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뉴럴링크의 ‘블라인드 사이트’를 혁신 기기로 지정했다. 혁신 기기 지정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를 돕는 기기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뉴럴링크에 따르면 블라인드 사이트는 치료가 불가능한 선천성 실명 환자에게도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떤 생명공학 기술도 이뤄내지 못한 일들을 머지 않아 가능하게 할 새로운 기술이 최근 바이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임창환 한양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기조강연자로 나서 “최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같은 정보통신업계 지도적 인사들이 BCI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BCI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주변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신경 손상으로 신체가 마비된 환자의 뇌 신호를 읽어 근육에 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의 차세대 재활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임 교수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머지않아 BCI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뉴럴링크는 신경세포를 의미하는 ‘뉴럴’과 연결을 의미하는 ‘링크’를 더해 만든 이름처럼 BCI 기술을 중심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2019년 언론 간담회에서 뇌에 전극 삽입을 돕는 로봇을 공개했다. 이후 1년 만인 2020년 ‘더 링크’라는 무선 통신칩을 발표했다.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 기능과 자체 배터리를 갖고 있으면서 1시간 이내에 수술을 마칠 수 있게 설계됐다. 뉴럴링크는 올해 초 처음으로 실제 환자의 뇌에 더 링크를 삽입헤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뉴럴링크는 실 형태의 전극을 사용하는 혁신을 선보였지만, 다른 방식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많다”며 “호주의 싱크론, 프랑스의 클리나텍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싱크론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함께 투자한 BCI 기업이다. 두 창업자는 각각 1000억원 가량을 싱크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는 “싱크론은 뉴럴링크보다 앞서 2021년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고, 매년 10명 가량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뉴럴링크는 2030년까지 2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BCI 기술에 자금이 쏠리고 임상시험이 본격화되면서 상용화도 머지않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임 교수는 “뇌 신호를 읽으면 식물인간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생각만으로 타자를 치는 ‘정신적 타자기’ 기술 구현도 가능해진다”며 “사람들의 감정이나 뇌 상태를 읽어 뉴로 마케팅, 감성 인터페이스 시장도 새롭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BCI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모비스(248,000원 ▼ 6,000 -2.36%)는 2022년 세계 최초의 뇌파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M.Brain)’을 선보였다. 엠브레인은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면 알람을 주고 졸음을 30%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뇌에 전극을 삽입하지 않아 BCI 기술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뇌 신경 신호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BCI 기술로도 발전할 수 있다.
LG전자(95,000원 ▲ 1,700 1.82%)는 뇌파 측정 기능을 담은 무선 이어폰 ‘브리즈(brid.zzz)’를 출시했다. SK바이오팜(100,300원 ▲ 4,900 5.14%)은 AI 기반 뇌전증 관리 시스템, 삼성전자(57,400원 ▲ 1,400 2.5%)는 귀 주변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헬스케어 장치를 개발 중이다.
임 교수는 “올해는 인류가 뇌파 측정을 시작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뇌 파를 이용하는 기술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
황선관 SK바이오팜 최고기술책임자
SK바이오팜(95,400원 ▼ 2,200 -2.25%)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AI), 디지털 치료제,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뇌파 측정기 등을 추가해 예방·진단·치료·관리를 아우르는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을 모색 중이어서 주목된다.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연구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네 번째 기조 강연을 통해 “뇌전증 대응은 치료 영역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SK바이오팜은 단순히 치료제만 파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아가 보려고 한다”며 헬스케어 전주기를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 확장 가능성을 밝혔다.
황 CTO는 “예방과 진단, 치료, 관리 등 환자의 여정에서 해법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한 예로 당뇨 환자가 쓰는 연속혈당측정기 활용을 들었다. 과거처럼 환자가 피를 뽑아 혈당을 측정하지 않고 몸에 부착한 센서가 알아서 계속 혈당을 관찰하는 방식이다.
그는 “연속혈당측정기가 나오면서 환자가 갑자기 고혈당, 저혈당을 보여 병원을 가는 일을 크게 줄였다”며 “ 예방, 진단을 돕는 웨어러블 뇌파 측정기가 뇌전증 치료약 엑스코프리와 결합하고, 여기에 AI가 들어가 좀 더 새로운 시장을 여는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대화형 AI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그렉 브로크만 회장에게 실시간 뇌파 분석을 통해 뇌전증 발작을 감지하는 AI 플랫폼 디바이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회사가 개발 중인 뇌전증 환자 관리 플랫폼은 모바일 앱(app·응용프로그램), 스마트워치, AI 기반 발작 예측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다.
황 CTO는 “앞으로는 환자가 움직이는 게 아닌, 의료 생태계가 환자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며 “모바일을 기반으로 뇌전증 환자의 증상을 확인, 관리하고 온라인 약국인 아마존 파머시에서 약을 받는 것까지 이어지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엑스코프리의 성공 비결도 청중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 기업 처음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지난 2020년 2분기 엑스코프리를 미국 시장에 처음 발매해 현지에서 직접 판매를 하고 있다. 엑스코프리의 2023년 미국 전체 매출은 2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1%, 금액으로는 1000억원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미국 매출액은 3094억원을 기록했다.
황 CTO는 “엑스코프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말할 수 있다”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고, 빅파마와 싸울 때 뾰족하게 가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 결과가 뇌전증에 선택과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전증 시장은 작지 않고,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할 수 있다”면서 “엑스코프리가 연매출 10억달러를 넘는 블록버스터급으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전달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사성 의약품(RPT, Radiopharmaceutical Therapy) 기술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황 CTO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미국 바이오 연구소에 이어 홍콩 바이오 기업까지 인수했다”고 말했다. 올해 SK바이오팜은 홍콩 제약사 풀라이프테크놀로지와 5억7150만달러(약 7921억원) 규모로 방사성 의약품 후보물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팜㈜ 신약연구부문 최고기술책임자
SK바이오팜 항암연구소장