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윤승용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
뇌에서 변이가 일어난 타우 단백질만 공격하는 항체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할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중 크기가 더 큰 타우를 목표로 해 치료 확률을 높인 것이다. 항체 치료가 효과가 있는 타우 단백질의 부위도 밝혀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커졌다.
윤승용 아델 대표 겸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4)’의 강연자로 나서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 ‘ADEL-T01′을 소개했다. 아델은 윤 교수가 2016년 창업한 바이오기업으로,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백질은 원래 신경세포를 보호하거나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원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에 손상을 주고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현재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 키썬라(도나네맙)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지 않도록 하는 원리지만, 뇌출혈·뇌부종 같은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윤 교수는 두 단백질을 무력화하는 항체 치료제에 주목했다. 그는 “오랫동안 여러 연구자와 제약업계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주요 범인으로 지목하고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며 “특히 두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들이 개발됐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항체 치료제가 먼저 공략한 것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는 그동안 많은 항체 실험이 실패했는데, 오른쪽 말단과 가운데 부분은 굉장히 뭉쳐있어 항체가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며 “반면 왼쪽 말단은 비교적 접근하기가 용이하다는 생물학적 유추가 가능한데, 가장 끝은 아미노산이 절편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아델이 아밀로이드 베타가 아닌 타우를 선택한 건 단백질 크키가 더 크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아미노산 42개, 타우는 아미노산 441개로 구성됐다. 다만 타우는 아미노산 절편이 더 많아 구조가 복잡하다. 타우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어떤 병리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먼저 밝혀야 했다. 아델은 타우 단백질 관련 병증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아세틸화된 타우 단백질의 아미노산 ‘라이신 280′을 공략하기로 했다.
윤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치료하려 했던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 아두카누맙처럼 타우 단백질도 항체로 접근할 수 있다”며 “타우는 훨씬 큰 단백질인 만큼 아밀로이드 베타보다 넓은 부분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변형 부위를 표적으로 해 치료제가 높은 효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오픈 토크서 뇌 전문 기업인, 과학자 의견 들어
국내 상위 연구기관의 인프라와 연구개발(R&D) 수준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을 상용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1일 서울 중구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2회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은 김승현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이 좌장으로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5명과 토론을 하는 오픈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포럼은 ‘신경과학의 혁신과 헬스케어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으며,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먼저 김승현 이사장은 “국내 연구기관과 해외 연구기관 간 R&D 능력과 인프라에 얼마나 격차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형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국내 상위급 연구기관과 해외 우수 연구기관 간 격차가 없다고 본다”며 “20년 전에는 큰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연구비와 연구자 능력, 인프라 등이 해외 우수기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우 단백질을 공략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윤승용 아델 대표(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교수)도 이에 공감했다. 윤 대표는 “타우 단백질에서 항체가 잘 들러붙는 부위를 타깃(공략 대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곳은 우리를 비롯해 전 세계 두 곳 뿐”이라며 “국내 연구 능력이 해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알츠하이머병 신약들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델은 또 다른 치매 원인인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약물에 비해 항체가 접근하기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하지만 우리가 개발하는 것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접근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분야에서 최근 트렌드는 뇌에서 이물질을 차단하는 혈뇌장벽(BBB)을 잘 뚫고 들어가는 약물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지만 아무리 BBB를 잘 뚫고 들어가는 약물을 개발해도 타깃이 적합하지 않으면 약효가 떨어지므로 무엇보다도 정확한 타깃 선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파킨슨병 완치를 목표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는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 역시 공감했다. 강 대표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후발주자여서 약이 없는 질병을 호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선발주자인 독일계 다국적 제약사보다 나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확보하며 우리 역시 완치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약과 의료기기를 만들더라도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려면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개발한 빈준길 뉴로핏 대표는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했을 때 병원에서는 어떤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를 알기 위해 우리는 한 병원을 지정해서 수익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들이 우리가 개발한 치료기기를 확인하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기원 와이브레인 대표는 머리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우울증을 치료하는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상용화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원래 개인용 우울증 치료기를 만들려고 하다가 병원용 의료기기를 개발했다”며 “그런 판단을 한 이유는 기기 개발만큼 사용자인 의사가 쓰게 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고 의사는 정부나 학계에서 인정한 신뢰성 있는 기기를 사용한다”며 “우리는 여러 위기를 딛고 정부, 의료계와 협업해 (마인드스팀을) 상용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암임상단백체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