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 400여명 참석하며 성황리에 열려
“시장 혁신과 도약 위해선 신속한 제도 도입이 급선무” 한 목소리
성장 기대는 여전… “블록체인·웹3.0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가상자산, 현실을 딛고 미래로’를 주제로 한 조선비즈의 ‘2023 가상자산 콘퍼런스’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가상자산 업계와 정치권, 금융 당국, 기업 등 각계 주요 인사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가상자산의 미래와 규제 흐름을 심도 있게 짚어보고 토론했다.
첫번 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레온 풍(Leon Foong)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지부 대표는 “블록체인 사업 기반을 토큰노믹스(토큰경제)에만 두면 시장이 불황일 때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레온 풍 대표가 근무하는 바이낸스는 지난해 기준 가상화폐 400여개가 상장돼 있는 세계 최대 거래소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선물 거래, 개인 간 거래 같은 여러 가상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1년 기준 거래액은 9조50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재 1200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레온 풍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사업 모델들은 각각의 실질 가치를 증명하고, 대중에게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웹3 시대에서는 유틸리티 기반 프로젝트와 같은 효과 있는 블록체인 사업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3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 참여자들이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탈(脫)중앙화 웹을 뜻한다. 사용자 모두가 각자의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수익도 거둘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레온 풍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완벽한 모델이 구축된 게 아니다”라며 “활동 이용자(액티브 유저)를 더 많이 확보하고, 가치를 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블록체인 데이터를 통한 가상자산의 투자 전략과 가치평가 모델’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가상자산도 주식처럼 분석해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립토퀀트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매달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 분석 플랫폼이다. 현재 8800개 차트의 온체인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거래소, 채굴자, ‘고래’(비트코인 1만 개 이상 보유자) 등의 온체인 활동을 감지하고 이들의 매수, 매도 움직임을 포착해 공개하고 있다.
주 대표는 “가상자산은 결제와 정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최초의 금융 자산”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주식은 매출 정보 등 다양한 지표로 1주의 적당한 가격을 파악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러한 합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투자 시에도 펀더멘털을 확인해야 한다”며 “거래 코인 수, 수수료, 프로토콜 수익 등 데이터를 취합·분석해 이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FT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인 오프(OFF)를 설립한 박진우 대표는 기조연설 이후 이어진 강연에서 미술 작품,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을 소개했다.
NFT란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대상에 원본임을 증명하는 NFT 꼬리표를 붙여서, 추후 아무리 많은 복제 파일이 돌아다녀도 대체가 불가능한 원본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한 것이다.
박 대표는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정으로 발행된 PFP NFT는 미 프로농구(NBA) 선수도 프로필로 쓰는 등 새로운 대중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재미있는 것은 고차원의 기술 없이도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 대표는 “요즘 2030대 소비자들에게는 브랜드 ‘로고’가 중요하다. 티셔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콘텐츠가 더 중시되는 것”이라며 “무한대로 생산하는 게 너무나 쉬운 디지털 세계에서 희소가치를 사물에 부여하는 게 힘든 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NFT”라고 말했다.
두번째 강연에선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도 블록체인 생태계 대중화를 위해서라도 NFT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결승전을 보면 티켓팅 대행이 넘치고, 티켓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도 어렵다”면서 “만약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NFT 티켓을 발행하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FT 기술을 통해 중간 판매상이 티켓을 싹쓸이하는 것도 막을 수 있어 진짜 수요자들만 티켓을 살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이후에는 ‘NFT와 블록체인 산업의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이 이어졌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가 토론 좌장을 맡고 박진우 대표, 이두희 대표, 가상자산 분석업체 원더프레임의 김동환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토론 패널로 참석해 NFT와 블록체인 산업이 이끌어 갈 미래와 문제점에 대해 분석했다.
먼저 패널들은 올해 역시 가상자산을 향한 관심은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2022년의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 는 모두 ‘크립토 네버 다이(crypto never die·크립토 시장은 죽지 않는다)’라는 명제가 확립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올해 역시 비트코인과 관련된 전 세계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또 패널들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 등이 모호하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관련 법 제도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몇몇 NFT 및 관련 사업의 경우, 추후 증권 성격을 지닌 것으로 판별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 선임 연구위원은 “NFT는 그 유형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측면이 있지만 본질은 토큰이다”라며 “그러나 NFT는 규제가 미흡하기에 남용될 수 있고, 법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오후 강연에서는 이해붕 두나무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이 법·제도적 원칙과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해 강연했다.
이 센터장은 “가상자산도 금융투자시장, 증권시장과 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에 글로벌 합의가 도달한 수준”이라면서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두바이 등이 관련 법안을 내놓으며 법제도 규제 표준화 페달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량한 행위자는 엉성한 규제 장치를 가지고도 통제할 수 있지만, 나쁜 행위자는 허술하게 만든 법망, 허점을 악용할 것”이라며 “법적으로 책무가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강연자로 나선 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웹3 사업을 하려는 기업은 비즈니스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파트너는 “궁극의 웹 3를 구현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본다”며 “비즈니스 업체들이 웹 3로 가는 기회는 아직 많아 있으므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모델로 갈지 고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강연 이후에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유일한 가상자산 담당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주현철 법무법인이제 변호사가 ‘가상자산 규제의 현재와 미래: 무엇을 했고 뭘 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는 이해붕 두나무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윤성원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김준우 크로스앵글 공동대표·공동창업자,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이들은 건실한 가상자산 산업을 위해서는 규제도 중요하지만 업계의 자정 능력 또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지난해 5월, 가치가 일주일 만에 99% 넘게 폭락한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보다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해붕 센터장은 “사실 선량한 사업자라고 하면 고객의 자산을 내 이익을 위해 함부로 쓰지 않는다”며 “이제는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전문가, 학계 등 논의를 통해 공동체가 예외 없이 져야 하는 내용을 법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교수는 “한국의 법안은 유럽 연합, 미국과 비교했을 때 그 내용이 촘촘하거나 도입이 빠르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 등과 소통하면서 규제 수준을 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여전히 만연한 사기와 같은 금융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등 업계의 자정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준우 대표는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보”라며 “또한 정보가 효용성이 있으려면 취득한 정보가 특정 코인 가격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업종을 불문하고 많은 기업이 주목하는 가상자산 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인 만큼, 정계에서도 주요 인물들이 두루 현장에 참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직접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