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번 있을까 한, 수조 달러 규모 자율주행차 시장이 이미 중국 안에 있습니다. 아시아는 최대 시장이고 이 지역 후발주자들은 업계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인 중국 스타트업 ‘오토엑스(AutoX)’의 창업자 샤오젠슝은 23일 오후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 ‘스마트클라우드쇼 2020’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향후 자율주행차 업계의 최대 기회는 아시아에 있기 때문에 한국 등 이 지역의 후발주자들이 현재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업계 선두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샤오젠슝은 홍콩과기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2016년 프린스턴대 조교수를 지냈으며 15년간 AI와 로봇공학 연구개발(R&D)에 매진해온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다.
2016년 중국 선전에서 세워진 오토엑스는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으로부터 별도의 안전요원 없이 승객 혼자 탑승해 주행할 수 있는 ‘완전자율주행 라이선스(면허)’를 획득했다. 이 라이선스는 안전요원 동승이 필요한 일반 자율주행 라이선스와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차 안전성 인증, 업계 선두주자를 가리는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이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은 구글 웨이모와 캘리포니아 스타트업 누로(Nuro), 그리고 오토엑스까지 전세계에서 단 3곳뿐이다. 오토엑스는 또 웨이모와 함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일반 승객을 탑승시켜 무인 운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은 2개 기업 중 하나다.
오토엑스는 작년 6월 중국 선전에 전세계 두 번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로보택시(RoboTaxi)’를 선보였다. 고객은 알리바바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 에이맵(Amap·중국 이름은 ‘가오더디투(高德地圖)’)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손잡고 서비스 지역을 상하이로 확장했다. 상하이의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센터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이날 샤오젠슝은 "이미 아시아에서 자율주행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후발주자들이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을 크게 5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아시아에서 고령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우리 세대가 노년층이 되면 운전할 젊은 세대 인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택시와 트럭을 운전하고 식품을 배달할 인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력 부족을 자율주행차로 해결할 수 있다"며 "때문에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자율주행차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두번째는 운전 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집집마다 차고가 있고 18세 이상 고등학생부터 대부분 운전 면허를 따는 미국과 달리 아시아인들은 주차공간 부족, 교통체증 등의 문제로 차를 소유하고 운전할 동기를 갖기 더 힘들다. 운전하지 않는 인구가 곧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잠재적인 고객층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아시아의 교통체증이 오히려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샤오젠슝은 관련 통계를 인용해 "1분 동안 도로에서 차를 운행할 경우 마주치는 사람의 수는 아시아가 미국보다 10~40배 많다"며 "이는 같은 거리 만큼 주행 실험을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얻는 가치가 수십배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도로에 무단횡단하는 사람이나 이륜차 비율이 높은 환경 속에서 아시아 기업들이 AI의 성능을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자율주행차 관련 업계에 미칠 여파가 미국·유럽보다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꼽혔다. 샤오젠슝은 과거 미국 CNBC의 보도를 인용해 "미국 승차공유 기업 우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이전 대비 25% 떨어졌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낯선 차에 타기를 꺼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훌륭히 통제되고 있는 중국·한국 등에서는 그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다"며 "그렇게 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택시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 경쟁자 수가 적다는 점이다. 사오젠슝에 따르면 중국 내 자율주행차 서비스 기업은 오토엑스와 손잡은 디디추싱과 바이두 등 4곳에 불과하다.
샤오젠슝은 "평생 한번 있을까 한 수조 달러 규모의 시장이 이미 중국 안에 형성돼있다"며 "아시아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상당 부분 따라잡았고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자율주행차 업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샤오젠슝은 "로보택시의 서비스 지역을 아시아의 여러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를 위한 자사의 혁신기술들도 소개했다. 오토엑스는 올해 아시아 최초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5’ AI를 적용한 모델 ‘오토엑스 XCU’를 출시했다. 완전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처리하는 고성능 AI가 탑재돼야 하는데, 기존 차량 AI들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이중 제동 시스템도 갖췄다. 샤오젠슝은 "이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오토엑스의 협력사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만이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라나 라이다 같은 주요 부품의 미세한 기울기를 자동 보정하는 ‘캘리브레이션 시스템’도 아시아 최초로 갖췄다. 이들 부품은 0.0001도의 각도만 기울어져도 주변환경을 인식하는 성능에 영향을 주는데, 사용자가 버튼을 누리기만 하면 자동 보정해준다는 것이다. 별도의 정거장 없이 어디서든 자율주행차를 주차하고 호출할 수 있는 ‘풀오버’ 기술도 현재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