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
중국은 2016년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2021년부터5년간 7억4600만달러(약 1조원)를 뇌과학 연구에 투자하는 내용이다. 미국 주도로 이뤄지던 뇌과학 연구에 중국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도 2014년 시작한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수정 계획인 브레인 이니셔티브 2.0을 출범하며 미중간 뇌과학 패권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뇌 연구에서도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도 대응을 강화하고 산업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뇌과학은 뇌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뇌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분야다. 지금까지 불치병의 영역이었던 뇌질환 극복 방법을 찾고, 국방·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어 과학기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센터장은 “미국은 2014년 시작한 브레인이니셔티브의 수정 계획을 통해 기초연구 성과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유럽도 이미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생애 주기 건강 전반을 다루는 헬스케어 시스템에 응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뇌과학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국가별 대응 계획을 강화하고 기술 협력을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한국은 뇌과학에 미국의 10% 수준을 투자하고 있으나, 기술 수준은 80%에 달한다. 2020년 중국에게 기술력을 추월 당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기술 수준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센터장은 “한국의 뇌과학 기술력은 꽤 앞서가고 있지만, 산업화에 대한 역량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2021년 수립한 뇌 연구개발 투자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정 센터장은 뇌과학이 앞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마이크로바이옴(체네 미생물군) 같은 기초기술이 신약 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뇌 연구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전자약,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같은 신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투자전략의 목표”라며 “이후에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뇌인지 연구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전자약(뇌 자극술)은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전자약, BCI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전주기적 관리로 기술 개발과 활용을 촉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연구와 함께 실제 임상 적용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높은 기술 수준에 비해 실제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의료기술의 처방 건수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환자들이 디지털 치료 기술을 잘 받아들이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박정연 한경국립대학교 법경영학부 교수
“최근 신경과학기술이 활용되는 영역은 교육, 군사, 의료,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해지고 있다. 이 기술은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므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술에 따른 편익과 위험을 고려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박정연 한경국립대 법경영학부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이날 ‘의료영역에서의 신경과학기술과 규제’를 주제로 강연한 박정연 교수는 “규제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입해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지만 특정 분야를 지원하는 것도 있다”며 “신경과학 영역에서는 이 양면성이 두드러지다 보니 규제의 불명확성을 해소하는 것이 산업화를 지원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경과학기술에 AI(인공지능) 같은 첨단 IT(정보기술) 기술이 융합하면서 규제가 복잡해지고 그만큼 불명확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 교수는 “편익, 위험에 대한 관리 가능성을 고려해 규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연 교수에 따르면 의료영역에서 신경과학기술 규제는 안전성과 유연성, 두 가지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박 교수는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고려도 충족해야 한다”며 “나아가 의료법, 국민건강보험을 기본으로 한 사회보장체계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는 등급별에 따라 인허가 규제가 있다. 현재 신경과학기술을 기반한 의료기기는 진료용 기구, 의료용 자기발생기 등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기술문서 임상시험계획심사 등 승인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다. 물론 인허가가 된다고 해서 규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사후안전관리에 대한 규제도 있다. 시판 후 조사나 회수, 추적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인허가 단계에서는 안전성, 효과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다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판 후 조사를 통해 근거를 밝히고 규제에 반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처럼 장치를 이식해야 하는 경우 부작용에 대한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제한적 의료기술평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등을 통해 새로 개발한 의료기기를 의료 현장에서 하루 빨리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제도가 인정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요건이 엄격하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는 못하며 중복 규제라는 비판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과학기술만을 위한 국제 표준은 아직 없다. 다만 최근 국제사회에서도 의료영역 분야 신경과학기술 규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네스코 등에서 권고안이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언젠가는 목소리를 내는 수준을 넘어 이것에 대한 법제화나 글로벌 규제 문제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이슈를 국제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이드라인이나 국제 표준을 만드는 데 연구개발자와 규제 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최민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경과학은 단순히 기술 발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논쟁을 일으킨다. 예컨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 뉴럴링크의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 지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신경과학이 개인의 생각과 감정에 접근하는 게 옳은 것인지, 뉴럴링크로 인간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는다.
최민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법무디지털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신경과학은 윤리적, 사회경제적, 법·정책적으로 사회 근간을 흔드는 쟁점을 만드는 만큼 새로운 권리의 개념을 도출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뇌를 포함한 신경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가 발전하면서 신경윤리학이 대두됐다. 신경윤리학은 2002년 신경과학회 심포지엄에 처음 등장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신경과학 기술과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도덕·법·사회적 측면에서 논의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신경윤리학을 기반으로 한 가이드라인은 명확하지 않다. 신경윤리학 가이드라인은 지난달 기준 전 세계 30가지지만, 일반 논문이나 보고서 수준에 가까운 문헌이 대부분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신경과학은 인간의 신체와 마음, 정신 분류의 경계를 허물고 있어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된 철학적 논쟁을 등장시킨다”며 “본래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때의 문제점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학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전제로 하는 법적 책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신경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안전성뿐 아니라 신경과학의 장기적 영향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법적으로는 신경과학 기술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목적에 따라 책임 주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그는 “자율성과 사회정의, 기술 오남용에 유의하면서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세분화한 쟁점을 더 많이 도출해야 한다”며 “예컨대 신경과학 기술에 사회 부유층만 접근해 빈부격차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연구 토대로만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는데, 양적·질적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
전설의 복싱 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앓았던 파킨슨병은 몸동작에 관여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근육이 경직되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파킨슨병 환자는 1000만명에 달하며 2040년에는 약 1420만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파킨슨병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치료법이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22,700원 ▲ 2,400 11.82%)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4)’에서 “현재 파킨슨병을 진단 받으면 약물 치료를 받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가 더 나은 옵션이 될 것”이라 말했다. 올해 HIF 2024는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파킨슨병은 중뇌 복측 지역의 도파민 세포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뇌 복측 지역의 도파민 세포가 사멸되면 도파민이 부족해지고, 결과적으로 파킨슨병이 나타난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중뇌 복측 도파민 세포를 뇌에 이식하면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이를 기반으로 수정란의 원시세포인 배아줄기세포를 중뇌 복측 특이적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특히 기존 배아줄기세포 기반의 파킨슨병 치료법과 달리 단 4개의 저분자 화합물을 사용해 신경전구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강 대표는 “개발한 도파민 신경전구세포 ‘TED-A9′은 순도가 높으면서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고, 주요 마커(생체지표)의 발현율은 99% 이상으로 지금까지 보고된 중뇌 복측 도파민 세포 중 가장 높다”며 “동물실험을 통해 이식한 전구세포가 뇌에 정착하고 도파민 흡수를 높이는 신경세포로 성숙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TED-A9의 효과는 소동물, 대동물에서 확인됐다. 강 대표는 “시궁쥐(rat)에 이식한 신경전구세포가 뇌에 생착해 도파민 활성 기능을 높였다”며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소형 원숭이 6마리에 TED-A9을 투여해 확인한 결과, 7~8주 차부터 급격히 증상이 개선되고 결론적으로는 정상 패턴으로 돌아왔다. 대형 원숭이도 3주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6주째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국내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임상 1·2a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총 임상시험 관찰 기간은 2년으로, 정기적으로 유효성 지표를 살펴보고 있다.
강 대표는 “1년이 지난 시점에 환자의 증상을 평가한 결과, 부작용이 없고 증상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용량(세포 수 315만개)에 이어 고용량(630만개)으로 이식 수술한 환자도 운동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다. 고용량의 경우 환자 상태를 약 9년 되돌린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개발됐고 앞으로 나올 어떤 약도 파킨슨병 진행을 되돌린 사례는 없다”며 “불가능해 보였던 파킨슨병 완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 근본적인 치료제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빈준길 뉴로핏 대표, 알츠하이머병 AI 진단 소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와 키썬라가 나오면서 치매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가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목표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가 뇌의 어디에 쌓여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아무리 성능 좋은 미사일을 개발해도 적군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관측 기술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과 마찬가지다.
뉴로핏은 인공지능(AI)으로 뇌 질환 영상을 해독해 알츠하이머병의 병변을 찾아내고, 치료제의 부작용을 추적·분석하는 기업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나오면서 이런 AI 기술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격변 시대의 AI 뇌영상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치매 진단과 치료에서 격변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육안 판독으로는 영상 판독을 수행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뉴로핏은 뇌의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부터 치료제 사용의 모든 과정을 추적한다. 빈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은 뇌 인지기능이 손상되기 10~15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고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라며 “뇌의 해마에서 위축이 시작되기 전에 MRI 검사로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육안 판독으로는 MRI 영상에서 환자의 뇌에서 비정상적인 위축이 시작됐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빈 대표는 AI 기술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기술을 활용해 주요 뇌 영역의 부피를 측정해 동일 연령, 성별과 비교해 정상인 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MRI 촬영 단계부터 비정상적인 위축이 시작됐다는 걸 발견하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 확진 검사에 쓰이는 PET 영상도 AI를 활용해 판도 정확도와 시간을 줄였다. 빈 대표는 “PET 영상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인 걸 판단하는데 기존의 정량 분석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이 과정을 AI로 초고속화, 자동화하면 8시간 걸리던 판독 시간을 10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뉴로핏의 판독 기술은 양성 판독률이 94%, 음성 판독률이 97.7%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까지 받았다.
AI를 이용한 영상 분석 기술은 실제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치료제 투약 중에 뇌출혈과 뇌부종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치료제 투약 시 1년 6개월 동안 5회에 걸쳐 뇌 영상분석을 하도록 하고 있다. 빈 대표는 “영상 분석은 이미 수요가 포화 상태여서 육안 판독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AI 기술로 뇌 부종이나 출혈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빈 대표는 “사람마다 뇌의 크기나 비율이 달라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며 “뉴로핏은 어떤 식으로 환자를 자극해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도 출시했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
뇌에서 변이가 일어난 타우 단백질만 공격하는 항체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중 크기가 더 큰 타우를 목표로 해 치료 확률을 높인 것이다. 항체 치료가 효과가 있는 타우 단백질의 부위도 밝혀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윤승용 아델 대표 겸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강연자로 나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DEL-T01′을 소개했다. 아델은 윤 교수가 2016년 창업한 바이오기업으로,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거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키썬라(도나네맙)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지 않도록 하는 원리지만, 뇌출혈·뇌부종 같은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윤 교수는 두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항체 치료제에 주목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연구자와 제약업계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주요 범인으로 지목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며 “특히 두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들이 개발됐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항체 치료제가 먼저 공략한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그동안 많은 항체 실험이 실패했는데, 오른쪽 말단과 가운데 부분은 굉장히 뭉쳐있어 항체가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반면 왼쪽 말단은 비교적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생물학적 유추가 가능한데, 가장 끝은 아미노산이 절편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아델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닌 타우를 선택한 건 단백질 크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아미노산 42개, 타우는 아미노산 441개로 구성됐다. 다만 타우는 아미노산 절편이 더 많아 구조가 복잡하다.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어떤 병리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먼저 밝혀야 했다. 아델은 타우 단백질 관련 병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아미노산 ‘라이신 280′을 공략하기로 했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치료하려 했던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아두카누맙처럼 타우 단백질도 항체로 접근할 수 있다”며 “타우는 훨씬 큰 단백질인 만큼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넓은 부분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변형 부위를 표적으로 해 치료제가 높은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오픈 토크서 뇌 전문 기업인, 과학자 의견 들어
국내 상위 연구기관의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수준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을 상용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은 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이 좌장으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5명과 토론을 하는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으며,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먼저 김승현 이사장은 “국내 연구기관과 해외 연구기관 간 R&D 능력과 인프라에 얼마나 격차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상위급 연구기관과 해외 우수 연구기관 간 격차가 없다고 본다”며 “20년 전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구비와 연구자 능력, 인프라 등이 해외 우수기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우 단백질을 공략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윤승용 아델 대표(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윤 대표는 “타우 단백질에서 항체가 잘 들러붙는 부위를 타깃(공략 대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곳은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 두 곳 뿐”이라며 “국내 연구 능력이 해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알츠하이머병 신약들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델은 또 다른 치매 원인인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약물에 비해 항체가 접근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하지만 우리가 개발하는 것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분야에서 최근 트렌드는 뇌에서 이물질을 차단하는 혈뇌장벽(BBB)을 잘 뚫고 들어가는 약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BBB를 잘 뚫고 들어가는 약물을 개발해도 타깃이 적합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무엇보다도 정확한 타깃 선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파킨슨병 완치를 목표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 역시 공감했다. 강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후발주자여서 약이 없는 질병을 호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선발주자인 독일계 다국적 제약사보다 나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확보하며 우리 역시 완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약과 의료기기를 만들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려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한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했을 때 병원에서는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를 알기 위해 우리는 한 병원을 지정해서 수익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들이 우리가 개발한 치료기기를 확인하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머리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상용화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원래 개인용 우울증 치료기를 만들려고 하다가 병원용 의료기기를 개발했다”며 “그런 판단을 한 이유는 기기 개발만큼 사용자인 의사가 쓰게 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고 의사는 정부나 학계에서 인정한 신뢰성 있는 기기를 사용한다”며 “우리는 여러 위기를 딛고 정부, 의료계와 협업해 (마인드스팀을)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 특별강연
최형진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원리를 밝혀낸 과학자다.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위고비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하게 어떤 원리로 이런 효과가 나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연구진과 함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이 위고비의 비밀이라는 걸 밝혀냈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을 모방한 물질이다. 그는 GLP-1 유사체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세포를 조절해 음식을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고,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에서 뇌과학 기반 비만 및 대사질환 극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최 교수는 먹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기본적인 갈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인이 비만이 되는 이유 중에 유전자 돌연변이는 100만명 중 1명 꼴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어렸을 때의 환경과 식습관, 쾌락적 중독이 원인”이라며 “과식을 유발하는 중독 회로가 작동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쾌락적으로 과식하는데, 이른바 행복한 돼지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비만 상태를 1단계로 분류했다. 2단계 비만은 스트레스 같은 요인에 의해 강박적 과식을 하는 상태다. 최 교수는 “같은 유전자와 뇌를 갖고 있어도 구석기 시대에 태어났다면 살이 안 쪘겠지만, 현대 사회는 배달 음식을 비롯해 손 쉽게 음식을 손에 넣을 방법이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보니 홍수처럼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GLP-1에 기반한 비만 치료제가 인류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 때 식욕을 조절하는 비만 치료제가 자살 같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제약업계의 외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 유사체가 사망률을 19% 감소시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GLP-1 유사체 주사를 맞으면 음식을 삼키기 전부터 인지적 배부름이 높아졌다”며 “GLP-1 외에도 GIP(위 억제 펩타이드)나 글루카곤 같은 다른 호르몬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정도 대학병원 내분비과에서 당뇨 환자를 봤지만 치료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다가 10년 전 음식 중독 연구에 매진해서 근본 원인을 찾는 게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의사과학자로 진로를 바꿨다.
최 교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더 좋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나쁜 생활 습관은 스마트폰의 디지털 치료제로 적절한 코칭을 받으면 개선할 수 있고, 전자약인 전두엽 자기적 치료법을 사용해도 음식 사진을 봐도 혈류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며 “개인의 성향에 맞춰 세 가지 방법을 종합해 치료법을 제시하는 게 미래의 헬스케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기조강연
“옛날에는 공양미 300석이면 충분히 효도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치매 신약 레켐비로 1년에 3000만원씩 써야 하는 시대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인구가 많이 늘었는데, 자식들이 부담하기도 어렵고, 국가 차원의 부담도 큽니다.”
묵인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 겸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다섯 번째 기조연사로 나서서 치매와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새로운 돌파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치매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작년에 승인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그리고 올해 7월 승인된 미국 일라이 릴리의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가 대표적이다.
묵 단장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치료제가 2021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레켐비의 경우에는 한국에서도 승인을 받아서 환자들에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신약 후보 물질 127개가 164건의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고, 앞으로 좋은 신약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묵 단장은 과거에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겟으로 한 치료제만 있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치료제와 치료 전략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도 다른 발병 원인이 있기 때문에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다양한 병의 원인을 다 고려해서 칵테일 치료 요법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까지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신경세포 안밖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덩어리를 이루면 오히려 신경세포에 손상을 준다.
타우 역시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이음새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지만,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내부에 쌓이면서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타우 단백질 외에도 염증이나 대사질환, 미세아교세포 같은 면역 세포도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공략 대상이다.
묵 단장은 “치료제의 투과 경로를 바꾸거나 (뇌로 이물질 침입을 막는)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고, 유전자 치료제나 면역 치료제 같은 다양한 치료제도 나올 수 있다”며 “지금은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신약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묵 단장은 인공지능(AI)이나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기술의 발전도 치매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정밀 의료로 효능 높은 치료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신약 개발 단계에서 AI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고, 기초연구에서 승인까지 가는데 AI가 도와줘서 승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허준렬 미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
“학계에서는 면역학과 신경학이 따로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는 두 시스템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신경면역계는 앞으로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다.”
허준렬 미국 하버드대 의대 면역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는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허준렬 교수는 신경계와 면역계를 연결 짓는 신경면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의사과학자다. 신경면역학은 건강할 때와 질병이 있을 때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쉽게 말해 면역계가 뇌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뇌 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면역계는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침입하면 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때 열이 나거나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허준렬 교수에 따르면 면역계는 병원체를 물리치는 것뿐 아니라 뇌 기능을 조절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몸이 안 좋을 때 아무리 좋은 미팅이라도 나가기 싫어지고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지는 것을 예로 들었다.
면역계는 병원체의 정체를 알기 전부터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한다. 원래 병원체를 공격한다고 알려졌는데, 뇌에서 사회성을 전담하는 영역의 활성도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러한 신경면역계 활동이 망가지면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현대인이 겪는 뇌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계는 면역세포가 어떻게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었다.
허 교수는 “처음에 (신경면역학을 연구하는) 연구실을 열고 면역계가 뇌 기능이나 발달에 중요하다고 설명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신경면역학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핫한 분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허 교수는 신경면역학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전체 인구의 약 3% 정도가 겪는데, 대개 언어 능력과 학습능력, 사회성이 떨어지고 반복행동을 보인다.
최근 허 교수팀과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교수 공동연구팀이 2152명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 17%가 아파서 열이 날 때 자폐 증상이 호전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열이 날 때마다 건강한 아이처럼 말을 하거나 반복행동이 줄어드는 것이다.
허 교수는 “자폐 증상이 나아지는 현상은 열 자체가 아니라 면역계가 활동한 결과 중 하나”라며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인터류킨17(IL17)이 바로 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게 만든 마우스모델을 이용해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다른 쥐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자폐 쥐에게 IL17를 주입하자, 이러한 자폐 증상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굳이 뇌 안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이러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밝혀냈다. 연구결과, 뇌와 뼈 사이 뇌척수막에는 IL17를 분비하는 면역세포가 풍부했다. IL17은 뇌 안으로 들어가 뉴런(뇌세포)의 수용체에 붙었다. 즉, 뇌 밖에서 면역세포가 분비한 IL17가 뇌 안으로 들어가 뇌 기능을 조절하는 셈이다.
허 교수는 “자폐 뿐 아니라 치매, 우울증, 파킨슨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루게릭병) 등 다른 뇌 질환에 대해서도 사이토카인의 역할이나 수용체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이들 연구 결과를 통해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신경면역계는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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