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체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 수소의 경제성 자체는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 전 세계 환경 규제는 점차 강화돼 2030년이면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40%를 줄여야 하는 시대가 온다. 결국 수소 사회로의 이행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작년 초만 해도 국내 액화 기술이 없었는데 1년 만에 플랜트 구축을 계획할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수소 경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과연 이게 될까’ 싶었던 것들이 계속 현실화되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
조선비즈가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0 미래에너지포럼’의 첫 번째 세션 ‘수소 에너지 산업 경쟁력과 발전방향’에 참여한 토론자들은 멀게만 느껴졌던 수소 사회로의 진입이 가시화했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은 김범중 EY한영 재무자문본부 E&I팀 파트너의 진행으로 김세훈 현대차 (229,500원 ▲ 5,500 2.46%)연료전지사업부 전무,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선진국은 일제히 수소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제성의 논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며 진취적인 투자를 독려하는 국가의 명확한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의 최대 약점은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산할 때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벌써 독일에서는 그린 수소가 1kg당 4000원대까지 내려왔고, 2030년쯤에는 3000원대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김 전무 역시 "과거에는 수소 경제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면서도 결국 경제성 논리에 발목을 잡히곤 했다"면서 "하지만 그런 논쟁을 하는 사이 어느 순간 경제성은 구축되고 있다. 마음가짐을 달리하고 진취적으로 투자해 앞서가서 영역을 확장해나가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경제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액화수소에 대한 투자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체 방식 충전은 트레일러에 200~300kg를 담을 수 있어 운송 횟수가 많아져 효율이 낮고 매연과 탄소 배출도 많아진다"며 "이걸 최소화할 방법이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액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액체 수소는 대량으로 저장해 한꺼번에 3500kg 정도를 운송할 수 있고 액체로 충전하면 전기료도 3분의 1로 줄어든다"며 "기체와 액체 수소의 전체 비용을 비교하면 액체 상태가 더 저렴할뿐더러 압력 조건도 충전소에서 200바(bar)로 저장되는 기체에 비해 2bar 정도의 낮은 압력으로 저장되므로 훨씬 안전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액체 수소 상용화를 반영했다. 작년 1월 정부가 발표한 국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액화 플랜트와 액화 탱크, 펌프, 밸브 등 국산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효성 (109,000원 ▼ 1,500 -1.36%)은 산업용 가스 전문 글로벌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손잡고 울산에 202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울산 용연공장 내 약 3만㎡ 부지에 신설되는 액화수소 공장은 연산 1만3000톤 규모(승용차 10만대 사용 가능 물량)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토론자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국가가 비전을 제시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과거에는 수소가 워낙 활성화되지 않아 수소위원회도 만들어졌지만, 요즘은 전 세계적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했다.
일본은 이미 2014년 에너지 기본 계획에 수소를 넣었고, 독일은 국가에너지체계를 수소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이제는 회사가 아닌 국가가 글로벌 비전을 제시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1년 반 전만 해도 액화 기술이 없던 한국도 어느새 액화 충전소를 구축할 만큼 매년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를 보면 2025~2030년 사이가 변곡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2022년까지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고, 2023년부터는 민간에서 투자를 많이 이끌어내 시장이 주도하는 수소 경제로 가야 한다"며 "특히 수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정유사들의 경우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수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 전무는 "수소 사회는 에너지 체계 자체를 모두 바꾼다는 것"이라며 "이미 독일은 2008년부터 일반 가솔린, 디젤 충전소에 수소 충전소가 함께 들어서 있었는데 우리나라도 이게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존 충전소를 이용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체계를 바꿔나가면 상상할 수 없는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의 약점은 에너지 산업에서도 제로섬 게임을 한다는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와 수소는 함께 가야 하는데 서로 밥그릇 싸움을 하다 보니 수소를 반대하는 사람이 신재생에너지를 찬성하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서로 다른 산업 분야에 골고루 지원을 해 경쟁이 아닌 공존해도 함께 잘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