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한해 16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죽는다.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해결된다면 대기오염 사망률도 줄이고 전 세계 지구온난화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리처드 뮬러 UC 버클리 교수는 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7 미래에너지포럼’ 기조 강연자로 나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중국·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지, 한국과 미국 등 OECD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한해 대기오염으로 2만2000명이 죽는데, 이중 중국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1만4000명”이라고도 했다.
뮬러 교수는 “뉴욕타임즈는 중국이 에너지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중국의 에너지 사용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0.006%에 불과하며 중국이 수력발전을 위해 만들어낸 삼협댐은 13개의 도시를 파괴하고 1300개 마을을 사라지게 한 최악인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과학자문단 일원이었던 뮬러 교수는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강의(출판사 살림)’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강의는 2009년 UC버클리 재학생이 뽑은 최고 명강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제자인 솔 펄머터(Saul Perlmutter)는 리처드 뮬러가 시작한 슈퍼노바(supernova·초신성) 연구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리처드 뮬러는 ‘천재상’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을 수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뮬러 교수는 2010년부터는 ‘버클리 어스(Berkely Earth)’라는 비영리단체를 딸 엘리자베스 뮬러와 함께 설립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뮬러 교수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대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투표했지만,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바탕으로 선택했으면 트럼프에 투표했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에너지정책이 미국에는 더 나은 정책”이라고 했다.
뮬러 교수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 천연가스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가스와 오일을 적극적으로 시추하면서 제대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를 믿지는 않지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해 행동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달 1일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7%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뮬러 교수는 자신도 파리협약의 옹호론자가 아님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파리기후협정에 중국이 합의해 훌륭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중국이 감축을 실제로 했는지 실사, 확인할 수 없다”며 “파리협정은 자발적인 협약으로 제3의 감시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오염·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중국 등 개발도상국은 환경문제 외 경제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현실을 고려해 효과적인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며 “개발도상국까지 감당할 수 있는 모델, 이들에게 수익성을 포함한 이해타산이 맞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뮬러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할 방안으로 ▲에너지 보존(conservation) ▲천연가스 ▲원자력을 제안했다.
그는 “천연가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보다 3분의 1”이라며 “천연가스도 화석연료 중 하나지만, 중국의 경제개발을 생각했을 때 천연가스를 사용하는게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발전 모두에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농도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석탄발전소를 천연가스 발전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뮬러 교수는 원자력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한 공포심은 과장됐다”며 “당시 쓰나미 사망자는 2만명이지만, 50~70년 후에 방사능 노출로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분석된 인원은 28명으로 훨씬 적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로 폐기물 저장공간이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시추공 밑으로 저장하면 드라이캐스트(건식저장)로도 저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자력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뮬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은 계속 중요해질 것이다. 2040년에는 작은 소형 원자력 발전기가 주택가 지하에 구축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모든 관련 설비는 중국산이 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