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중 하나인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이 이틀간의 여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폐막했다. 삼성전자, 노키아,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퀄컴,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이 총출동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ICT 흐름을 진단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주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둘째날 행사는 토미 우이토 노키아 모바일네트워크그룹 총괄 사장과 이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고문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5G,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신기술을 다뤘다.
콘퍼런스는 전날에 이어 전체 누적 시청건수 약 5000회를 돌파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미래 ICT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데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글로벌 테크 리더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의 의미가 강하게 와닿는다", "코로나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 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시의적절한 콘퍼런스였다" 등 호평이 잇따랐다.
◇클라우드 기반 新기술로 '향기'까지 느끼는 시대 온다
우선 기조연설에서 토미 우이토 노키아 총괄사장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대전환이 네트워크,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과부하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최근 대세로 떠오른 ‘엣지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이토 사장은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 등 전면통제) 기간 줌이나, 웹엑스(시스코), 팀즈(MS) 등 화상회의 앱에 상당히 의존해 왔다"면서 "이 앱들의 데이터를 엣지 클라우드로 바로 근처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네트워크 부하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영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고문은 5G에서 한 발 더 나아간 6G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무선 네트워크 가상화·최적화가 다가올 6G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6G 도입과 함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보다 몰입도가 높은 ‘XR(혼합현실)’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사람과 기기를 홀로그램을 띄워 눈 앞에 있는듯 소통할 수 있는 영화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고 예측했다.
이어진 클라우드 세션에서는 국내외를 대표하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대거 연사로 나서 AI, XR 등 혁신 서비스의 근간이 될 클라우드 기술 동향을 소개했다. 첫 연사로 나선 슬라빅 디미트로비치 AWS 솔루션즈 아키텍처 총괄은 무작정 클라우드를 도입하기보다는 소비자 수요와 기술의 과학적 검증을 강조했다.
디미트로비치 총괄은 "지난 8년간 수십 곳의 고객사와 협력하며 클라우드 도입에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서류만 보고 실제 검증과 소비자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제안서만 보고 무작정 클라우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사를 통해 실험하고 개념 증명을 하는 과학적 방법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는 클라우드 중에서도 사스(SaaS·소프트웨어 클라우드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대표는 "향기·분위기·사람의 몸짓 등 대면 소통으로만 느낄 수 있던 요소들을 앞으로 클라우드, 그중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재현해낼 것"이라며 "이들에 의해 재택근무가 기본이고 사무실 출근은 부수적인 일이 되는 ‘재택 퍼스트’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해광 삼성SDS 클라우드 기술 담당 상무는 난무하는 클라우드 기술 속에 '선택장애'에 빠진 기업들에게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제안했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사내 시스템에 대한 정보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결합한 형태다. 그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에서는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 등 개발환경을 구축하는 데만 2주가량이 소요되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마치 하나의 컨테이너처럼 독립적으로 나눠 설계한다면 이 시간을 단 하루로 단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AI는 인류의 조력자이자 동반자
비대면 산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AI 세션에서는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큰 AI 스타트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센스타임의 제프 스(Jeff Shi) 아태사업부 사장이 첫 연사로 나섰다. 스 사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AI 기술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로봇, 신약 개발 가속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 사장은 "센스타임의 AI 기술이 의료에도 적용되고 있다"면서 "기술 적용 전에는 하루에 의사 1명당 140장의 CT 이미지를 분석했으나, 기술 적용 후에는 1시간에 최대 150명의 환자를 진단할 수 있게 돼 병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 대중교통에 적용된 비대면 AI 솔루션 기술, 주요 은행에 도입된 비대면, 맞춤형 고객 서비스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AI는 단순히 사람의 물리적 위험성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인지노동(정보처리나 의사결정을 하는 일)을 경감시키는 데에도 큰 효용성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철배 LG전자 선행디자인연구소장 전무는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29년 (AI 기술 진화에 따라) 초고도화된 생산성의 시대가 오면, 밤새 1차 서류를 검토하는 초짜 변호사 직업이 사라지는 등 일자리가 없어지고 잉여시간이 보편화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가이 커크우드 유아이패스 수석 에반젤리스트는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는 오히려 사람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일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자동화해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즉 RPA는 직업을 없애는 게 아니라 직무를 개선해 줄 것"이라고 했다.
커크우드에 따르면 유아이패스의 RPA를 쓰는 미국의 한 연방기관이 800명에 가까운 인력이 투입되는 특정 업무의 효율성을 70% 높였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크우드는 "직원들은 보다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면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자동화 때문에 고용률이 줄어든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특별강연자로 나선 에드워드 조우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부문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각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5G, AI 같은 신 인프라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대대적 정부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산업과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경제 회복과 장기적 성장을 위해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며 정부의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