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상황이나 증시 분위기는 부진할 수 있겠지만 확실한 테마를 가진 일부 업종이나 종목은 오히려 분위기가 좋을 수도 있다."
2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주최 '2018 미래투자포럼'에서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등 해외 요인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이 겹쳐 내년 국내 증시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주식이나 친환경 테마주, 경협 등 정책 테마주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내년 증시 분위기 밝지 않다"
박 연구위원은 내년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밝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상장사 이익 증가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 시장에 상장된 우량주 212개의 내년 예상 순이익이 올해보다 4.2% 증가한 156조5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연말에 실적 전망치가 또 하향조정된다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수도 있다"면서 "국내 증시 상장사 실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주의 내년 순이익도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 증권, 통신 업종의 순이익 증가율도 뒷걸음질 칠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화학업종의 순이익 증가율은 -12.9%, 증권업종의 순이익 증가율은 -11.2%일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업종의 순이익 증가율은 -7.2%일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와 증시를 둘러싼 해외 환경 분위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여전히 금리 인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속된다는 점도 국내 증시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에 중국 A주가 MSCI 신흥국 지수에 추가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들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 A주가 신흥국 MSCI지수에 처음 편입됐을 때 1조5000억원 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갔다"며 "만약 중국 A주가 MSCI 신흥국지수에 추가로 편입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확실한 테마 있는 종목·업종엔 투자기회 있다"
하지만 박 연구위원은 특정 종목이나 업종별로는 투자 기회가 있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이 제시한 유망 테마주는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업종주, 친환경테마주, 경협 등 정책테마주였다.
① 미·중 무역전쟁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업종주
박 연구위원은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는 요인이 특정 업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 위주의 공급망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만약 세계 공급망 구조가 재구축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어 디스플레이업종이나 휴대폰·부품업종, 조선업종, 의류OEM사업을 눈여겨봐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류 OEM산업 중에서는 화승엔터를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꼽았다. 박 연구위원은 "화승엔터는 아디다스의 2차 벤더 중 하나인데 점유율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만약 중국업체들이 구조조정으로 실제 공급망에서 탈락하게 되면 벤더 매출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② 친환경 테마주
또 박 연구위원은 친환경 테마가 내년도 증시의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봤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차 산업에 주목했다. 박 연구위원은 "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구조적인 흐름으로 좋을 수 밖에 없는 종목을 찾아야 한다"며 "산업 발전상 친환경차가 화두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련 유망주로는 한온시스템 (17,400원 ▲ 300 1.75%)과 우리산업 (26,000원 ▼ 350 -1.33%)을 꼽았다. 한온시스템에 대한 목표주가를 1만7000원, 우리산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4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박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공조시스템을 담당하는 회사고, 우리산업은 전기차 PTC히터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테마로 인해 화학업종의 분위기는 좋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유주의 상황은 괜찮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제해상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연료내 황 함유량을 0.5% 수준으로 규제할 예정인데, 이런 친환경 규제가 국내 정유주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는 고도화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저유황유 생산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조선업종도 친환경 분위기에 따라 LNG 선박 수요가 늘면서 좋을 수 있다고 봤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는 중국과는 달리 친환경 선박을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③ 경협 등 정책 관련주
박 연구위원은 납북경협주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고 권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남북경협주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북한에 대한 UN 제재가 해제되는지에 따라 대북 관련주가 증시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남북 경협사업이 재개되면 현대건설 (56,300원 ▲ 200 0.36%)과 시멘트사를 꼼꼼히 살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박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해 CJ대한통운 (166,500원 ▼ 500 -0.30%)을 주목해도 좋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올해 많이 올랐고 내년에도 10%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선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구조조정에서 살아난 택배사 입장에선 인건비를 조달하기 위해 택배운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CJ대한통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가를 20만원으로 제시했다.
=연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