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4일 “최근 몇 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에 대한 요구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ESG 재무제표 공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THE ESG 포럼’에 참석해 “재무제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도구”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 4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은 ‘ESG 재무제표도 바뀌어야 한다’라는 주제로 열렸다.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ESG 경영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는 단순한 경영 트렌드를 넘어 기업이 생존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적 위기는 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은 기업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고 했다.
최 회장은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기후 관련 및 기타 불확실성’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 위험이 재무제표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에서는 기후 위험의 효과가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를 재무제표 작성·감사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포럼은 매우 시의적절하다“며 ”한국공인회계사회도 ESG 관련 재무제표 공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1분기부터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 적용
“어떤 기준 적용하느냐에 따라 회계처리 달라져”
“가상자산 감사, 사채와 비슷… 핵심은 내부통제”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에는 가상자산 관련 회계처리 기준이 없다. 향후 발행 계획도 없다. 한국 금융당국이 작년 12월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발표한 이유다. 올해가 이 지침을 적용한 첫해인데, 이것만으로 모든 가상자산 회계를 처리할 수 없다.”
현승임 삼정회계법인 품질관리실 전무는 25일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24 회계현안 심포지엄’에 참석해 “금융당국과 기업, 감사인이 감독지침 밖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나가느냐가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현 전무는 가상자산 관련 회계 이슈와 회계 감사를 주제로 강연했다.
올해 1분기 보고서부터 적용된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은 가상자산 거래 관련 회계 불확실성을 없애고자 마련됐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대안을 도출한 것이다. 지침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관련한 회계 처리 주체는 ▲발행자 ▲보유자 ▲사업자다. 이들은 앞으로 보유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현 전무는 발행자가 맞닥뜨린 회계 이슈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우선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IFRIC)의 분석과 감독지침 중 어느 기준서를 적용하느냐에 따른 차이점이다. 일례로 발행자가 약속한 대로 가상자산이 사용되는 플랫폼을 구현해야 한다는 감독지침에 따르면 플랫폼이 활성화되는 시점을 수익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는 IFRIC 기준을 적용하면 충당부채 인식 대상 의무와 유사 등에 대해 다른 결과를 내게 된다.
이어 현 전무는 “내가 발행한 토큰이 내게도 자산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실무적으로 큰 문제”라고 꼽았다. 감독지침에 따르면 유통 시 재화나 용역에 대한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토큰이라면, 미발행 상품권처럼 어떤 경우에도 발행자의 자산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만약 공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토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면서 코인이 시장에서 유통될 때 경제적 자원으로 인식하는 시각과 그렇지 않은 견해를 소개했다.
또 현 전무는 플랫폼 자체 거래가 회계처리 대상인지에 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발행자가 토큰의 생태계, 즉 거버넌스에 관여하는 정도를 고려해 플랫폼이 실질적으로 발행자가 통제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걸 발행자의 재무제표로 끌고 와야 하는 건 아닌지도 고민해 봐야 하는 이슈”라면서 “지금은 이 거래를 회계 처리하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버넌스에 대한 고려가 필요 없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 전무는 보유자와 관련된 회계 이슈에 관해선 “나름 깔끔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간 IFRIC는 가상자산 보유자에 대해 판매 목적 여부에 따라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분류하는 것만을 제시해 왔다”면서 “감독지침에선 한발 더 나아가 지불형 토큰에만 한정됐던 IFRIC와 달리 유틸리티 토큰, 지불형 토큰 등을 모두 포함했다”고 했다. 이에 앞으론 금융상품 기준서(K-IFRS 제1032호)에 따른 금융상품 정의를 충족하는 경우 금융자산·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유틸리티형은 블록체인 상의 응용프로그램이나 서비스에 접근을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토큰, 지불형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대가를 지불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토큰이다.
이날 현 전무는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 감사를 진행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도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 감사가 어려운 이유는 이전에 사채 시장에서 일어난 거래를 회계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웠던 배경과 유사하다”면서 “결국 내부통제에서 걸러내야 하는데, 가상자산은 익명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회사가 가진 지갑을 안전하게 파악할 수 있는 관리 대장이 필요하고, 이에 접근하는 키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는 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2일 조선비즈 포럼,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 : 한국 투자자에게 필요한 디리스킹 전략을 찾아라’
행동주의 투자자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12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 지배구조(거버넌스) 문제를 꼽았다. 대주주 1명이 지분 30%만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한국 특유의 기업 지배구조가 비합리적이란 것이다. 이 대표는 일반 주주가 주주제안 등의 행동주의 활동을 통해 주식 저평가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124,500원 ▼ 1,700 -1.35%))를 상대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을 펼쳐 창업자 이수만 없는 멀티 프로듀싱 체제 ‘SM 3.0’을 주도한 인물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1년 SM 지분 약 1%를 확보한 후 회사 수익이 주주에게 분배되지 않고 자회사(라이크기획)를 통해 이수만에게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SM이 얼라인 측 요구 사항을 수용하면서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이 물러났다. SM이 자신을 몰아내고 카카오(43,150원 ▼ 500 -1.15%)와 손을 잡자, 이수만은 이에 반발해 BTS 소속사 하이브(244,000원 ▼ 2,000 -0.81%)에 자신의 SM 지분을 매각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형을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조선비즈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3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국내 주식 투자자 1400만명 시대가 열림에 따라 주주 행동주의 활동은 더 왕성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긴 배경을 북한이라고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실 지배구조 문제가 크다”며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 주주 행동주의와 거버넌스가 중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내 대형 상장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밑도는 상황을 비정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22일 기준 코스피 200 기업의 PBR은 0.9배에 그쳤다. 그는 “PBR이 1보다 낮으면 청산 가치보다 회사 주식 가치가 낮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상장할 이유가 없는 수준으로, 정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 주식시장이 유사하면서 중국과 긴장 관계에 놓인 대만의 PBR도 2배 가까이 된다. 이 대표는 “일본 증권거래소는 PBR 1배 이하 회사들에 ‘정신 차려라’라는 메시지를 낼 정도”라고 했다.
이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으로 상장사 이사와 대주주가 소액주주를 위해 노력할 유인이 없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지분 30%인 대주주 1명이 이사 100%를 임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사들은 임명권자인 대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지주회사 아래 핵심 계열사 지분은 2~3%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주주가 (핵심 계열사에) 배당이나 자사주를 매입하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왕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까지 늘면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고, 유권자를 의식해 국회에서 법 개선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서다. 2022년 한 해 한국에선 47개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행동주의 활동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까지 올라왔다”며 “주주가 주주제안 등을 통한 행동주의에 나서면 주식이 저평가되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주주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투자자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갈수록 행동주의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 활동 후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결코 실패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이겨야만 행동주의가 의미 있다고 보는 것은 본질을 오해하는 것”이라며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경영진과 주주 간) 표 대결 과정에서 경영진은 더 나은 경영 성과를 약속하고 소액주주를 더 신경쓰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가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 기준으로 ▲대주주 지분이 높지 않은(지분율 50% 미만) 기업 ▲주주 중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큰 기업 ▲기업 가치 대비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 등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가치주 가운데 자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거버넌스가 개선될 여지가 있는 상장사를 찾아 투자하면 효과적인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만 행동주의 관련 투자가 ‘장기전’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주주가 행동주의에 나섰다고 해서 회사가 바로 확 바뀌진 않는다”며 “장기 투자로 접근할 때 효과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