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 수소경제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2021 미래에너지포럼'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외 에너지 분야 석학, 기업인 등이 참석해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별 정책과 기업들의 전략을 진단하고 그린수소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올해 미래에너지포럼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조선비즈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하 영상을 통해 “수소는 전기를 만드는 원천이자, 저장 수단, 모빌리티 연료 등 에너지 만능열쇠”라며 “수소가 전 세계가 추진하는 탄소 중립 실현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장관은 “우리 정부는 수소경제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2019년 수소경제로드맵 발표, 2020년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과 함께 수소경제 컨트롤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를 조기 출범시켜 수소 생태계 전반에 대한 육성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디터 헬름(Dieter Helm)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정책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COP26, 그리고 녹색 성장(Net zero, COP26 and green growth)’이란 주제로 기조 연설에 나섰다. 디터 헬름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어떤 약속을 하든 중국에서는 지속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중국이 탈(脫)탄소를 하지 않는 한 기후 변화를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탄소집약 제품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부 선진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자국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집약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이런 제품을 제3국에서 수입해 사용하면 결국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디터 헬름 교수는 탄소집약 제품의 수입을 국내 생산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유럽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 발전 도입은 ‘선택 사항’이지만, 그 위험성이 석탄발전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없지만, 이 사고가 발생했던 2011년 중국 석탄 광산에서 5000여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석탄 발전은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 심각한 환경 오염을 가져온다”며 “우리는 이미 원자력 발전을 통해 많은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또 수소경제 발전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중국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되는 강철, 알루미늄, 비료, 석유·화학 제품은 미국과 유럽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생산되고 있습니다. 강철은 어디에서 생산되더라도 단지 강철일 뿐입니다. 그 강철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발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일부 국가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기후 변화를 멈출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입니다.디터 헬름(Dieter Helm) 옥스퍼드 대학교 경제정책학과 교수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회장은 한국이 국제사회 협력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세계 수소경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수소차산업 확산을 목적으로 한 민관협의체다. 그는 “한국은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 특히 수소 연료전지차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 결과 우리는 승용차, 버스, 트럭 등 모든 자동차를 수소차로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수소 활용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문 회장은 수소 연료전지차 기술에서 한국이 가장 앞서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갖고 있는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하면 세계 최고 수소경제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자동차를 비롯한 모빌리티 분야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있는 성장, 민간투자 활성화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2040년까지 1000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수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손인완 한화솔루션 (46,450원 ▼ 350 -0.75%) 미래기술연구센터장은 수소경제가 모빌리티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센터장은 “모빌티리 분야가 가장 경제성이 높아 수소가 먼저 활용될 것”이라며 “수소가 리튬배터리 등과 비교해 대용량 저장이 가능한 만큼 트럭이나 기차, 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에서 수소 사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차는 도시 안에서 움직이는데, 수소차는 서울에서 부산처럼 장거리를 이동할 때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센터장은 한국이 수소 산업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소 경제 이전에 석유화학산업과 액화천연가스(CNG)산업이 발달해 파이프라인과 저장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다”며 “이런 네트워크가 수소와 연계되면 산업이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현대자동차 등 연료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 역량을 보유한 기업도 많아 먼저 수소산업을 고도화하고 있는 유럽이나 호주보다 수소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했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박상길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한국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원자력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스위스의 폴 쉐러 연구소, 독일의 카를스루에공대 등 국내외 원자력 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전력공사에서 해외 원전 수출 사업 전반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올해 초 유엔은 원자력발전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 17가지 가치와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도 원자력을 ‘그린 에너지’로 분류했다. 박 위원은 “EU 산하 공동연구센터(JRC)에서도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 원자력이 인류 건강과 환경에 더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며 원자력발전이 그린 에너지로 분류될 수 있음을 유엔과 EU가 선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높다. 박 위원에 따르면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올해 2월 발표한 일명 ‘탈탄소 포트폴리오’ 자료를 보면 10대 기후혁신기술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가 포함돼 있다. 박 위원은 “영국 바클레이은행 역시 지난 6월 ‘탈탄소 미래를 위한 원자력’이란 제목의 특별 보고서를 내고 ‘ESG를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원자력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한국 미래 에너지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라 정부, 기업,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정부 관계자와 기업 경영인, 학계 전문가, 직장인, 대학생 등 사전등록에만 600여명이 참여했다.
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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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
좋은 세미나들 열심히 듣고 활용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