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한국 의료 AI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대안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2025)’ 오픈토크에서 의료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의료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병원 내 규제·데이터 공유 한계·안전성 검증 미비 등으로 임상 현장 적용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개선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HIF 2025는 조선미디어그룹의 프리미엄 경제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로,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AI와 첨단 재생,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다’다.
이날 포럼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오픈토크는 ‘한국 의료 인공지능(AI)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주제로 김남국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패널로는 ▲한남식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러연구소 인공지능연구센터장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어플라이드(Applied) AI 그룹장 ▲이상열 경희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임찬양 노을(2,505원 ▼ 100 -3.84%) 대표 ▲고경철 고영(20,450원 ▲ 100 0.49%)테크놀러지 전무가 참여했다.
현장에서는 먼저 AI의 임상 활용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상열 경희대 교수는 “의료는 ‘Do no harm(해를 끼치지 말라)’이 기본 원칙”이라며 “AI가 정확한 기준 없이 사용된다면 1~2%의 오차도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AI 설계 기술이 더해지며 비만 치료제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특정 고위험군에 적정 용량을 투여해야 효과가 나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AI가 당분간 의료진을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세컨드 오피니언(second opinion)’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세컨드 오피니언은 환자가 현재 주치의의 진단이나 치료 방침에 대해 다른 의사의 의견을 추가로 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개원의 사이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평가·보상 체계는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병원 내부의 거버넌스 역시 의료 AI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는 “한국은 정부 규제보다 병원 내부 규제가 더 높은 편”이라며 “미국은 병원 간 데이터 공유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데이터 접근 규제도 완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간 데이터 커뮤니티 구축과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열 교수는 “병원은 자체 인프라가 탄탄하면 데이터를 외부에 공유할 유인이 적다”며 “귀찮고 보상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품질 높은 의료 AI를 위해선 병원에 대한 혜택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 AI의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규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찬양 노을 대표는 “해외 수십 개국의 규제에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인증이 없어 난감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은 의료진 수준이 높아 질 낮은 제품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 인증을 먼저 확보할 수 있도록 과도한 허들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데이터 접근성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여전히 해결 과제로 꼽힌다. 유한주 네이버클라우드 그룹장은 “AI는 데이터를 쌓아야 고도화되지만 의료 데이터는 민감해 접근이 쉽지 않다”며 “현재는 데이터를 분절 학습해 나중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이 의료 서비스에 접목될 경우 규제 해석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작업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AI 기본 모델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인재 부족과 연구 인프라 부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고경철 전무는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한국 시장이 너무 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의료·바이오 분야는 성장성이 큰 만큼 연구자가 AI를 활용해 논문을 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한주 그룹장도 “미국 기업들은 인재 확보를 위해 거액을 제시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연구자 역량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6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5
임찬양 노을 대표이사

“혈액·암 진단 기술로 의료기관의 진단 인프라와 소비자의 조기진단·예방을 강화하고, 의료시스템의 비용 부담을 낮춰 전 세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게 노을의 목표다."
임찬양 노을(2,605원 ▲ 405 18.41%) 대표이사는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 2025)’ 강연에서 “언제 어디서든 노을의 혈액·암 진단 솔루션 하나로 빠른 진단 속도와 높은 정확성을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을은 2015년 설립된 인공지능(AI) 기반 혈액·암 진단 전문기업으로, 2022년 3월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설립 이후 10년간 AI 기반 혈액·암 진단기기 ‘마이랩(miLab)’ 원천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해왔다.
마이랩은 현미경 이미지 분석과 AI 진단 알고리즘을 결합한 체외진단 장비로, 숙련된 검사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진단의 표준화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임 대표는 “실험실 인프라와 전문 인력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경제적·친환경 솔루션이 목표”라며 “바이오 카트리지, 초소형 로보틱스 디바이스, 의료 AI를 결합해 하나의 ‘실험실형 장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혈액 검사는 세포를 액체 염료로 염색하고 분석한다. 반면 마이랩은 고체 염색(NGSI) 기술을 쓴다. 소량의 염색 시약으로 혈액을 자동 염색하고 디지털 영상을 찍은 다음 AI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보다 속도와 정확도가 높으며, 손끝 채혈(모세혈) 5㎕(마이크로리터, 1㎕는 100만분의 1L)만으로 검사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정맥 채혈이 어려운 신생아나 소아 진단에도 적합하다”며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의 공동 연구에서 기존 장비보다 높은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이랩은 혈액분석(BCM), 말라리아 진단(MAL), 자궁경부암 진단(CER) 등 세 가지 제품군이 있다. 복잡한 염색 과정을 명함 크기의 카트리지 하나로 단축했고, 고체염색 기술로 감염 질환부터 암까지 다양한 질환 진단이 가능하다. 사용자 숙련도에 관계없이 암세포·조직을 균일하게 염색할 수 있으며, 기존 방식보다 6배 빠르고 항체 사용량도 88% 적다.
현재 마이랩 BCM·MAL 장비와 카트리지는 유럽, 아세안, 중동 지역에서 인허가를 획득해 시장에 진출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 절차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인허가 준비를 위한 1등급 의료기기 등록을 마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4년 자궁경부암 진단 장비 공식 권고 3종 중 하나로 노을 제품을 선정했다.
노을의 AI는 원격 진단까지 지원한다. 임 대표는 “영국 보건당국인 NHS(국민보건서비스)에도 다음 달부터 원격 진단용 AI 플랫폼을 납품할 예정”이라며 “AI가 단순히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직접 매출을 창출하는 의료 서비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단을 넘어 재발·전이 등 질병의 예후를 예측하는 AI가 등장하고 있다”며 “저비용 데이터로 고비용 치료를 보완하는 기술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노을 주식회사 대표

르네 야오 엔비디아 글로벌 헬스케어 부문 리드 기조 강연
“방대한 데이터 시각화해 암 진단·치료 정확도↑”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HIF)에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 리드를 맡고 있는 르네 야오(Renee Yao)가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암 정복을 주제로 한 포럼에는 왜 참석한 걸까. 야오 리드의 설명을 들어보면 반도체에 기반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암 정복의 중요한 키워드라는 걸 알 수 있다.
야오 리드는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야오 리드는 여러 차례 스타트업 창업을 한 뒤 2019년부터 엔비디아의 글로벌 헬스케어 AI스타트업 개발자협력부문을 이끌고 있다.
그는 반도체 제조업체로 알려진 엔비디아가 암 정복 같은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야오 리드는 “우리는 단순한 칩 회사나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라 AI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며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바이오네모 같은 단백질 생성 AI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신약 개발을 위한 AI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단백질 생성 범용 프레임워크인 에보디프(EvoDiff)를 공개했고, 구글도 단백질 구조 예측과 게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AI를 출시했다. 엔비디아 역시 올해 초 바이오네모를 구축해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야오 리드는 생성형 AI 기술이 헬스케어에 접목되면서 신약 개발뿐 아니라 암의 진단과 치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병리학자의 어려움 중 하나는 수백만 개의 세포 사이에서 암세포를 진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기존 방법으로는 쉽지 않지만, 엔비디아의 GPU칩을 활용해 AI를 학습(learning)시킨 결과 오류율을 85%까지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는 향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엔비디아의 AI를 이용해 2차원(D) 이미지를 3D나 4D, 5D로도 볼 수 있고, 혈류나 암 조직을 정확하게 관리해 의사별 숙련도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기술을 실제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는 한국 기업도 있다.
야오 리드는 “엔비디아는 한국 업체 뷰노에 다양한 이미징 솔루션을 제공해 망막 이상을 90%, 위암을 100% 진단하는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줬다”며 “암 검사 프로그램 업체 ‘노을’도 (엔비디아의 솔루션을 활용해) 극소량의 혈액만으로 백혈병 등 혈액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는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한다. 야오 리드는 “카메라에 AI칩을 통합시켜 환자를 모니터링해 의사와 간호사의 번아웃(burn out) 문제를 해소하기도 한다”며 “이를 도입한 미국 병원의 경우 환자의 낙상 사고가 70% 감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업무 부담을 줄여준 덕분에 의료진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나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