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3 회계현안 심포지엄’에서 관계 당국, 회계업계, 학계, 비영리 부문 전문가들이 모여 비영리 부문의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패널 참석자들은 비영리 부문의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해부터 일정 규모 이상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주기적 지정 감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현재 제도가 시행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이해 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다양한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날 패널 토론엔 김태동 차의과학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손혁 계명대학교 교수, 차용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운영지원실장, 정인철 계명대학교 총무부장, 문재성 한국사학진흥재단본부장, 변영선 삼일회계법인 비영리법인지원센터장, 최용하 교육부 대학경영지원과 과장, 김준하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 사무관이 배석했다.
손혁 계명대학교 교수는 비영리법인의 회계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비영리법인의 회계 투명성 문제가 불거지면 기부자가 줄어들고, 선한 의도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다른 공익법인들에까지 피해가 간다”고 했다. 부정 동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기적 지정 감사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비영리 부문의 지배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여러 기부자가 비영리법인의 지배구조 폐쇄성을 문제 삼고 있다”면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를 이해관계자들이 수시로 모니터링(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영리 부문을 대표해 의견을 개진한 참석자들은 회계 투명성 제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감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외부 감사인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했다.
정인철 계명대학교 총무부장은 주기적 지정 감사제 도입 과정에서 사립학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사립대학은 여러 위원회를 통해 결산하고, 영리법인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기준으로 교육부와 감사원의 회계 감사를 받고 있었다”면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며 내부 회계관리 통제 시스템도 갖췄는데도 주기적 지정 감사제 도입 대상이 됐다”고 했다.
정 부장은 주기적 지정 감사제 도입 이후 감사인 보수가 2배 이상 늘어 사학법인의 부담이 극심해졌다고 했다. 영리법인과 달리 비영리법인은 비용 증가분을 상품 등에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부 재정 지원뿐 아니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합리적인 표준 감사 시간을 산정해 사학법인이 효율적으로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성 한국사학진흥재단본부장과 차용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운영지원실장은 비영리법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회계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본부장은 “외부 감사인이 법령 위반이나 공시 의무에 대한 문제를 발견하는 건수는 많지 않고, 대부분 재무제표의 단순 오류만 잡아내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가 감사가 완료된 감사 보고서를 지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사학법인의 회계 특수성에 대한 감사인의 전문성이나 인지가 부족해 일어난 현상으로 판단한다”면서 “감사인 역량을 높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실장도 비영리 부문에 특화된 전문성 있는 감사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기적 감사 지정을 받더라도 실제 사회복지 환경과 구조, 후원금·출연 재산의 사용처 등에 대해 이해하는 감사인이 배정돼야 비영리법인의 회계 기준과 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실제 비영리 부문 감사 실무 교육을 받았거나, 사회복지 법인의 회계 경험이 있는 감사인이 배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주기적 지정 감사제 적용 대상이 아닌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도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영선 삼일회계법인 비영리법인지원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주기적 지정 감사 대상이 되는 기업은 200여개로, 종교 단체 등을 제외한 전체 비영리법인의 1%에 불과하다. 변 센터장은 “나머지 99% 법인의 회계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이들 법인에 강제적으로 재무제표 공시를 요구하는 제도가 올해부터 시행이 됐는데,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외부 감사 적용 기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관계당국은 주기적 감사 지정제의 도입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나타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특히 제도 적용 대상이 사학법인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과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최용하 교육부 대학경영지원과 과장은 주기적 감사 지정제 대상이 되는 공익법인은 전체 공익법인의 1.7%에 불과한 반면, 학교 법인은 전체 학교 법인의 67%에 이른다고 했다. “사립학교를 비리 집단이라 매도하고 과하게 지정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회계법인의 조직적 가격 담합이 의심되는 사례도 일부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제도 대상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지정 감사 대상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준하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 사무관은 “아직 제도가 시행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계속 제도 보완과 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주기적 감사제 대상 선정 기준을 현행 자산 규모뿐 아니라 수익 금액 등 다른 요소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도 고민해 볼 것”이라고 했다.
패널 토의의 좌장을 맡은 김태동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의에 대해 “비영리법인의 회계 투명성이라는 주제가 다소 생소한데도, 패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전해준 덕분에 재미있는 시간이 됐다”면서 “이날 토론이 향후 비영리 부문의 사회적 신뢰를 높여 건전한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법인, 의료법인, 공익법인 등 비영리 부문 회계제도는 영리 부문과 비교해 낙후된 게 사실이다. 정부 부처별로 비영리 부문의 감사 관련 정보를 교류해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윤승준 동현세무회계 대표는 24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3 회계현안 심포지엄’에서 ‘사립대학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의 명과 암’을 주제로 강연하며 비영리 법인 중 사립대학의 회계 제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개혁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감리 역할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 기간마다 감사인을 바꾸도록 지정받는 제도다. 감사를 받는 대상이 회계법인을 장기간 자율적으로 선택하면 ‘갑을 관계’ 형성으로 독립성이 훼손되고, 부실 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됐다.
사립대학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2021년 도입됐다. 사립학교법 제31조 제5항을 신설해 4년 자유 수임 후 2년간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실제 지난해 도입 후 20개 학교법인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22개가 지정된 상태다. 다만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2022회계연도와 2023회계연도에는 특례가 적용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이전에 사립대학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 제도는 1997년 도입됐다. 교육부,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이 감사를 진행했는데, 외부 감사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다. 사립대학 외부 감사 과정에서 ▲독립성 있는 외부 감사인이 선임되지 않고 ▲감사 보수가 낮으며 ▲외부 감사의 범위와 계약 주기의 문제점이 생겼고 ▲적절한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이 없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감사 품질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윤 대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감사인 지정제 등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 표준감사 시간에 대한 요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현재 상장법인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감사 시간이 늘어나면서 독립성을 확보해 감사 품질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립대학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추진 체계는 이렇다. 교육부, 한국사학진흥재단 등이 전반적인 제도를 운영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외부 감사인 지정 방법을 제안하거나 실무교육 등을 운영한다. 이밖에 사학기관 회계감리위원회도 자문 역할을 담당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대상이 되는 사립대학 조건은 2021년 2월 기준 자산총액 1000억원을 초과하거나 재학생 수 2000명을 넘는 경우다. 대상 학교 수는 각각 128개, 193개로 집계됐다. 이어 교육부가 제시한 특별요건에 해당하면 지정된다. 반면 제외 조건도 있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인해 지정외부감사를 실시하기 어렵거나 이미 다른 회계법인과 장기간 계약을 맺은 경우다. 교육부, 감사원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곳도 제외된다.
윤승준 대표는 지정 감사인의 적격성,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사립대학의 지정외부감사인 자격을 얻으려면 감사 실무교육을 이수했거나 과거 4년 이내에 학교법인 회계감사에 참여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사학기관 감사인에는 두 가지 점수가 고려된다. 과거 2년 내 한공회의 사학기관 감사 실무교육을 이수한 감사인 소속 공인회계사의 수가 몇 명인지, 과거 4년 내 학교법인 감사에 참여한 실적이 2건 이상인 감사인 소속 공인회계사의 수가 몇 명인지 등이다. 두 가지 조건에 가중치를 곱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감사인을 평가한다.
실무적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교수는 먼저 표준감사 시간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사 시간이 길어질 경우, 보수 증가로 이어져 사학기관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견이 지속된다면, 한공회 외부감사 신고센터를 통해 사학기관과 감사인 간 감사보수 등을 조정할 수 있다. 사학기관이 요구하면, 감사보수도 공개해야 한다.
감독당국이 상장법인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제시한 보완조치를 모방하는 방법도 있다. 구체적으로 ▲표준감사 시간의 설정 ▲지정 감사 업무수행 모범규준의 제정 ▲지정감사인 부당행위 신고센터의 운영 ▲지정감사인 부당행위 신고센터의 운영 ▲전기·당기 감사인 간 의견조정 협의회의 운영 등이 있다.
윤 대표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발간하는 ‘재무회계 특례규칙 해설서’가 법적으로 모호하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교육부 장관이 ‘재무 회계 특례규칙 해설서’ 발간을 한국사학진흥재단에 포괄적으로 위탁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면, 법적 당위성을 확보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