 제품에 대한 인증을 진행 중이다. 대체육 업사이클링 인증은 지구인컴퍼니가 대체육에선 처음으로 진행한다.
민 대표는 불고기용 대체육인 슬라이스와 대체육을 활용한 만두, 여기에 대체육을 활용한 떡갈비 등 아시안 음식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K치킨 여기에 베트남, 태국 음식에 들어가는 대체육의 제조·수출도 예정하고 있다.
비욘드 미트가 감원을 진행하는 등 식물성 대체육 사업이 초기의 높은 관심을 안정적인 수요로 연결하지 못하고 시련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지구인컴퍼니는 오히려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 충북 제천에서의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추가 투자 유치에도 나섰다.
민 대표는 “비욘드 미트의 부진은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수요가 없어졌다기 보단 식물성 대체육 시장으로의 경쟁사가 많아진 탓이 크다”면서 “지속 가능성은 꾸준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시장인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세계 대체육 시장은 60억710만달러(약 7조8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6년과 비교해 44%가량 늘었다. 5년간 연평균 9% 이상 성장했고, 2025년에는 110억3300만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민 대표는 “오늘은 고기 대신 대체육을 그중에서도 대체육으로 된 아시안 음식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언리미트가 떠올랐으면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더 건강하고 맛있는 대체육을 개발하기 위해 최근에는 배양육과의 혼합 등의 기술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금채 대표는
▲여성조선·여성중앙 기자 ▲카카오 마케팅 담당 ▲우아한형제들 ‘배민쿡’ 사업부 담당
= 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