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선 정부·기업·기술 이해 충돌
빅테크 데이터 독점·AI 편향성 문제
블록체인, 현실 문제 개선하고 정부와 협업 가능
세 가지 서로 다른 색(色)의 물감이 모이면 겹치는 부분은 어두워지죠. 그러나 다른 색의 빛을 섞으면 겹치는 부분은 오히려 더욱 밝아집니다. 블록체인은 정부와 기업, 기술이라는 세 가지 영역이 밝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 빛과 같은 존재입니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조선비즈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하고 디지털 세계가 확장될수록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정부, 기업, 기술의 거버넌스(governance·정책 체계)를 만드는 일은 필수적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이 아니면 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물리적 세계를 통치하고,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계를 지배한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디지털 세계가 확장되면서 자산을 포함한 우리 삶은 많은 영역들이 크게 변화했다”며 “현금은 디지털화(化)된 숫자로 바뀌었고, 각종 신원 정보도 신분증 대신 디지털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또 “인간의 교류도 최근에는 메타버스 등 디지털 세계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디지털 세계의 확장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디지털 영토를 장악하고 있으며, AI 역시 특정 기업이나 자본의 필요에 의해 편향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데이터는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몇 곳의 빅테크가 점유해 이용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특정 기업들이 사용하는데 반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AI는 과연 공정할까”라고 반문하며 “오픈AI는 결코 오픈(open)된 회사가 아니다. 오픈AI가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거버넌스가 투명하게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세계에서 특정 자본의 독점을 막고,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선 인터넷이 창조될 당시의 투명한 프로토콜 체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프로토콜 기반 네트워크 경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기업이 발행하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자나 최고경영자(CEO)도 당연히 없다”며 “운영 참여에 대한 경계가 없고 투명한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데다, 금융기관 없이 자산을 자체 보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비트코인이 국가의 체계를 흔드는 ‘아나키스트’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적 문제를 개선하고 정부와 협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트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을 새로운 국가 전략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자산 보관과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블록체인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해외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굉장히 많은 작업이 필요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도 어렵지만, 블록체인 체계에서는 마치 코인을 사고 팔듯 손쉽게 조각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들어오는 가상자산
전문가 모여 정책 향방 논의
바람직한 투자 방법 제언
‘트럼프 2기, 가상자산 르네상스 열린다’를 주제로 한 조선비즈 ‘2025 가상자산 콘퍼런스’가 16일 성황리에 개막했다. 이날 행사엔 국내외 가상자산업계 주요 관계자들은 물론 금융 당국 및 정치권 유력 인사들이 모여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행사장엔 강연을 들으려는 340여명의 참석자들이 운집해 가상자산에 대한 뜨거운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번 행사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가상자산위원장,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축사자로 참여한다. 아울러 윤창현 코스콤 사장과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등 금융 주요 인사들과 이석우 두나무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등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수장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올해 네 번째로 개최되는 가상자산 콘퍼런스는 ‘트럼프 2기, 가상자산 르네상스 열리다’를 주제로 여러 세션이 준비됐다. 지난해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라지는 글로벌 제도 양상을 조망한다. 또한 바람직한 가상자산 투자 방법을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강연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영주 조선비즈 대표는 개회사에서 이날 콘퍼런스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김영수 대표는 “세계 각국이 가상자산을 제도권화하는 가운데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날 행사에서 가상자산 시장 육성 방안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오전 기조연설은 가상자산을 둘러싼 국내외 정책 방향성을 짚어보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글로벌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서준 해시드 대표와 라자 자이디 스크롤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강연을 펼친다.
이어지는 오전 강연에선 업계, 학계, 정부 당국 전문가들이 연단에 올라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을 공유한다. 저스틴 김 아발란체 아시아 총괄,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동섭 한국은행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이 연단에 오를 예정이다.
오후 세션에는 가상자산 시장 투자의 가이드라인으로 삼을만한 인플루언서들의 제언이 이어진다. X(옛 트위터) 팔로워 수 40만명에 달하는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가 그의 특기인 퀀트(데이터 계량) 분석을 활용해 비트코인 시장 전망을 짚을 예정이다. 주 대표 다음으로는 10만 유튜버 고란 대표가 ‘트럼프 2기, 슬기로운 코인 투자 생활’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끄는 리플도 ‘2025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영상을 보내왔다. 가상자산 리플의 시가총액은 1818억달러(약 265조원)로 시총 3위다. 라훌 아드바니 리플 아시아·태평양 정책 총괄이 영상 강연으로 리플의 사업 방향을 설명한다.
오후 패널토의에는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을 놓고 날카로운 토론과 분석이 펼쳐진다.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 활동을 겸하는 이정수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는다. 패널로는 고란 대표, 김갑래 선임연구위원, 주기영 대표로 구성됐다.
해시드 대표이사
OFF 대표
가상화폐 규제를 놓고 금융당국과 업계의 입장은 예상대로 극명히 엇갈렸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규제에 대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일 뿐이며 블록체인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밝혔다. 또 블록체인 활성화는 정부의 국정과제로 금융당국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업계는 가상화폐 규제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는 전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공개(ICO)의 경우에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탄생의 발판이 될 수 있고, 벤처캐피털의 새로운 도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18일 조선비즈가 ‘블록체인과 금융혁신’이라는 주제로 주최한 2018 미래금융포럼 세번째 세션토론에서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정부의 규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근우 금융감독원 핀테크지원실장은 “금융위원회나 금감원도 가상통화 가격에 영향을 미치거나 거래소 행위를 직접 규제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그동안의 가상화폐 거래는 은행 가상계좌에 돈이 입금된 뒤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누가 누구와 거래했는지 기록이 전혀 없어 마약 등 불법자금이 흘러들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창구(은행이 제공하는 가상계좌)만이라도 실명화하자는 것이며 그것이 가상통화 실명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주 초 일본 도쿄에서 전 세계 20개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모여 가상화폐에 대해 토의했고 누구도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어떻게 할 지 정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산업의 육성과 규제는 어느 한쪽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플러그의 어준선 대표는 “지난해 12월 실명제 도입 등 가상화폐 규제가 급작스럽게 도입됐고 은행이나 거래소 모두 혼란스러웠다”며 “과열된 가상화폐 투자 분위기를 다운시키려다 보니 (정부가)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냉정하게 가상화폐를 관리하고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해 그 규정대로 모든 거래소에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이 규정을 통과한 거래소에는 은행도 거부감 없이 소신껏 가상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현재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 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이 성숙하는데 기관의 역할이 컸던 것처럼 경쟁력과 투자경험이 있는 국내 벤처캐피털이 모태펀드 출자 자금으로 ICO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ICO와 관련해 규제보다는 제도화를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하태형 율촌연구소장은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물류, 유통, 에너지 생산판매, 의료 등 방대하다”며 “블록체인이 이들 분야와 접목되면 기존 법과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소장은 “블록체인 적용 사업이 효과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